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말 오늘도 일단 보류하자.
"고민은 언제 사냐만 늦출 뿐이에요~! 빨리 지르시죠?"
같이 캠핑을 다니는 분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다.
한번 눈에 무엇인가 들어오면 시든 때도 없이 생각난다.
인터넷을 보다가도 갑자기 찾아보고,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더 나을까 했던 고민을 또 한다. GPT에게 몇 번을 물었나 모르게 다시 물어본다. GPT는 친절하게 비교를 해주지만 난 정독을 할 뿐 곧 다시 물어볼 거다.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주제가 좁아짐을 느낀다. 퇴근 후 주어진 몇 시간 만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피동적으로 그냥 쉬거나 인터넷 글들을 읽거나 영상을 보며 그나마 시간도 허비한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아이 중심으로 살다 보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쏟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물질적인 소유를 갈망하는 것일지 모른다. 일하며 삶을 보낸다는 것에 대한 보상을 채워야 하니 말이다.
충동은 정말 뜻하지 않은 데서 갑자기 찾아오고, 처음에는 에이~ 있으니까 그냥 좀 더 쓰자 하다가, 이건 좀 다르니까? 기능이 좋으니까.. 에이 이 정도는 살 수 있잖아? 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일단 카드로 지르고 본다. 사고 싶다는 것들 중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거의 없다. 부족함이 없는 시대니 말이다. 요즘 내가 사고 싶은 것은 갤럭시 버즈다. 물론 난 헤드폰이 하나 있다. 근데 가지고 싶다. 그리고 방금 말한 이유로 자신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왔듯 그 설득에 굴복하는 날 카드를 긁을 것이다.
그래. 어차피 살 거면 좀 가치 있게 사보자.
뭔가 목표를 정하고 이루면 사는 것도 좋다. 그 물건과 연관이 있으면 좋다. 해본 일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목표는 체중조절이었다. 매일 식단 관리와 틈틈이 운동을 하며 몇 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줄였다. 그리곤 젊을 때 입던 사이즈의 보드라운 소재의 바지를 샀다. 겨울에 입을 도톰한 재킷도 샀다. 옷이 없지 않은데 계속 사고 싶은 소재와 브랜드의 옷이었다. 잘 입고 다닌다.
문제는 우린 목표를 정하고 타협을 한다는 점이다. 일단 산 다음에 하자고 말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워치를 사서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거나, 자전거를 사서 자전거를 타는 취미를 갖겠다거나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르기 먼저 하면 당연히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참고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래서 무선 이어폰은 오늘도 일단 보류다. 사야 할 이유가 없다.
싸다고 사고 신제품이라 사는 건 조금 미루는 게 좋은 것 같다. 기다리다 사면 더 애틋하고 가치 있을 테니까. 내가 내게 마음껏 선물을 줄 수 있는 생일날까지 참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