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질투가 너무 많아서

by 아인

나만큼 세상에 질투가 많은 사람은 흔치 않다.

동생에게 질투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

티비 속 스타에게 질투하는 것도 모자라다.

여자친구에게 질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어떨 때는 길고양이에게도 질투심을 품는다.

또 다른 때는 길에 피어난 들풀에게도 눈을 흘긴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다. 모두 내가 가장 잘하면 좋겠다.

그냥 '잘하면 좋겠다'라면 그건 당연히 품는 마음이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그냥 '잘하면 좋겠다'가 아닌 '못하는 게 너무 싫다.'

정말 못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학창 시절 12년 동안 공 한 번 제대로 못 차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도 질투의 몫이 크다.

나도 공놀이가 하고 싶었다. 축구건 농구건, 야구건.

지금도 스포츠 리그를 보는 게 낙이고,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댄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나도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공을 잘 차지 못했다.


지금껏 공을 안 차본 사람이 잘하려면 얼마나 잘하겠나. 그냥 하면 되지.

근데 그 헛발질이 싫었다. 다른 이에게 밀려 공을 뺏기는 것도 싫었다.

돋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저렇게 눈에 돋보이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모두가 내가 못한다고 깔볼 것만 같아 참을 수 없었다.

못하는 게 너무도 싫어서,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워서 운동장에 있을 수 없었다.

큰 맘먹고 어머니가 사주신 축구화와 농구공은 먼지가 쌓인 채 재활용장에 버려졌다.


이런 질투심이 어린아이의 단 하루의 질투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크면 클수록 질투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물론 그 질투심을 밖으로 표출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가 자신에게 질투를 품는 걸 모른다.

나보다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는 여자친구의 노트가 보기 싫었다.

그 아이의 가지런한 노트필기를 보고 있으면 내 노트는 당장 어디 집어던져버리고 싶었다.

언제나 삼삼오오 모여 노래방에 가면 나 말고 다른 이들이 다 부러웠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 '네가 부럽다'라고 얘기하면 다들 유난이다. 잘하면서. 라며 넘기지만 진심으로 나는 같이 간 그 친구들의 목소리가 부러웠다. 나는 가지지 못한 그 목소리가 너무 부러워 내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질투심은 날로 부풀어올랐지만 어디에 짜증을 내며 풀지 않았기 때문에,

내 질투의 해소 방법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다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잘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공놀이를 포기했던 것처럼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눈꼴이 신 나머지 잘하려는 시도를 포기한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어설픈 모습이 다른 이에게 보이기 싫다.

'노력했는데 그 정도야?'라는 말은 더더욱 듣기 싫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그래서 아예 시도를 그만둬버린다. 노력하지 않았으니 누가 나를 보고 못한다 말할 사람도 없다.

언젠가는 잘할 거야라는 한심한 정신승리만 하며 내가 질투한다는 사실을 가린다.


그냥 난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내 질투와 열등감을 가린다.

노력은 저 멀리 차 두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안도한다.

얼굴만 가리면 안 보이는 줄 아는 강아지마냥 안도한다.


알고 있다. 언젠가 후회할 거라는 것.

해가 가고 나이가 한 살이 늘면 내 질투를 숨기기 위해 포기한 내 모습은 더 초라해질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임을 다시금 느끼게 될 것이다.

한 해 한 해 더 볼품없는 나를 마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질투를 그만두거나, 포기를 하지 말거나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질투하지 않을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걸까.

그 방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 찾으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자꾸 질투가 샘솟는다.

옆에 있는 쾌활한 직장선배가 부럽다.

스포티파이에서 흘러나오는 유투버의 노래실력이 부럽다.

게임 속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캐릭터들이 너무 부럽다.


오늘보다 나은 기회가 있었던 어제의 내가 너무 부럽다.

이런 질투를 포기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순수하게 노력하면서 기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질투를 그만둘 수 있는 사람들이 아리게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