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를 읽고

김청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by 수빈

김청귤 작가의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는 제목만으로도 낯설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그러나 책장을 열면, 그 세계는 생각보다 은은하게 잔잔한, 하지만 별다른 감정 동요가 없이 무던한 결로 흘러간다. 마치 깊은 우주의 흑암 속을 천천히 건너는 듯, 이야기는 큰 파동 없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은하향초’ 가게의 향이 은근히 스며드는 듯하다. 각 사연은 별빛처럼 희미하고, 떠나간 존재와의 재회는 불꽃처럼 눈부시지만 이내 사그라든다. 감정이 폭발하거나 격정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대신 손끝에 스치듯 남는 기억과 세세한 위로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는 상실과 그리움, 작별이라는 무겁고 보편적인 주제를 SF적 상상력과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김청귤은 크고 극적인 갈등이나 화려한 사건보다, 작은 사연들의 연쇄가 만들어 내는 울림에 주목한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독자에게 극적인 카타르시스 대신 고요한 위로를 남긴다. 한 번의 재회가 모든 상실을 치유하지는 못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지닌 온기는 은하의 잔향처럼 오래도록 마음속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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