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by 수빈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은 거대한 싱크홀 이후 세계를 무대 삼아 초능력을 지닌 존재들의 갈등과 음모,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언어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신입 수사관 윤서리는 사건의 중심에서 경선산성을 이끄는 정여준과 마주하고, 수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를 살려 내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선택을 거듭한다. 파쇄자, 정지자, 복원자. 부수고 멈추고 다시 돌리는 능력들의 충돌 속에서 이야기는 끊임없는 회귀와 반복, 희생과 고백의 무늬를 새겨 간다.


그러나 이 소설이 빛나는 순간은 능력의 설정이나 서사의 반전이 아니라 끝내 사랑을 언어로 견디고자 하는 집요한 힘에 있다. 음모와 배신, 죽음과 절망이 수없이 가로막아도 윤서리가 되풀이하는 행위의 본질은 단 하나,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려는 마음이다. 『돌이킬 수 있는』은 초능력의 장치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무한히 변주하며 다시금 되새기는 노래다. 그 언어들은 서로 부딪히고 흩어지며, 끝내 믿음을 전한다. 사랑은,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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