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마다의 특징과 매력이 넘치는 한남동에서 살아남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차별화된 무기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오늘 소개할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명확한 컨셉으로 고객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브랜드들을 방문하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그 매력을 살펴보려고 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에그슬럿>은 고급 패스트푸드점 같은 느낌이다. 웅장한 매장 규모 때문도 그렇지만, 블랙의 키컬러를 사용한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한다. (로고뿐만 아니라 벽, 소파, 테이블의 테두리까지 검은색이다!) 햄버거 가격도 비교적 고가로 책정되어 있는데, 매장 내 비치된 리플릿이나 홈페이에 담긴 ‘동물 복지 계란’, ‘파인다이닝 정신을 계승’ 등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하이엔드 포지션을 엿볼 수 있다.
신선한 달걀을 메인으로 한 싱싱한 채소와 재료, 도톰하고 따뜻한 패티는 에그슬럿이 추구하는 하이엔드의 가치를 잘 담아낸 지점이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몽글한 계란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들, 육즙 가득한 패티에 화룡점정인 치즈와 소스들이 짜고 단 미국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누구나 먹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미국 음식의 자극적인 맛을 대표하고 있구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의 시작은 가장 익숙하고 좋아하는 입맛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에그슬럿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스들을 사용하여 가장 익숙한 미국 맛을 표현한 것처럼.
한남의 맛집 골목에 들어서면 곳곳에 웨이팅 중인 대기자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대기줄을 피하기 어려운 <PIZZERIA D’BUZZA(부자피자)>. 쉬지않는 화덕과 정갈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 식탁에 보이는 화려한 비주얼의 이탈리아식 피자와 그 음식을 즐기고 있는 손님들. 인테리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부자피자를 이루는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일관되게 갖춰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맛이다. 포장해온 피자박스를 여니 토마토소스가 오일과 함께 풍성하게 올라간 루꼴라와 피자도우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한 조각을 반으로 접어 한 입 베어 문 순간, 흘러나오는 감탄. 정말 맛있다. 도우는 쫀득하고 신선한 재료는 풍성하게 입안을 채운다. 이 브랜드의 다양한 요소를 파악하려 애쓰지 않아도 이 브랜드의 중심에는 맛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는 부자피자의 핵심인 진하고 풍성한 이탈리아의 맛에서 나오고 있다.
부자 피자를 넘어 조금 더 깊숙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우육미엔> 매장을 발견할 수 있다. 빨간 건물로 들어서면 인상적인 벨벳의 노란 커튼을 거쳐 한문 간판이 ‘대만’을 물씬 느껴지게 한다.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하는데(우육미엔의 가격이 8,500원, 새우어향가지가 8,000원), 음식 퀄리티는 대만의 친근한 노상 매장으로 형성되어 있고, 인테리어는 고급 레스토랑의 포인트가 접목되어 있다. 아마도 우육미엔의 포인트는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하는 대만의 맛이 아닐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음식 퀄리티를 조금 높여 인테리어와 동일한 포지션으로 올려둔다면, 대만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국적인 매장들이 즐비한 한남동에서도 ‘한국’이라는 키워드로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있다. 그중 <나리의 집>과 <바다식당>은 본투비 한국매장의 모습으로 한남에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대패삼겹살로 유명한 나리의 집은 이태원도 한국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너무 맛있게 먹었던 피자와 햄버거로 배가 부른 데도 여지없이 들어가는 김치와 삼겹살의 조화.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언제부터였는지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세월이 그대로 담긴 매장과 간판, 옛 스타일의 메뉴인 냉동 삼겹살과 상추, 파절임, 계란찜으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상차림 등 모든 것이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베이직이다. 익숙한 것이 무섭다고, 나리의 집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인은 단연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바다식당은 양배추와 소시지 햄으로 만들어진 부대찌개인 존슨탕이 메인이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부대찌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재료들인데, 사장님이 독일 이민 시절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든 부대찌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에 이색적이면서도 익숙한 맛이 독특하게 매력적이다. 친숙한 부대찌개를 새로운 맛으로 구현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출입구에 달려있는 끝없는 유명 인사의 방문 기록이다. 최소 20년 전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유명 인사의 방문기는 이 매장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경험 후기에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나 익숙한 두 매장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브랜딩이란 ‘자기다움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가’, ‘브랜드의 자기다움으로 어떻게 타깃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가’ 이 2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나리의 집과 바다식당은 가장 강력한 브랜드 후보라고 생각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해 온 ‘자기다움’을 가지고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을 제공하여 꾸준히 사랑받아왔다는 것이 가장 브랜딩에 부합하는 요소가 아닐까.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매장도 아이템도 브랜드도 포화상태인 지금, 우리는 더 새롭고 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런 시대에 익숙한 것, 가장 기본적인 메뉴로 살아남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강력한 브랜드라는 증거라는 생각이든다.
<빠르크>와 <난포한남>은 한국의 음식을 브랜드의 메시지로 해석하여 제공하고 있는 브랜드로, 두 곳 모두 한식을 한 끼의 정갈하고 모던한 식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빠르크는 양식전문점이래도 어울릴 듯한 깔끔한 화이트 톤의 공간에서 제육볶음, LA갈비 등 다소 익숙한 한식메뉴를 제공한다. 메뉴를 담은 식기는 유기를 사용해서 한 끼의 식사도 정성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반면, 난포한남은 제철회묵은지말이, 돌문어간장국수처럼 다소 지역특산물 요리로 느껴지는 메뉴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문한 음식의 재료들이 매우 정성스러운 비주얼로 담겨 나와 신선하고 값진 식사를 하고 있다는 걸 눈으로도 입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의 식사문화는 하나로 다 같이 나눠먹는 찌개, 풍성한 밑반찬이 익숙하지만, 빠르크와 난포한남은 음식을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담아내어 ‘한 끼’의 식사가 좀 더 의미 있고 집중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왕족으로 대접받는 정성스런 수라상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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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본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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