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읽고

피에르 베르제,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by 수빈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몇 년 전 영화로 먼저 접했다.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난 뒤, 피에르 베르제가 남긴 이 일기 형식의 책은 처음에는 무덤덤한 기록처럼 다가온다. 함께 모은 작품들을 경매에 부치고,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생전에 함께 갔던 잘츠부르크에 다시 가는 일상들. 연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사람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잘 알지 못한다.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심지어 반려동물조차 떠나보낸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 읽을 때에도 처음에는 담담히, 영화를 보던 때처럼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줄의 문장 앞에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찾아왔다. 참다 못해 터져 나온 그리움, ‘너무 보고 싶다’는 고백이었다. 그 한 줄의 일기에 담긴 무게가 얼마나 크고 깊었을까. 차마 다 담아내지 못한 한숨이 페이지 너머로 전해졌다.


나는 그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에서 먼저 떠나고 자신만 홀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일까. 감히 다 알 수 없지만, 그 외로움의 크기를 잠시나마 상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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