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며

by 수빈

오랫동안 방치했던 브런치를 다시 열었다. 오랜 꿈이던 에디터가 되고 싶어 글쓰기의 내성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새 일과에 밀려, 또 다른 꿈들에 밀려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도시도, 사람도, 일도.


하루하루 쌓이는 현실의 무게 앞에서, 한 줄의 문장을 붙잡는 일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멀어진 글쓰기가 언젠가부터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최근의 나는 조금 다른 언어들을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전공 수업을 들으며 기술과 예술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작업실에서는 세라믹을 다루며 손의 감각을 단련하고 있다. 동시에 영상 제작과 글쓰기, 기획 일을 병행하며 전혀 다른 리듬의 세계들을 오가고 있다.


낯선 것들 속에 몸을 담그다 보면, 여전히 부족하고 서툴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쌓인 감각들을 오래 붙잡고 싶어졌다.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흩어지는 것들을 글로 묶어두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시 책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오래 미뤄두었던 책들을 하나둘 꺼내며, 읽은 문장들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독서 트위터도 새로 열었다. 대구의 카페 유락에서 운영하는 ‘모각집’ 5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글을 쓰는 몸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묵혀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듯, 다시 쓰기 시작한다. 오래 걸려도 괜찮다. 한 문장씩이라도, 나를 회복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다시, 브런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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