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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석 Jan 22. 2020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인터뷰

2019년 12월 20일

2010년 데뷔한 최고은은 세계 최고 무대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뮤지션으로서는 유일하게 3번이나 출연한 국가대표 싱어송라이터이다.

어릴 때 판소리로 음악수업을 시작했고 록밴드 보컬을 거쳤으며, 이런 음악적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적 포크음악을 펼쳐 보이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는 중견으로서 더욱 깊고 그윽한 음악세계가 기대된다. 최고은은 오는 1월 31일 새로운 시리즈 공연인 <Prism Break vol.1>을 앞두고 있다.


- 2010년 10월 데뷔 EP를 내서 올해 10주년인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어머 그러네요, 아직 아무 생각 안 해봤는데 (웃음) 사람들 모아 파티라도 해야겠네요 (웃음)


- 저는 10주년 기념공연이라던가, 매우 대대적인 계획이 있을 거로 예상했는데요 (웃음)

너무 좋은 아이디어네요. 요새 너무 정신없어서 ㅠㅠ... 이제부터라도 뭔가 재밌는 걸 기획해봐야겠어요.


- 10년 전 EP로 데뷔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었나요?

대학 때 하드코어 밴드 보컬을 했었고요 (웃음), 또 제가 시를 좋아해서 광주에서 시음악 만드는 단체에서 몇 년간 객원보컬을 했었어요. 그 후에는 어떤 기획사의 데뷔전 연습생 비슷한 신분으로도 있었고요.


- 제가 알기로는 바쁜 와중에 광주에서 카페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친오빠가 하던 곳을 이어받아하고 있는데요 기존 식음료는 하던 대로 계속 가고요 저는 음악이나 문화프로그램을 그곳에 유치하고 싶어 그런 기획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조만간 카페 안에 음악 전문서점으로 유명한 <초원서점> 코너가 생길 거예요.


- 네 그렇군요. 각설하고, 이제 10년 선수로서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생각해보면 이제 저는 정신적인 면에서 뼛속까지 인디가 된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것에도 의미를 찾는달까요.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눈에 뭐가 보이면 그냥 달려드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 나와의 접점이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여기저기로부터 많이 독립돼 있는 것 같아요. 제작과 프로듀스도 제가 리더로 앞장서서 진행해야 되고, 그게 좋기도 하지만 많이 번거롭고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 아까 10주년 기념 캠페인을 미처 생각 못했다고 했는데 그럼 원래 본인이 세운 새해 계획은 무엇이었나요?

2020년에는 여러 가지 일을 좀 줄이고 앨범 작업에 매진하려고요. 그동안 인디뮤지션으로서 직접 모든 걸 하다 보니 정작 제 음악 창작 작업은 많이 못했어요. 최근까지는 기존에 있는 걸 가지고 뭘 하려고 했다면 올해는 음악 만들고 표현하고 연습하는 것 위주로 1년을 보내려고 해요. 현재 새 EP 작업 중이고요. 


- 그동안 최고은의 시그니쳐 공연이었던 <Ears Up> 시리즈도 끝났죠?

 <Ears Up 시즌1>은 종료됐어요. 새해 자체 기획은 많이 없을 거예요. <Ears Up>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앨범 작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매달 뮤지션을 선정하고 그 뮤지션과 콜라보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섭외, 연출, 홍보, 연습, 현장진행, 후작업까지 매달매달 해야 되는데 제 작업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새해는 제 음악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 그럼 새해 해외 공연은?

요청이 들어오는 건 하고요, 제가 기획해서 나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 본인이 10년 뒤를 생각하고 머릿속에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위치나 자기 모습, 또 음악이 10년 전과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인기를 많이 얻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남들이 하는 음악을 재탕하기보다는 뭔가 달라야겠다고 생각했고 음악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행히 주변에 능력 있고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고 음악 만드는데 재미가 붙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듣는 사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안 하게 되더라고요. 뭔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점점 인기보다는 '이런 음악을 만들었어' '이렇게 만들고 있어' 이런데 초점이 가버려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점은 망각하게 됐어요. 나를 위한 음악에 치중했고 멋있게 보이려고만 했어요.


- 그럼 앞으로 대중을 의식한 음악으로 바뀌나요?

지금 준비 중인 EP는 따라 부르기도 좋고 굉장히 듣기 편하실 거예요. 음반의 주제는 관계에 대한 노래들이 대부분이고요.


- 제가 생각하는 최고은 음악은 뭔가 생각과 고민과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것 같은데 영어 가사 위주라 그런지 의미 전달이 잘 안된다고 느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또 음악에 한국적인 요소가 많은데 비해 가사가 영어라는 면에서 오히려 외국인들한테 어필하기 좋고 한국보다 외국 진출에 방점이 찍혀있지 않나? 그렇게도 생각했고요

가사 전달 안됐죠. 사실 무시했어요. 10년 가깝게...


- 굉장히 솔직한 답변이네요 (웃음)

제 가사가 설명 위주의 메시지가 있는 가사라기보다는 이미지 위주의 가사예요. 듣는 사람이 설명을 따라가는 가사가 있고 어떤 곡들은 가사가 시적으로 풀어져 있어서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사가 있다면 저는 후자예요, 제가 그런 가사를 좋아했고요. 제가 부르는 이미지와 듣는 사람의 이미지가 달랐을 수도 있어요. 영어인 데다가 친절한 가사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지난번 EP [Nomad Syndrome]에서 정서적으로 유목하는 제 자신,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자신에 관한 주제를 잡아 가사를 썼어요. 앞으로는 계속해서 음악적으로나 가사에서 주제가 선명하고 설득력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다음 앨범에는 한글 가사도 많아져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사람들에게 들려지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게 최근의 제 생각이에요.


- 2019년에 40일간 유럽투어를 했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공연을 30회 했고요, 진짜 빡쎘어요(웃음). 영상 전문 스탭 2분이 함께 동행해서 영상 작업을 많이 했어요. 야외 라이브 클립, 알프스 자연경관, 공연 아카이빙 등 다양하게 찍었어요.  


- 지금은 독립군으로 혼자 하고 있지만 그동안 최고은씨는 여러 기획사나 에이전시를 거쳤고 외국 기획자의 러브콜도 많이 받는 등 나름 운이 좋은 뮤지션이 아닌가? 기획자들이 좋아하는 뮤지션? 뭐 그런 느낌인데 본인 생각은요?

그랬죠. 기획자분들이 가능성을 많이 봐주셨죠. 그런데 그분들 기대에 제가 많이 부응하지 못했어요. 그분들은 제가 무대에서 좀 더 관객 친화적이고 쇼맨쉽도 보여주고 어필을 하기 바랐을 텐데 저는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까?' 보다는 '음악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만 치중한 편이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전에는 무대 위와 아래 제 모습이 똑같았다면 지금은 의상도 따로 준비해서 올라가고요. 거의 생얼로 올라갔었는데 지금은 화장도 많이 신경 쓰고요.



- 최고은씨 패턴이 처음에 EP3장 이후 정규 1집이 나왔고 이후 5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 EP 2장이 또 나왔죠. 그러면 지금 작업하는 EP가 나온 후 정규 앨범이 나올 때가 된 거 아닌가요? 기대하고 있어요.

맞아요.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서 2021년 앨범 예정이고요, 빠르면 2020년 하반기가 될지도 몰라요. 


- 최고은씨 음반은 패키지에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 쥬얼 케이스에 담은 평범한 CD 보다는 변형된 형태의 음반 패키지가 많은데 팬들에게 좀 더 멋진 상품을 선보이고 싶어서인가요? 돈도 많이 들었을 텐데

돈은 괜찮아요. 처음에는 제가 직접 아트워크, 디자인 다 했는데 무모한 게 많았고 너무 학예회스러워서 이후 전문디자이너팀에게 맡기고 있어요. 제작비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음악 들으시고 주제에 맞는 작업 해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상업 디자이너분들이라 너무 나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잘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음악을 돈 벌려고도 하지만 돈은 차후에 들어오는 거고 일단 제 일에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해요. 


- 제가 본 최고은씨 공연은 편성이 다양했는데요, 다른 팀들은 대개 밴드 세트, 어쿠스틱 세트 이렇게 2가지 정도인데 고은 씨 공연은 솔로, 2인조, 3인조, 밴드 등 여러 편성이 존재하는데 그건 어떤 연유인가요?

일단 무대 환경에 맞추는 게 제일 크고요, 그리고 같은 2인조라도 기타 둘로 갈 거냐 기타와 첼로로 갈 거냐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갈 거냐 그때그때 함께 하는 분들 일정에 따라 많이 달라지죠.


- 그럼 그때그때 편곡이 달라져 번거롭지 않나요?

그렇진 않고요, 저는 제 음악의 표현이 좀 더 다양해지는 걸 선호해요.


- 그러면 일렉트로닉 리믹스도 한 번 해보세요. 그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웃음)

언제 가는 그것도 해 보고 싶어요 (웃음)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키라라 리믹스라던가 (웃음)


- 누가 최고은 리믹스한다고 보컬 트랙 달라고 하면 줄 의향이 있나요?

그 사람이 뭔가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요. 저는 엄청 까다롭지 않아요. 같이 뭘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누구한테 의뢰받아하는 것에도 열려있는 편이에요. 


- 지금 눈여겨보는 후배라던지 즐겨 듣는 다른 뮤지션이 혹시 있나요?

조금 다른 의미지만 선우정아씨를 참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 자체가 제게 힘이 되는 뮤지션예요. 선우정아씨 음악을 좋아한다기보다 그분이 그렇게 다방면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데도 지치지 않고 해 나가는 방식이 '당신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직접 이런 얘기한 적은 없지만 (웃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게 저에게 페이스메이커 같은 느낌이고 고마워요.  

그리고 신인중에는 버둥을 좋아해요. 버둥 씨가 첫 EP를 제게 보내줬는데 음악도 가사도 너무 좋아서 제가 라이너노트를 썼어요. 그동안 버둥씨가 이런저런 지원사업이나 오디션에서 될듯될듯 하다 안돼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제가 격려도 많이 해줬고요. 다행히 2019년에 잘 풀려서 아주 기뻐요. 


-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고요 1월 31일 <Prism Break vol.1>  공연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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