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퇴원하자

by 말자까

아무래도 큰 동물을 주로 보느라 생각과 손이 다소 투박하다 보니, 망아지를 진료할 때는 예민한 디테일을 맞추고 찾는데 아직도 해메이며 치료에 대한 날마다의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늘상 배우고 있다.


초 봄에 태어나는 다른 동년배들과 달리 늦여름에 태어난 망아지여서, 이 가을에 아직도 자그마한 체구로 엄마젖을 찾는 어린 망아지가 3주전에 장이 꼬여 응급으로 내원하였다. 급하게 배를 열어 썩은 장을 잘라내고 서로 다른 장을 이어붙이는 수술을 하였다. 흔하지도 않은 수술이고 수술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터에 어린 나이에 긴 마취 시간도 버텨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진정한 시작은 술후 입원처치. 입원 생활에서도 매주 고비고비 합병증을 거치고 해결해 내느라, 이제는 어엿한 장기 입원환자로 우리 병실을 지키고 있다. 고맙게도 주인분들이 매일같이 관심 가져주고 믿어주시는 덕에, 하루하루 오늘만 버티자 하며 입원차트가 두툼 너덜해지며, 이제는 사람손을 많이 제법 많이 탄 순한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지리하게 해결이 안되는 수치도 오늘은 처음으로 변곡점을 맞아 다행이 방향을 튼 것 같다. 매일같이 주인분들께 지켜보자 또는 무언가 안좋아진다 라고 미안한 말만 하다가 오늘은 왠지 희망의 메세지를 들려주고 싶었으나 설레발 금지령을 나 자신에게 내리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나 혼자 오늘 설레이고 있다. 이렇게 며칠만 힘을 더 내주렴. 그렇게 퇴원해서 집에 가자. 집에 가서 파란 풀 원없이 먹고. 건강히 자라거라.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마무리 되가는 것 같고 이제는 신의 뜻만 남았다.



* 작년, 소장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이렇게 남부럽지 않게 건장한 1세마가 된 '지니자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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