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버릴 수 있는 것

by 아인

무언가 특별해지고 싶다면, 노력해야 한다.

최근까지 나는 꿈을 향해 느리긴 해도 노력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살기 위해 바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할만큼은 했다고.


어제 우연히 프로그램을 봤다. 평생 이름 석자가 기억되지 못한 무명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오갈 데 없는 눈, 그만큼 처절한 노랫소리가 귀를 끌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았다.

심사위원들의 다정한 평가, 서로가 견제하기보다 그저 자기 무대를 가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만큼 마음이 날카롭게 베였다.


저 사람들의 반도 안 하면서 뭘 이루겠다고 말하니?

나 자신을 안일하다 채찍질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다른 생활을 버리면서도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얽힌 노래는 아름다운만큼 아팠다.

나는 저 사람들이 버린 한 것 처럼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다른 생활을 버리지 못했다. 그만큼 아팠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버리면서 무대에 올랐을까.

돈, 시간, 젊음, 자존심, 얼마나 많은 것을 버렸을까.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하면서 골병이 들면서, 밤무대에서 고개를 숙여가며 무대를 준비한 그들을 보며 자신을 내려보기도 힘들어졌다.

저렇게 해서 무대 단 한 번, 주어진 무대 단 한 번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것도 버리지 않고 성취를 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난 아직까지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한 적이 없었다.

부끄러운 인생이다.


아직도 나는 무대에 서고 싶다.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나도 더 많은 것을 투자하고 싶다.

늘 언젠가 해내겠다는 말 뿐인 부끄러운 삶으로 마감하고 싶진 않다.

보통사람으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다.

정말 내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모른다기보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무언가 포기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내 일상을 지켜야만 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이들이 있다.

버릴 수 없는 것들, 상처를 주면 안 될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어떤 것을 버려가며, 어떤 것을 희생해가며 나는 무대를 준비해야 할까.


무대를 준비할 수는 있을까?

꿈을 꾸는 것, 높은 것을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 희생을 할 각오가 있는 티비 속 저 멋진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꿈을 이룰 무대에 오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사람인 걸까?

이렇게 어정쩡한 사람으로 꿈만 꾸며 살게 되는 걸까?


나는 부끄럽지 않게 무대를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는 걸까?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제물이 없었다.

나는 무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티비가 꺼지고 막은 내렸다.

나를 위한 무대도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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