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경 May 22. 2023

웅진 독서 지도사에서 대교 독서지도사로 다시 시작

그때만 해도 20대 중반이 되면 결혼해야 하는 나이였다. 내 주변 직장 동료나 친구들 내 또래 지인들이 20대 초반과 중반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아이들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경단녀로 세월을 보낼 때다. 노처녀의 반열에 오를 때쯤 30이란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남편만 믿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인 친구가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장학금을 받았다며 자랑을 했다. 동생에게 친구가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장학금까지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도 다녀”라며 내 손을 잡고 학교로 가서 등록 신청을 해 준다. 아들 7살, 딸이 6살이었는데 동생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친구 추천으로 ‘백천’ 스터디에 들어가 대학로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 덕에 4년 만에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할 때쯤 무엇을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학우 중에 한 명이 독서지도를 하는데 재미있다며 함께 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였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우의 추천으로 웅진 북클럽에 지원을 하고 책을 전달해 주면서 독서지도사 일을 시작했다.      

연령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한 달에 4권 읽게 한다. 그 후에 워크북 4쪽에 읽은 책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짧은 글쓰기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지만 깊이 있는 독서가 안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갈급함을 느끼며 좀 더 좋은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그때 함께 활동하던 선생님이 대교 솔루니에서 독서 전. 중. 후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이 좋다며 같이 지원하자고 한다.

그동안 가르치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서운했지만 더 나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새로운 독서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새로 선택한 독서프로그램은 정말 훌륭했다. 독서, 논술, 역사, 경제, 토론, 인문학 도서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이다. 대교의 연구진과 독서 전문가들이 만든 교재를 기반으로 선정된 도서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좋은 교재와 책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가르칠 학생들이 없다. 회사에서 학생을 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점의 홍보 지원과 더불어 스스로 홍보를 하여 학생들을 모집해야 했다.     


학생 수 0명에서 시작해야 했다. 회사 교육을 받고 회사에서 주는 DM자료로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허락을 하면 교재를 챙겨가서 상담을 하고 계약을 하고 학생과 수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이 싫다면 학교 앞이나 거리 홍보를 해서 문의가 들어오는 학부모를 만나서 상담한다. 호응이 좋으면 계약을 하고 수업을 했다.     


웅진에서 독서지도 경력은 있었지만 대교에서는 처음이다. 교재 파악도 해야 하고 수업 스킬도 익혀야 한다. 아들, 딸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여러 번의 무료 수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아들 친구 2명, 딸 친구 1명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팀을 꾸렸다. 그 친구들은 독서 수업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친구 집에 놀러 온다는 생각이었나 보다. 일주일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30분만 수업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다가 집으로 갔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3개월이 지나고 그 시간 동안 학교 앞 홍보, 집집마다 우체통 투함, 문 앞에 홍보지 붙이기, 길거리 홍보를 꾸준히 했다.     

하루는 근처 아파트 문에 홍보지를 붙이다가 경비아저씨에게 걸려서 붙였던 홍보지를 다 떼어야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문에 페인트 칠한 것을 모르고 홍보지를 붙였다가 칠 값을 물어주기도 했다.  

그 노력을 하늘도 아셨는지 4개월 차에 10명이 되었고, 6개월 차에는 30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독서 수업만 하던 학생이 논술 수업으로 단계가 올라가고, 책 수업만 하던 학생이 역사나 경제, 토론수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생겼다. 

여러 명이 같이 수업을 하자, 참여도도 올라갔다. 선의의 경쟁도 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독서 수업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고, 소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속마음을 터놓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글 쓰는 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다른 학원에서는 일방적인 수업이고, 숙제도 많고, 매일 테스트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가기 싫다. 그런데 독서 수업은 즐겁다.’며 절대로 그만두지 않겠다는 열혈 팬들도 생겨났다. 책을 잘 읽는 학생, 학교에서 글쓰기 상을 받아 오는 학생, 학교 성적이 쑥쑥 오르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를 가지고 분기별로 학교 근처 카페를 빌려 작품 전시회 겸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 갔다. 학생 수가 늘어 50명까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집에서 하는 수업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불편함이 많다.

식사를 제때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 방에만 있어야 해서 답답하다고 호소를 한다. 학생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가족들의 불만도 늘어났다.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수업을 늘리기 위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방법은 집에서의 수업을 자제하고 방문 수업을 시작했다. 또다시 홍보를 시작했다. 집과 가까운 아파트 지역을 선정해서 아파트 게시판 홍보, 무료수업 진행, 길거리 홍보, 수업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개 이벤트를 했다.     


일기 쓰기, 독서록 쓰기 등 초등학생 눈높이 맞춤형 글쓰기로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여 맞춤형 커리큘럼을 짜서 개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100명이 넘는 학생들과 수업하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난 프로 수강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