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하는 다이어트 도전기
결혼 전에는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이 먹어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날씬한 체형이 저절로 유지가 되었다. 158cm에 45~46kg, 많이 나가봤자 47kg이었다.
결혼하고 첫째를 낳았다. 만삭에 56kg이었는데 아이 낳고 100일 만에 회사에 복직하니 49 kg가 되었다. 그럭저럭 봐줄만했기에 다이어트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러다가 둘째를 낳고 나서는 몸무게가 줄지를 않았다. 모유수유할 때엔 52kg 정도를 유지했지만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좀 먹기 시작하니 55kg~56kg을 왔다 갔다 했다. 첫째 만삭 때 몸무게였다.
이 상태로 7~8년간을 지냈다. '다이어트해야지'라는 말을 입에만 달고 살았다. 결혼 전보다 10kg나 쪘지만 독하게 다이어트가 되지 않았다.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운동은 죽기보다 더 싫었다.
언젠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난 도서관에서 공부는 두 시간 할 수 있어도 운동은 절대 못하겠다고 하자 그 친구는 반대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믿으며 그 뒤로 운동은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안 먹는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적이 있으나 배고픔에서 오는 짜증이 아이들과 남편에게로 고스란히 갔다. 그 후로 다이어트는 말로만 했었다.
그랬던 내가 최근 한 달 만에 식단과 운동으로 4kg을 감량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한 달간의 다이어트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1.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계기
20대 시절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며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가 결혼 후 8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져 출산을 했다.
최근 친구 아이가 100일 정도 되어 아이 보러 친구집에 갔었는데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출산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몸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뱃살하나 없이 아이 낳기 전으로 완벽히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아이가 잘 때 죽기 살기로 운동을 했다고 한다.
나는 첫 아이 낳고 10년이 넘도록 불어난 살을 못 빼고 있는데 친구는 3개월 만에 완벽히 예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너무 부럽고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2. 처음에는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 공복 적응하기
친구 말이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진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공복에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다. 걷기 정도는 한 적이 있는 것 같으나 그마저도 힘들어서 오래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내가 바로 공복에 운동을 한다면 쓰러지고 말 것이다.
우선 아침 공복 상태에 적응해 보기로 했다. 어디선가 살을 빼려면 처음에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친김에 18:6 간헐적 단식도 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먹지 않았다.
저녁을 6시 이전에 먹는 것은 어찌어찌할 만했다. 그러나 아침 공복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시곗바늘을 누가 잡고 안 놔주는 것처럼 시간도 안 갔다.
그래서 아침 공복 시간을 아주 바쁘게 보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다는 핑계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무언가 집중을 해서 그런지 금방 12시가 되었다.
그렇게 처음 며칠을 물건정리를 하며 보내니 어느 정도 아침 공복이 적응이 되어갔다. 배가 고프지만 참을만했다. 진짜 너무 배가 고픈 날에는 11시에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아주 가끔.
3. 공복 유산소 운동
아침 공복이 적응이 되니 슬슬 운동이 하고 싶어 졌다. 신기한 일이다. 운동은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운동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무슨 운동을 할까 하다가 혼자 홈트나 걷기를 한다면 틀림없이 실패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집 근처 체육센터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았다.
살이 빠질만한 운동인데 시간도 맞는 것이 스피닝뿐이었다. 월 수 금 주 3회.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등록했고 그렇게 스피닝을 시작했다.
스피닝은 스핀바이크를 서서 타는 운동이다. 그냥 실내자전거랑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날 수업에서 내 예상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사이키 조명 아래 음악에 맞추어 스핀바이크를 서서 타며 안무도 한다.
당연히 첫날은 서지도 못했고 그렇게 몇 번의 수업 끝에 간신히 서서 탈 수 있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자 어느 정도 박자에 맞추어 서서 바퀴를 굴릴 정도는 되었는데 아직 상체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차차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공복 유산소 운동 때문인지 간헐적 단식 때문인지 첫 주만에 1.5kg 정도가 빠졌다. 며칠간은 매일 몸무게가 빠지기도 했다. 신이 났다. 운동을 하니 일상에 활력이 생겼고 다이어트 의지가 불타올랐다.
4. 다이어트 식단으로 먹기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느새 운동으로 채워졌고 또 어느 순간에는 다이어트 식단, 다이어트 레시피, 등등이 올라왔다. 다이어트 식단 레시피를 보고 있으니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다이어트 전에는 다이어트 식단 챙겨 먹는 사람들을 보며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니 먹는 것도 단백질 위주로, 저 칼로리로 먹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유명 요리 유튜버들의 레시피를 따라 이것저것 만들어서 먹어보았다.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것이 단백질 위주고 간도 세지 않다 보니 밍밍할 수 있다. 그러나 공복 운동이 끝난 후 처음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다 맛있었다. 먹을만했고 먹고 나서도 부담이 없었다.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식단까지 바꾸고 나니 체중이 한 달 만에 4kg이나 줄었다. 또 점심 식후 몰려오던 피로감도 싹 사라졌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운동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은 덕일 것이다. 거기에 배도 많이 들어갔다.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더 해보아야겠지만 왜 40이 넘은 이제야 운동하고 다이어트할 생각을 했는지 정말 후회된다. 30대에 살을 뺐더라면 젊을 때 더 예쁜 모습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왜 살을 빼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확신이 없어서였다.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니 의지가 없어지고 실패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를 보니 아이 낳고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복 유산소 운동과 간헐적 단식의 과학적인 효과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하니 내가 하는 방법에 더더욱 믿음이 생겼고 한 달 동안이나 지속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식단과 운동도 꾸준히 지속할 것이다. 살을 빼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이제는 내 몸이 건강해지는 행복한 습관이 되었다.
현재는 51kg이고 목표는 46kg인데 과연 그날이 올까? 몇 달 뒤 내 모습은 어떨까. 너무 기대가 된다. 몇 달 뒤 46kg까지 감량해 후기를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