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위치한 AMUSE SHOWROOM에 들어서면 <어뮤즈>의 비건 키워드를 색으로 느낄 수 있다. 인테리어와 패키지, 소품까지 전반적으로 연분홍색 바탕에 좀 더 쨍하고 팝한 핑크색과 초록색을 포인트로 활용했다. 거기에 아주 한정적으로 활기 넘치는 다른 컬러를 사용하였다. 채도가 낮은 분홍색을 사용함으로써 철학에 대한 부드럽고 진중한 느낌이 베이스로 깔리고, 초록색을 통해 ‘채식’의 메시지, 다양한 컬러를 통해서는 활기찬 젊음의 메시지가 시각적으로 들려온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렬된 어뮤즈의 분홍색 플라스틱 케이스를 보고 있으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화장품 장난감을 현실 크기로 확대해 놓은 것 같다. 특히나 어뮤즈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쿠션 패키지에 귀여운 스티커를 부착하는 ‘쿠꾸(쿠션 꾸미기)’가 인상적이었다. 파우치에 들어 있는 수많은 화장품 중에서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귀염뽀짝한 나만의 쿠션을 본다면, 어떻게 이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소 연령층이 어린 친구들이 가득한 쇼룸은 브랜드의 메시지와 타깃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일치되는 장소이다.
브랜드의 요소는 다양하다. 브랜드 네임, 슬로건, 키컬러 등. 당연히 이 모든 게 같은 브랜드에서 나왔으니 같은 흐름대로 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따로 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활기참’, ‘비건’이라는 키워드와 타깃인 ‘젊은 세대’는 자칫하면 멀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이들을 한 공간에서 합치시켰다. 그것도 매우 센스 있게. 브랜드 운영자가 시대와 타깃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 아닐까. 아뮤즈는 브랜드 메시지와 가치를 벽면에 가득 써놓는 대신에 컬러와 패키지, 이벤트와 네이밍으로 느껴지게 하는 브랜드이다. 설명 한 줄 읽지 않아도 쇼룸을 체험한다면 아뮤즈의 비건주의, 활기참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남에 이런 브랜드를 하나 더 찾아보자면, 당연 국내 1세대 스트릿 편집샵, <카시나(Kasina)>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벤트로 레트로 감성을 담은 ‘카시나 수퍼’ 부스가 세워져 있었다. 부스 외부는 옛날 장판이 깔린 평상부터 때가 탄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쇠 창문틀로 꾸며져 있었고, 내부에는 정말 그 옛날 수퍼마켓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된 껌과 사탕 제품부터 오래된 국수와 세제, 비누까지 각양각색의 옛 생활용품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던 에어쉽이 제품 사이에, 사진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었다. 숨은 조던 에어쉽 찾기를 하듯이 부스 곳곳에 제품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통해 조던 에어쉽이 탄생했던 시기를 그 시절 한국의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신발 브랜드를 잘 모르기에 카시나의 매력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방문자들을 관찰하는 것을 택했다. 스쳐 지나가는 짧은 시선 사이에 반짝이는 눈빛과 설렘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예쁜 신발을 발견하고 제품을 한참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기운. 그 이유가 궁금하여 제품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니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었다. 매력적인 워커 쉐입에 짙은 블랙컬러, 포인트로 들어가 있는 노란 스티치. 이미 아는 사람은 이 말만 들어도 알 것이다. 바로 닥터마틴. 워커를 한참 살펴보고 가격을 확인하고, 인터넷 가격비교를 해본다. 이 워커를 어떻게 코디할까 상상을 펼치는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에너지가 나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랑하게 되는 제품을 모아두는 것. 이게 바로 이곳의 비기였구나!
마당에 위치한 수영장이 인상적인 <콘하스>는 주택을 개조한 카페이다. 비주얼이 남다른 콘하스의 음료를 들고 카페에서 제공하는 돗자리에 앉아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피서지에 온 기분이 든다. 나무 그늘 사이로 햇빛을 받다, 더우면 바지를 걷어붙이고 수영장에 발을 담가본다. 보랏빛 음료를 들고 한 껏 들뜬 기분을 담아 사진을 실컷 찍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수영장 하나로 이렇게나 들뜨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문득, 언제 이런 시간을 보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수영장을 즐기기 위해 너무나 긴 과정이 필요하다. 수영복을 고르고, 다이어트를 하고, 무너지지 않는 화장을 준비한다. 수영장에 가서도, 뛰어들기 전에 인생샷을 남기는 게 먼저다. 우리는 수영장 하나에도 너무 많은 것에 얽매여 우리 손으로 즐거움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아이들처럼 뛰어놀면 그만인 것을.
그런 면에서 콘하스 수영장은 어른들이 쉽게 다가가고 쉽게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정말 기발하다. 고려할 게 너무 많은 어른들에게 아주 가볍게 발을 담가보라고 제안하고 있다. 아이처럼 마음껏 첨벙거리며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콘하스가 어른들의 놀이터라면, <킨키로봇>은 그야말로 추억이 가득 묻은 어른들의 장난감 천국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킨키로봇 매장에서 들어서면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베어브릭이 맞이하고 있다. 가지런히 배열된 각양각색의 베어브릭은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디스플레이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이즈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소재도 투명한 것부터 유광, 무광 혹은 벨벳으로 가지각색이었으며, 아티스트와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한 베어브릭 등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제품들이다. 제품을 보다 보면 아티스트 한정판에 소장욕이 올라오기도,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 미니어처를 보며 반가운 마음에 하나 집에 사들고 갈까 싶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갈 힘을 갖고 있었다. 어릴 적 장난감은 새로운 세계로 떠나기 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도구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스스로 상상하기보다 아티스트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구매함으로 세계의 창조와 확장을 대체하고 있다. 슬프지만 그것이 어른들의 장난감이 갖는 의미와 즐거움이다.
매장 안쪽에 비치된 스폰지밥, 톰과 제리, 스누피 캐릭터들, 우리가 너무나 사랑했던 콘텐츠들. 이들을 피규어로 소장함으로써 즐거움을 얻은 어른들.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이라는 점이 조금은 슬픈, 그럼에도 우리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장난감의 천국, 킨키로봇이다.
스타벅스하면 초록색, 맥도날드하면 노란색 바탕에 빨간 포인트. 두 브랜드에서 다른 색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인식되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Key-color’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남베르그>와 <로얄멜팅클럽>은 컬러를 가장 잘 사용한 브랜드이다.
한남베르그는 오렌지 컬러를 사용하여 매장의 활기차지만 센스 있는 감각을 잘 살렸다. 매장 외벽에 설치된 깔끔한 텍스트로고 현관판부터 매장 선반과 집기, 소품이 모두 오렌지 컬러로 맞춰져 있다. (심지어 Sold out 표기용 마스킹 테이프도 오렌지색이었다.) 활기찬 분위기에 곳곳의 백색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세련된 감성을 더했다. 오렌지 컬러에서 오는 활기참이 필기체 로고와 메뉴판에도 스며들어있고, 입구에 설치된 오렌지 색 아이맥으로는 여러 필터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 일행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고는 베르그의 달달한 아이스크림 메뉴들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한남베르그에 머무는 동안 활기찬 우리들의 스토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브랜드 키컬러를 통한 컨셉을 경험하고 있는 증거이다.
체험하는 고객 참여로 브랜드의 활기를 더하는 한남베르그와 달리, 지금 소개할 <로얄멜팅클럽>은 더욱 뚜렷하고 강렬한 컨셉으로 고객이 완벽한 이방인 또는 완전한 주인공이 되는 극단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장 전체에 키컬러인 핑크를 인테리어와 요소마다 세부적인 공간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했다. 벽과 가구는 부드럽게, 포인트 요소는 좀 더 강렬한 채도를 사용했다.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외벽과 가구들, 패턴 무늬 벽지는 마치 바비 인형 집에 들어온 듯한 풍경을 구현해 놓았다. 너무 짙은 컬러 사용과 컨셉 때문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컨셉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여자들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꿔왔던 로망을 실현해 놓았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이 파격적인 컨셉의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기도 하다.
같은 층 안에서도 영역별로 인테리어를 조금씩 변경하여 벽, 천장, 조명, 가구와 소품까지 완벽하게 인형의 집을 구현하고 있다. 때마침 영화 ‘바비’가 개봉했던 때라 매장 한편에 바비와 콜라보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나 패키지는 핑크. 마치 바비가 원래의 집을 찾은 듯한 자연스러움은 로얄멜팅클럽이 여자들의 어린 시절 바비와의 추억을 매장 전체에 잘 녹여놓았기 때문이다. 핑크색 엔틱 가구를 보자마자 여전히 바비 드림 하우스를 떠올리는 것처럼.
여유와 고급스러운 한남동에서 컬러로 이미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한남베르그와 로얄멜팅클럽은 브랜드의 컬러사용에 대한 대표적인 좋은 예시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매장들은 하나같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깊이와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한남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 깊이를 더하는 브랜드들에 맞서 브랜드의 뚜렷한 색과 메시지로 자신들의 컨셉을 제안하는 브랜드까지. 한남의 다채로운 매력을 직접 경험하며 지역과 브랜드의 컨셉을 다양하게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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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본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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