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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석 Nov 01. 2020

전 '씽씽' 현 '추다혜차지스'의 소리꾼 추다혜 인터뷰

2020.8.20.

올해 충격적인 데뷔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발표한 <추다혜차지스>는 자신들의 음악을 '싸이키델릭 샤머닉 훵크(Psychedelic Shamanic Funk)'로 표현한다. 이제는 전설이 된 밴드 <씽씽>의 홍일점으로 잘 알려진 추다혜가 자신의 음악적 지향과 맞는 실력파 뮤지션들을 만나 결성한 밴드다.

우리나라 무속음악과 서양의 싸이키델릭한 그루브를 결합한 이들의 사운드는 듣는 이를 무아지경의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린다.

<추다혜차지스>는 오는 11월 6일(금)에 홍대 프리즘홀에서 열리는 <프리즘브레이크 vol.5 - 쌈장구루브 특집>에 출연한다.


- 추다혜씨 무대에서만 보다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게 돼 반갑고요, 씽씽부터는 많은 분들이 주목해서 좀 아니까 씽씽 이전의 추다혜에 대해 얘기 해주시죠.

저는 원래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 입시에 특기로 도움이 될 것 같아 고2 때 민요 레슨을 1년간 받았는데 선생님이 연영과 입시를 반대했고 저도 몸이 아파 연기 준비를 못했어요. 그래서 1년간 배웠던 민요 전공으로 서울예대 국악과에 들어갔어요. 학교 졸업하고 2년간 알바도 하고 놀기도 하다가 연기전공으로 중앙대 국악대학에 다시 수시로 입학해서 졸업했어요. 졸업하니까 28살 정도 돼서 20대 때는 거의 학교만 다닌 기분예요.(웃음)


- 국악대학 안의 연기전공은 일반 연영과 계열 연기 수업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좀 더 창작극 무대에 가깝다고 할까, 일반 영화나 연극 연기도 배우지만 창작 뮤지컬이나 연희극, 마당놀이 등 좀 더 한국 전통 무대예술에 가깝죠.


- 좀 전에 얘기한 청소년기에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는 건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나 TV에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건가요?

네. 그런데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예중, 예고에 가고 싶었는데 그것도 반대해서 못 갔고요.


- 그럼 잠깐 배운 민요 갖고 얼레불레 대학 간 거네요.(웃음)

네, 그렇죠. 근데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잘했어요. 성과가 있었고 빠르게 배웠어요. 그런데 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 다시 진학한 거죠.


- 연기지망생이던 청소년기에 음악도 많이 찾아들었어요?

아뇨. 그냥 남들 듣는 가요 듣고 노래방 가고 그런 애였어요.


- 그래요? 저는 차지스 음악이나 추다혜 솔로로 발표한 '몽금포'등을 듣고 '이 사람이 국악 전공하면서도 다른 음악을 많이 들으며 내공을 쌓았겠구나' 생각했는데...

2번째 대학 다닐 때 서도 민요, 오페라 등 동서양 여러 발성을 배우고 목을 쓰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배울 게 너무 많아서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제가 가진 기질과 제가 하고 싶은 소리가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많이 찾아 듣기 시작한 건 30대 이후예요. 30대에 다시 민요로 돌아오고 여기저기 공연 보러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음악적 넓이와 깊이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 대학 졸업하고 씽씽 하기 전 까지는 어떤 일을 했었나요?

영어 뮤지컬도 했었고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고 이것저것 했어요.


- 저는 씽씽에서 추다혜씨가 주도적인 역할이라기보다 짜인 포맷 안에서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그리고 무대 중앙에서 집중적인 시선을 받는 팀의 마스코트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좀 죄송하네요 ㅠ, 하여튼 씽씽 해체 후 한 1년 만에 자기 팀을 이끌고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발표해서 진짜 놀랐어요. 내 밴드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씽씽 활동 중에 먹은 건가요?

저는 홍대 인디씬이나 밴드씬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씽씽 하면서 '아, 이런 재밌는 음악과 동네가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씽씽 활동 중에는 팀을 할 생각보다 제 솔로로서 앞으로 '내가 주도하는 추다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는 음반 생각보다 무대공연물을 염두에 뒀고요. 씽씽을 한 지 2년쯤 지나서부터 굿과 무속음악에 대한 리서치도 시작했어요.


- 씽씽 전에는 무속음악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전통 민요와 즐겁고 흥겨운 음악은 씽씽에서 많이 하고 있었으니까 제 음악을 한다면 좀 더 깊은 예술적 감흥을 주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명상음악 쪽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굿이 있더라고요. 마침 그 즈음에 해외에서 씽씽과 무속인이 같이 공연할 일이 있었어요. 그때 실제로 굿을 처음 보게 된 거예요. 제겐 너무 신기했고 완전 컬처쇼크였어요. 종교적, 토속신앙적인 그런 면을 다 떠나서 무속이 무척 예술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 분하고 친해졌어요.

굿과 무속이라는 게 신들려서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도 다 체계적으로 배워서 하는 것이더라고요. 매체에서 주입하는 무속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이상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그런 이미지들. 또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인데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것도 그렇고요. 하여튼 그래서 책도 찾아보고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듣게 된 거죠.


- 그래서 그분을 선생님으로 모시게 됐나요?

소리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우게 됐고 제가 모르는 거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분한테 평안도, 황해도 소리를 배웠고 제주도 소리는 서울 근처에서 배울 수 있는 분이 없어서 직접 제주도 가서 다른 분한테 배웠어요.


- 앨범을 보면 제주도, 평안도, 황해도 소리가 다 담겨있는데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1-3번 트랙까지가 평안도, 4-6번까지 제주도, 7-9번 트랙까지 황해도, 이렇게 3곡씩 세 파트로 나눠있어요.


- 우리나라 국악과 커리큘럼에는 무속음악이 없나요?

커리큘럼에는 없는데 선생님들 모셔서 별신굿, 씻김굿 같은 거 워크숍, 특강 같은 건 많이 해요.


- 국악계에서 판소리, 정가, 민요 등이 주류고 무속은 언더그라운드, 인디펜던트인가요? (웃음)

네 그렇죠. 맞아요.


- 지금 국악과 대중음악이 결합된 음악이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차지스처럼 무속음악 기반의 크로스오버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악단광칠' 정도 있을까요?

맞아요. '악단광칠'이 있는데 국악기 위주로 하죠. 저희는 서양악기로 하고.


- 씽씽으로 많이 바빴을 텐데도 불구하고 추다혜씨는 매우 학구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인 것 같네요.

제가 하는 일, 해야 되는 일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배울 것 있으면 선생님들한테도 무턱대고 '이거 가르쳐주세요'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요.


- 그런 수업과정과 준비를 한 건 이제 알겠고요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자기 음악을 만들어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나요?

작년, 2019년에 '생기스튜디오'라는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생기탱천'이라는 시리즈 공연이 있었는데 '추다혜 편' 의뢰가 들어와서 솔로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 공연 전반부 30분은 원래 하던 민요를 했고 후반 30분은 지금 발표된 형식의 음악을 했어요. 그때 3, 4개월 정도 그동안 제가 준비해 왔던 걸 정리하고 추스르며 윤곽을 잡은 거죠. 지금 멤버들도 그 공연 때문에 모이게 됐고요. 그 공연이 차지스 출범의 계기가 된 거죠.


- 앨범 준비는 언제부터예요?

원래 그렇게 빨리 할 생각은 없었는데 생기탱천 이후 몇 번 더 공연하면서 곡들이 새로 다듬어지고 개선되면서 녹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작 후에는 일사천리로 빨리 녹음했어요.


- 올해 초엔 '몽금포'라는 싱글이 솔로로 나왔잖아요 차지스가 아니고 추다혜로,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민요는 추다혜 솔로로 내는 거고요, 무속음악은 밴드 추다혜차지스로 이렇게 2원화 해서 가는 거예요.


- 추다혜차지스는 추다혜와 백밴드 차지스가 아니고 하나의 온전한 밴드인가요?

밴드 개념이죠. 밴드 개념인데 제 프로젝트의 일환이고 제가 꾸린 팀이죠. 멤버들이 세션은 또 아니고요. 전형적인 밴드와 백밴드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차지스는 무슨 말인가요? 저는 영어의 충전을 의미하는 chage에서 온 거 아닌가 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네 그건 아녜요. 영어 아니고 한국말이고요 니꺼 내꺼 니차지 내차지하는 그 차지예요. 그걸 그냥 영어로 chargis로 표기한 거예요. 사람들이 영어 charge 아니냐고 많이 물어봐요.


- 추다혜씨가 밴드 음악과 접목되고 우리도 추다혜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게 한 4-5년 정도밖에 안됐는데 마치 10 몇 년 홍대에서 활동한 사람인양 이 앨범의 제작과 그 후 홍보, 유통 등의 프로세스에 대부분 홍대인디씬 사람들이 붙었단 말이죠. 이거는 제게 '아, 이 사람이 씬에서 굉장히 환영받는 사람이구나' 또는 '이 사람이 이쪽 씬을 굉장히 친근하게 느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요?

누가 저한테 굴러온 돌이라고 했어요.(웃음) 홍대 인디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애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뺐다고. 일단 저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분들이 여기 많았고요, 밴드 멤버들도 제가 하는 음악을 아주 재밌어하고요. 저도 전통음악씬보다 여기가 훨씬 편하고 자유롭고 재밌다고 생각해요. 이쪽 분들 하고 만나서 얘기해보면 제 스스로가 확장되는 느낌도 들고요. 규제와 전통에 너무 얽매인 곳에 있다 이쪽을 경험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 추다혜 솔로와 차지스, 두 가지 프로젝트로 표현하고 싶은 거, 추구하는 거 그런 게 뭔가요?

음, 글쎄요. 제 음악과 예술이 대중을 향한다고 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결국 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나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고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지 계속 탐구하는 과정인 거 같아요.


- 어떤 음악 장르 예를 들어 나는 훵크를 하겠다, 레게를 하겠다 하는 식으로 정해놓고 가는 건 아니죠?

네. 저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어떤 스타일이던 차용하는 거지, 특정 음악 장르에 구애받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음악을 많이 알거나 밴드씬을 꿰뚫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규정짓거나 틀에 박히는 걸 태생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 보도자료나 홍보문구에서 쓰인 '싸이키델릭 샤머닉 훵크'라는 표현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제 음악에 여러 음악적 요소가 녹아들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알기 쉽게 설명할까 하다 저는 무속음악의 훵키함을 타이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계자들과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그 표현이 나오게 됐어요.  


- 무속음악을 접하면서 종교적으로 끌리진 않았나요? 본인의 DNA에 무속인의 인자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은 안 드나요?

네,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신내림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고요 되게 어려운 일이에요. 다만 무대에서 신명 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에너지는 갖고 태어난 것 같아요.


- 평소에 다른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가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저는 한 곡을 계속 들으며 파고들고 연구하는 편이지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아요. 왜냐면 소리를 하려면 선생님을 찾아가 한소절한소절씩 따라하며 배우는 도제식 학습을 해야 되는데 저는 그런 시스템이 맞지 않아 선생님을 두지 않았고요 옛날 고음반을 들으며 한음한음 땄어요. 그걸 따서 제 스타일로 만들고 그러다 보니 시간도 없고 여러 음악을 찾아 들을 여유가 없었어요. 다른 음악은 같이 공연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돼요.


- 그렇군요. 오늘 인터뷰 재밌었고요 11월 6일 <프리즘브레이크 vol.5 - 쌈장구루브> 공연도 기대할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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