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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일린 Mar 04. 2024

일, 가정, 삶 - 그 우선순위에 대하여

일과 가정, 그리고 삶 전반에서 “우선 순위”(priorities)를 명확히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더할 것’ 보다 ‘안할것, 덜할 것, 내려놓을 것’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더 중요하며,

이에 따른 trade-off를 감당하면서도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가족이 나에겐 제일 우선 순위야!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나는 뭘 내려놓을 수 있는지.

정말 사람의 가치관은 ‘뭘 내려놓는지’에서 판이하게 갈리는 것 같다.

 

땡기지만 덜 먹을 것과,

만나면 즐겁지만 자주 못 보는 사람들과,

재미있어 보이지만 마구 얹었다가 끝을 못볼 것 같은 일들을,

숙고해서 발라내고 ‘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점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는.

특히 나처럼 비루한 체력과 제한된 에너지 캐파를 가진 사람들은 더더욱.


20대와 30대에 걸쳐 내 우선순위는 거의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어떻게 주어진 일을 끝장나게 잘 해낼 것인가‘ 였던 것 같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전체 결과물을 책임지게 되고, 큰 기업의 회장님 사장님 아니면 수백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이 일을 잘해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 아니 적어도 욕먹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나를 압도했고,

내 대부분의 시간은 실제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여러 가지 일에 쓰였다.

가족과 친구가 중요하다고 늘 얘기했지만 음.. 실제 그들에게 쓰이는 시간은 어떤 잉여도 허락하지 않고, 딱 bare minimum 만 투여되었다.

특히, 친구들과 밥까지는 (허겁지겁) 먹고 다들 커피 마시러 갈 때 혼자 일어난다던지,

엄마 생신에 고향에 내려가진 못하고 두둑한 용돈 송금으로 해결한다던지.

아이 학교 행사에 하이힐과 까만 정장으로 나타나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고 다시 회사로 달려간다던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인생에는 이른바 ‘양질 전환의 법칙’이란 것이 적용되는 면이 있어서,

사실 2~30대에 걸쳐 가족과 친구들과의 농도 있는 기억은, 많이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선 순위에 대해 완전 다시 생각한다.

커리어 정점은 이제 시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이제 애도 컸고 하니 다 할 수 있다고 얘기들 하지만,

아쉽게도 에너지 레벨과 체력이 남들같지 않은 상황에서, 나의 우선 순위는 그 누구보다 더 단호할 수 밖에 없다.

점점 줄어들어갈 수 밖에 없는 체력, 시간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남은 인생에서 더 즐기고 싶은 영역에 단호하게 우선 순위화를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10년은

내 아이를 건강하고 현명한 성인으로 키워내고,

점점 노쇠해 지시는 부모님과 (슬프지만 마지막으로) 행복한 기억 많이 만들고,

좌뇌 뿐 아니라 문학, 미술, 역사, 여행 등으로 우뇌와 오감을 깨우는.

그런 삶에 좀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싶다.

이를 위해 내려놔야 할 것이 ‘커리어 에베레스트 오르기’라면, 기꺼이 내려놓고, 둘레길 산책을 나서겠다.


나의 인생 스테이지 마다 우선 순위가 조금씩 바뀌지만,

종합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모여 나를 균형있게 성장시키고, 내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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