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정원석 Feb 15. 2020

전자음악가 키라라 인터뷰

2020년 1월 27일

키라라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음악가이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음악을 만들었고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지금과 다른 활동명으로) 자신의 음악을 발표했다. 습작 기간을 거친 후 키라라 명의로는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 정규앨범, EP, 싱글 등 여러 음반을 발표했고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키라라는 오는 3월 6일 새로운 시리즈 공연인 <Prism Break vol.2 - 일렉트로니카 특집>을 앞두고 있다.


- 키리라 이전 활동명으로 발표한 음원과 키라라 초기 EP 2장 정도가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데 어떤 연유인가요?

지금과 다른 활동명으로 발표된 음악은 10대 시절 혼자 그냥 막 만들었던 습작 수준이었고요 키라라 명의로도 정규 1집 [rcts] 이전 음악은 음악가라는 자각 없이 만든 거라 지금 들으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수준이라서 막아놨습니다.


- 키라라에게 지난 10년간 파란만장한 일이 많았을 텐데 2010년대를 돌이켜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10년 사이에 키라라의 커리어가 시작됐고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무엇보다 음악가로서 먹고살 수 있게 돼서 의미가 큰 10년이었고요 향후 10년은 더 멋진 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것 같아요.


- 남들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10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드라마틱하다면 상승만 있기보다 꺾이는 부분도 있고 다시 극복하는 과정도 있어야 할 텐데 저는 천천히 성장하는 10년이었어요. 드라마틱하기에는 굴곡은 없었고 착실히 쌓아온 10년 같아요.


- 그러면 나름 행복한 10년이었겠네요?

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 성소수자로서 처음에는 많이 외롭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친구도 많고 잘 놀고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 키라라는 많은 사람들이 DJ와 전자음악가를 혼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늘 그런 오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초월한 것 같아요. 누가 저를 DJ라고 칭한다 해서 속상한 시기도 지났어요. 저는 전자음악가가 맞고요, 대중들은 혼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바로잡으려면 엠넷 같은 데서 실수하지 말아야죠.


- 엠넷의 디제이 오디션을 말하는 건가요?

네. 그런 거 할 때...그리고 이제 디제잉을 한 번 배워보려고 해요


- 굳이 따로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혼자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대로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어서요.  배우고 익혀놓은 다음에 디제이로 잘못 섭외왔을 때 디제잉도 하려고요(웃음). 돈 두배로 벌죠, 뭐(큰 웃음).


- 제가 이번 <Prism Break vol.2-일렉트로닉 특집>을 기획하다 보니까 디제이들을 제외하고 전자음악가중 공연을 자주 하고 팬덤이 있는 팀이 이디오테잎과 키라라 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전자음악 씬이 따로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맞나요?

저희도 저희 말고는 없다고 얘기해요. 근데 블랙뮤직 기반의 이태원 씬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여기서부터 좀 애매해지는데 예를 들어 XXX 같은 팀을 전자음악이라 할 수 있나? 이런 문제가 대두되죠.


- 신세하라던가...

그렇죠. 그리고 케이크샵이나 신도시 같은 데서 공연하는 라이브 전자음악가들이 가끔 계시죠. 근데 저한테도 거리가 가깝지 않고 생소한 분들이죠. 그래서 더 알고 싶어요. 어떤 분들이 계시는지.


- 그런 사람들은 공연을 많이 안 하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리고 그분들 외에 '와트엠'이나 '위사(코딩 기반의 전자음악가 커뮤니티)' 같은 공동체가 있고요 또 '닻올림'이라는 실험음악 모임도 있습니다. IDM이나 해체주의적 경향의 전자음악이죠. 이런 분들도 씬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계세요.


- 키라라 씨는 그런 아방가르드하고 대중적이지 않은 전자음악도 듣고 즐길만한가요?

처음에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들을만해졌어요. 소리의 텍스쳐나 질감을 들으려고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재미로 듣는 음악인 것 같아요.


- 예전 영기획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에는 여러 부류의 전자음악이 영기획을 중심으로 뭉쳤었는데 최근에는 공동체가 있다 하더라도 너무 언더그라운드인 것 같고 구심점 없이 전부 파편화돼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도 영기획 시절이 그리워요.


- 전자음악 씬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지 키라라는 홍대 록커들이나 싱어송라이터들과 공연도 많이 하고 오히려 더 밀접한 것 같고 그 씬의 부분집합 같은 느낌인데 본인 생각은 어떤지요?

전자음악 씬이 두드러지지 않아 불편하거나 외롭거나 그렇진 않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저도 록커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실제 록음악처럼 만들기도 하고 록밴드 사이에서 공연해도 어색함이 없어요. 사람들도 좋아하고요.


- 그러니까요. 그래서 키라라가 음악 스타일도 그렇고 홍대씬에서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음악이 그런 장르라서 다행인 것 같긴 해요


- 앞으로 음악 스타일이 바뀌거나 취향이 더 넓어지거나 할 가능성도 있나요?

언젠가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 직접 노래하려고요? (웃음)

제가 노래할 생각은 없고요 (웃음)


- 노래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웃음)

아휴, 저는 자신 없어요 (웃음)


- 처음 음악에 꽂혀서 찾아 듣기 시작한 게 클래지콰이죠?

맞습니다. 클래지콰이 1집 때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처음 산 CD였어요. 당시 네이버 지식인 같은데 검색해보면 그런 음악을 시부야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타고 일본 전자음악을 찾아 듣게 됐어요. Fantastic Flastic Machine, 토와 테이, 코넬리우스 그런 아티스들이죠.


- 서양음악은요?

프랑스의 전자음악 그러니까 프렌치 하우스나 Ed Banger레이블 등의 음악을 좋아했죠.


- 지금 음악보다 많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했네요. 저는 Chemical Brothers나 Justice 같은 강한 비트의 전자음악을 좋아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처음에는 아주 밝은 음악을 좋아했어요. 지금 들으면 오글거려 못 들을 것 같은 음악 위주였어요.


- 그래서 초기에 작업한 음악을 막아놨군요 (웃음)

네. 그런 거죠 (웃음) 여리여리한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강한 비트의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요.

사람들이 지금 저의 음악을 강하다고 하면서도 멜로딕하다고 하는데 그게 예전 음악의 영향일 거예요.


- 미디 프로그램을 깔고 본인의 그 유명한 수상소감대로 '쿵 찍으면 쿵, 빡 찍으면 빡' 그런 걸 시작한 건 언제죠?

시작한 건 14살 중학교 때입니다. 그때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은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헤드폰 끼고 밤낮없이 있어서 그게 게임을 하는 거라 해도 믿었을 거예요.


- 미디를 하기 전에도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나요?

컴퓨터로 뭘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혼자 뭐든 만드는 걸 좋아하는 방구석 스타일 아이였어요.


- 학교 공부는 거의 안 했겠네요.

네 그렇죠. 그리고 제가 기숙사 생활하는 IT 특성화고등학교를 갔는데 그곳은 컴퓨터 천재들이 많은 학교고 선생님들이 보통 영어, 수학 등 학과 공부를 안 하고 컴퓨터에만 푹 빠져 있어도 뭐라 간섭하지 않는 곳이었어요.


- 중고등학교 시절 홍대나 다른 곳에 전자음악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그런 공연이 별로 없었겠지만.

공연 보러 다난 적은 거의 없고요, 영기획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암페어 같은 이벤트를 다니게 된 거죠.

이렇게 뒤돌아보니 10년이 파란만장하기 했네요 (웃음)


- 키라라는 요즘 유행하고 힙한 악기인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안 쓰고 디지털 신디사이저만 쓰는 것 같은데, 아니 신디사이저를 쓰긴 하나요?

아니요. 이디오테잎 분들이 빌려준 적 있는데 그마저도 못쓰겠더라고요. 그냥 미디 컨트롤러만 씁니다.


- 무대에서 흔히 장비빨이라고 하는 악기를 잔뜩 쌓아놓고 멋이게 보이려는 욕심 같은 게 없나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그걸 하려고 돈을 많이 모아 비싼 장비를 살 정도의 의지가 제겐 없나 보죠, 뭐



- 그럼 모듈러 신디사이저에서 나오는 소리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거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전자음악가로서 저는 그 소리가 어떤 소리인가에 대해 별로 집중을 안 해요. 기존에 있는 소리를 어떻게 배열할까를 고민 많이 하고요, 소리를 새로 만드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 아, 그러니까 소리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 구성에 치중하는 편이군요.

네. 그리고 뭐가 어떻게 치고 빠지는지 시간적인 배열에 집중해요. 시퀀싱에..


- 키라라라는 이름의 뜻을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힌다고 했었는데 아직 그 때가 안됐나요?

그런 것 같아요.


- 키라라를 검색하면 키라라 아스카라는 일본 성인배우가 주로 나오는 거 알고 있나요?

네, 알죠. 처음 활동명을 키라라라고 지을 때는 그 사람이 이렇게 스타가 될지 몰랐어요. 지금은 AV배우가 아니고 일반 배우로 전향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셀럽이더라고요. 검색해서 제가 먼저 나오면 좋겠는데 아쉽고 공교롭기도 하고 난감합니다.


- 장명선이나 기나이직 같은 키라라의 전자음악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 뮤지션 활동을 시작해서 좋은 평가도 받고 있고 슬슬 키라라 사단이 생기는 느낌도 드는데 향후에 제작을 한다거나 영기획처럼 에이전시 같은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35살쯤에 하고 싶네요. 하고 싶다기보다 그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 같은?

이러고 살다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예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지쳐서 40살쯤에 몰락할 것 같아요 (웃음)


- 2020년 올해 전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5월에 리믹스 컴필레이션 [KM2]가 나오고요, 이미 열몇 곡 쌓였어요. 곡들은 많이 있는데 발매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많아 그것 때문에 바쁠 것 같아요.

그리고 여름에 유럽투어를 갈 것 같아요.


- 그렇게 활동하려면 지금처럼 혼자 다 하는 시스템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해외투어 에이전시는 생겼고요, 그래도 저랑 같이 움직이는 매니저나 어시스턴트가 필요할 것 같은데 또 힘들어도 혼자 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하고 고민입니다. 하던 대로 할 것인지 비즈니스적으로 몸집을 키울 것인지 기로에 서 있어요.


- 다른 해외 활동 계획은요?

작년 이후로 비엔날레 같은 미술행사에서 저를 많이 부르고 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유럽 미술계에서 제가 많이 알려지고 입지가 생겼나 봐요.


- 제 생각에도 키라라는 앞으로 통상적인 음악공연 외에 미술이나 무용 등 타 장르에서 섭외가 많이 오고 활동범위가 그런 분야로 확장될 것 같고 그건 상당히 바람직한 것 같아요. 그쪽이 페이도 쎌 것 같고(웃음)

미술 등 다른 분야에서는 제가 정치를 안 해도 돼서 좋아요(웃음)


- 음악판에서 정치를 많이 했었나요? (웃음)

하려다가 실패한 적은 많죠(웃음) 하려다 안돼서 절망하고 깽판 치고 이런 적 많아요 (웃음). 잔다리 페스티벌 같은 데서 사람들하고 못 어울려 외로워하고 (웃음)


- 그리고 또 어떤 계획?

9월에 기존 키라라 정규 앨범 3장을 리믹스, 리마스터해서 재발매하려고요. 각각 CD도 발매하고 묶어서 박스세트도 낼 계획이에요.


- 바이널이 나온 적 있나요?

없습니다. 그것도 그때 고려할까 하는데 저는 제 음악이 완전 디지털 음악이라 아날로그에 적합한지 모르겠어요. 저는 바이널 세대가 아니라 LP가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고 바이널에 대한 로망이나 욕심도 없고요.


- 그냥 팬들을 위한 상품으로 생각해요(웃음)

크니까 보기엔 좋죠, 예쁘고...


- 신보는요?

소품집 cts 시리즈는 작업물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나올 거 같고요 정규는 올해 어렵지 않을까 해요. 2018년에 정규 앨범이 나와서 3-4년 텀을 두고 내려고요. 그 사이에 리믹스, 소품집, 라이브 앨범 등 서브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싶어요.


- 키라라 기획의 시리즈 '그냥 하는 단독공연'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앞으로 몇 번 더하고 여름쯤에는 끝날 것 같아요. 2020년은 키라라가 좀 쉬어가는 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많이 보여줬다면 올 해는 향후를 위해 충전하고 쌓아가는 해일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요즘 어떤 음악을 많이 듣나요?

밴드 '오칠(57)' 많이 들어요. 음악도 좋고 사람들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히사이시 조...어쿠스틱 피아노의 선율에 빠져 감동받고 울기도 하고요.


- 히사이시 조는 의외이긴 하지만 저는 키라라가 전자음악만 듣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자음악만큼 다른 음악도 폭넓게 들을 거라 예상했어요.

전자음악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잘 안 나와요. 비트가 강한 올드 스타일의 컴프레서 빡빡 눌린 시끄러운 음악이 이제는 안 나오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나마 최근 Justice가 비슷한 음악을 내서 다행인 것 같고요.


- 키라라는 힙합이나 블랙뮤직의 엇박자나 백비트 스타일의 음악은 취향이 아닌가 봐요. 저는 앞으로 키라라 음악이 변한다면 템포는 느려지고 트렌디한 그루브의 레이드백 사운드로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오기로 그렇게 안 할 것 같아요(웃음)


- 그러면 아주 서정적인 쪽으로 갈 것 같은데...

네, 포크로 갈지도 몰라요. 포크와 일렉트로닉을 합친 포크트로니카 스타일로...아니면 실험적이고 싸이키델릭하거나. 밴드 협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요...


- 그렇군요. 오늘 인터뷰 수고 많았고요 3월 6일 공연도 기대할게요.

네 고맙습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


-




작가의 이전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인터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