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과, 『그린 레터』
황모과 작가의 『그린 레터』는 얼음산국의 차갑고 황폐한 땅 위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 비티스디아를 따라간다. 잎맥에 새겨진 문장은 언어를 잃은 자들의 숨결이자 망각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다. 주인공 이륀은 증조부 푸룬이 남긴 전통을 이어 비티스디아의 해독키를 찾아 나서고, 그 길에서 발루와 로밀야,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맞닥뜨린다. 개인의 삶은 곧 민족의 기억과 겹치고, 한 사람의 상실은 곧 세대와 세대를 잇는 긴 서사가 된다.
읽는 내내 나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사랑의 서사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말과 고향, 뿌리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이자 동시에 모든 것을 꿰뚫고 솟구치는 사랑의 이야기였다. 버려진 땅에서도 기어이 피어나는 씨앗처럼 사랑은 언젠가 반드시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이 페이지마다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 소설은 우리 민족의 과거와도 겹쳐지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투쟁의 현재와도 닮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모든 상처의 중심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언어를 되살리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떼게 하는 힘이다.
『그린 레터』는 결국 말한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잎맥 속에, 기억 속에, 그리고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푸른 빛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사랑을 딛고, 세대를 건너 더 먼 길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