제주말 관계자에게 전하는 말 건강레터 ‘말톡’ 6호지
언젠가부터 러닝이 열풍인 요즘이다. 달릴 수 있는 길에는 여지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서 새벽이든 야간이든 줄지어 달리고 있는 진풍경을 쉽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실, 러닝의 원조는 ‘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경주마들은 최근의 유행과 상관없이, 아주 오래전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주로를 한결같이 달리고 있는 달리기 루틴의 선봉 주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경주마는 경주를 위해서 그 어떤 날씨에도 매일같이 연습을 한다.
사람이 마라톤 대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달리는 것과, 여러 마리의 말이 경주로를 달리는 것은 많은 점이 비슷하다. 달리다 보면 어쩔 때는 누군가를 제쳐서 앞서가야 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조금 뒤처져서 달려야 하기도 한다. 특히, 실제 마라톤 중에, 한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리면서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경로가 방해되거나 부딪치는 불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말의 경주에서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말에게만 생기는 위험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경주중에 생길 수 있는 의외의 위험
바로 앞선 말의 뒤에 바짝 따라가다가, 앞선 말의 발에 서 튄 모래가 직통으로 눈에 들어갈 수 있는 위험이다. 심지어 말은 눈의 크기도 큰 편이기에, 경주 중 모래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먼지, 나무줄기 등에도 자극을 받기 쉽다. 물론, 눈에 이물이 들어가는 게 뭐 그리 큰 대수는 아니다. 사람의 경우는, 통증을 느낀 즉시 세척을 하며 이물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말은 눈이 불편해도 스스로 제거를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각막에 상처가 나고 2차 감염이 되어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번 말톡(Horse Talk)은, 경주마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관인 ‘눈’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특히, 모래를 질주하는 경주마에게 흔한 안과 질환인 각막염과 각막궤양에 대한 증상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다루어서, 생산농가에서 안과 질환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럴 때에는 눈이 아프다는 신호
경주마가 눈이 아프면 아래의 증상이 보인다. 아래의 증상 중 하나만 보여도, 우리는 안과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은 천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급성으로 몇 시간 내에 증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말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보지 못하거나, 반대쪽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나친 경우, 그다음 날 심각한 눈 상태를 뒤늦게 발견하고 놀라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증상 체크 포인트
1. 눈을 감거나 반쯤 뜬다. (가장 흔하게 발견하는 경우)
2. 눈두덩이가 땡땡 부어 있다.
3. 눈곱이 누렇게 끼어 있거나, 눈물 계속 흘러서 눈 밑이 축축하다.
4. 눈 표면이 희뿌옇거나 푸른빛으로 보인다. (백태가 끼었다고도 표현)
5. 눈부셔서 빛을 피하려 한다.
6. 말머리를 벽이나 다리에 대고 눈을 자꾸 비빈다.
각막염 / 각막궤양
각막은 눈의 가장 바깥쪽을 덮는 투명하고 얇은 막이다. 각막은 외부의 먼지와 자극으로부터 눈 내부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이며, 신경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서 작은 상처나 이물질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눈을 감게 만든다. 말은 사람보다 눈 자체가 크고 시야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각막도 넓다. 각막을 확대해서 보면 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래 먼지 등의 이물로 각막의 가장 바깥층(epithelium)만 상처가 약하게 나는 경우부터, 중간층 (stroma)까지 상처가 깊게 파인 궤양까지 다양한 범위로 손상이 된다. 각막의 층이 손상되면 실질층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부종이 생기고, 외부에서 보면 각막이 뿌옇게 보이거나, 푸른빛으로 보인다.
녹는 각막염 (melting ulcer)
각막염 중에서는, 상처부를 통해, 각막을 분해시키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세균과 곰팡이에 감염이 되어서 각막 조직을 급격하게 파괴하여 각막이 흐물거리도록 녹는 질환이 있다. 이를 녹는 각막염 (melting ulcer)이라 칭하며, 녹는 속도가 심한 경우 각막 내피층(ednothelium)까지 뚫려서 각막이 완전히 천공되는 경우도 있다. 녹는 각막염은 말의 안과 질환 중 매우 위급한 응급 질환으로, 각막이 뚫려서 천공되면 실명이 되거나, 눈을 적출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발견과 치료이다. 실제로 일본 경주마의 안질환 기록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면, 총 2,846두의 말이 궤양성 각막염이 있었고, 경주 중에 발생한 경우가 64.3%였다. 평균 치유일은 5.5일이며. 경주 직후 검사를 받은 경우가 늦게 치료한 말보다 치유 속도가 빨랐다.
각막염/ 각막궤양의 치료방법
약물 치료 : 안약, 안연고
항생제/항진균제: 상처가 난 각막 속으로 세균이나 곰팡이가 2차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것을 예방해 준다. 안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더 어렵기 때문에, 처방에 맞는 항생제와 투여 간격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막상피 재생 촉진제: 각막상피가 재생되도록 도와주는 성분인, 혈청(혈액에서 세포 성분을 제거한 뒤 남는 노란색 액체 성분), EDTA 등이 있으며, 녹는 각막염 등 중등도 이상의 질환에 주로 사용한다.
소염제: 통증과 염증을 줄이며, 전신 주사제 또는 국소 안약으로 투여한다.
안약 투여 간격은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는 2시간 간격으로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뜩이나 눈에 통증이 많은 상태의 말의 눈에 안약을 투여하는 것은 쉽지 않고, 심지어 키가 큰 말의 눈에 안약을 떨어뜨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심한 상태의 안질환 말에게는 눈 전용 카테타를 장착해서, 관을 통해 안약을 조금 손쉽게 주입할 수도 있다.
말관계자가 안약으로 직접 안약을 투여할 때에는,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하다. 멸균 생리식염수를 거즈에 적셔서 눈에서 나오는 이물을 자주 닦아주고, 안약을 넣기 전에는 깨끗한 장갑을 끼고 넣어야 한다. 만약 말이 통증과 가려움이 심해서 자꾸 눈을 비빈다면, 눈보호 가면을 씌워서 추가 자극을 예방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알코올 성분의 소독제는 각막에 큰 자극과 통증을 주기 때문에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손소독제와 청결제는 알코올 성분이 있기 때문에, 손이나 거즈에 알코올이 뭍은 채로 말의 눈 주위를 소독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말이 안통이 심해서 심하게 저항하는 경우에는, 말을 보정하는 인력과 안약을 넣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 치료 : 결막 플랩 (conjunctival flap)
각막궤양의 범위가 크고 깊으며, 천공 위험까지 있는 경우에는, 긴급 수술로 결막플랩을 각막에 덮는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 눈꺼풀의 안쪽과 눈알의 흰자 부분을 덮고 있는 조직인 결막은 혈관이 많이 분포하여 있어서, 결막을 끌어와서 손상된 각막에 붙이면. 신선한 결막 안의 혈관을 통해 각막상피가 신속히 재생되도록 도와준다. 말은 녹는 각막염이 다른 동물보다 더 빈번하고, 최악의 경우로 ‘실명’이 될 경우에는 경주마의 자격을 상실하기에, 결막 플랩이식 수술은 적기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
환경 관리
경주로가 건조한 날씨의 경우 물 뿌리기를 통해 흙먼지를 예방한다.
- 파리 차단망, 살충제 등으로 곤충성 자극을 최소화한다.
먼지가 적은 깔짚을 사용하며, 마방의 환기를 잘 시켜서 병원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암모니아, 먼지, 곰팡이 포자 등의 유해물질 농도를 낮춰야 한다.
조기발견 습관
경주 후에 모래먼지가 의심되는 경우 식염수 세척 및 집중 관찰한다.
우천 시에는 특히 젖은 모래가 눈에 들어갔는지 더 유의하며 살핀다.
눈물, 눈비비기, 눈을 못 뜨는 증상이 보이면 지체 없이 수의사 진료를 의뢰한다.
안전 장비
플라이마스크 : 흙, 곤충, 이물로부터 눈을 보호해 주며, 특히, 여름철, 바람 많은 계절에 필요하다.
중요 포인트 3 줄 요약
각막 궤양은 무엇보다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해요.
예방을 위해 훈련 전후 양쪽 눈을 살펴요.
마방과 주로의 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요.
그 어떤 날씨에도 달리고 있는 말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조금만 더 관심을 주고 살피는 것이다. 우리는 눈이 조금만 아파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미 알고 있다. 말 역시 통증의 감도는 같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통하여, 말의 눈 질환을 조기에 예방해 주어야 한다.
* 참고자료
1. Disease of the Equine Cornea, Dennis E.Brooks
2. Disorders of the corean in Horses (msuvetmanual.com)
3. Equine Stromal Corneal Ulcers FAQs (vetmed.tenessee.edu)
4. Ulcerative keratitis in throughbred racehorse in Japan from 1997 to 2008, Shinya Wada
5. Evaluation of tear film proteinase in horses with ulcerative keratitis, Strubbe 외, Veterinary ophthalmology
6. veterinaryvisoncentor.com
7. AI tool : chatgpt.com, getliner.com, perflexity.ai
2025. 9.
작성자: 한국마사회 제주경마장 동물병원 팀장 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