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을 읽고

구병모, 『절창』

by 수빈

구병모 작가의 신작 『절창』은 끊임없이 ‘읽기’라는 행위와 그 불가피한 오독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늘 상대의 마음을 왜곡 없이 읽고 싶어 하지만 그사이에 곡해가 끼어들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소설 속 관계 또한 독서 교사인 화자를 거치며 때로는 와전되고, 때로는 생략된다. 내가 읽고 이해한 그들의 이야기가 정확한 것인지 혹은 어디쯤의 언저리에 머무는 것인지, 나 자신이 어떤 색안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그 의심과 고뇌 속에서 타인을 읽는다는 행위가 지닌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타인을 읽는 일은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왜곡은 언제나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온전히 읽어 내고자 하는 마음, 동시에 나 자신이 왜곡 없이 읽히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언젠가 내 상처를 기꺼이 열어 상대에게 내 온전한 마음을 꺼내 보이고 싶다는 충동,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언제나 균열을 품고 있다. 그 틈은 두려움이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균열은 결핍처럼 보이지만 그 틈을 통해서만 상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은 결국 금이 난 면을 껴안고, 무너짐조차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다. 『절창』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베인 상처’처럼, 상처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이자 사랑이 실재했다는 증거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서 타인을 읽는 일이 가능할까? 그리고 왜곡을 감수하면서도 서로를 읽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을 내주는 용기를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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