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단계들에서 판단은 계속 미뤄졌다.
성과는 확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리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으며,
실험은 반복되었지만 남지 않았고,
전략은 고정되지 않은 채 이어졌으며,
브랜딩은 나중의 문제로 밀려났다.
이 모든 과정이 누적된 뒤,
조직은 마침내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그래서 이게 왜 안 되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활동이나 결과를 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향한다.
누가 잘했는지, 누가 부족했는지,
어떤 역량이 모자랐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처음으로 명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역량을 묻는 질문은 다루기 쉽다.
평가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으며,
설명도 간단하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말할 수 있고,
다음에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질문은 빠르게 합의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앞선 과정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던 순간들,
선택이 남지 않았던 시간들,
결정이 계속 유예되었던 상태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는다.
대신 결과는 개인의 몫으로 정리된다.
이때 개인은 설명의 대상이 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왜 더 나아가지 못했는지를
사람의 능력과 태도로 해석한다.
조직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느낀다.
개인의 역량은 비교 가능하고 평가 가능하다. 그래서 조직은 빠르게 결론에 도달한다. 누가 부족했는지, 무엇을 더 잘했어야 했는지를 정리하면 문제는 설명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결론은 앞선 과정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던 순간들, 선택이 남지 않았던 시간들은 더 이상 다뤄지지 않는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조직은 사람을 바꾸는 방식으로만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원인이 특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해석은 많은 것을 놓친다.
앞선 단계에서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사실,
선택의 기준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상태는
개인의 역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사람에게 귀속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조직은 배울 수 없게 된다.
사람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만 남는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같은 상태는 다시 만들어진다.
무엇이 선택되지 않았는지,
어디에서 판단이 멈췄는지는 끝내 다뤄지지 않는다.
이 장에서 드러나는 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다.
문제가 사람에게 귀결되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이 반복될수록,
조직은 더 많은 사람을 평가하지만,
같은 문제를 다시 만나게 된다.
정말로 문제는 개인의 역량이었을까.
아니면 그 개인이 무엇을 결정할 수 있었는지는,
처음부터 정해지지 않았던 것은 아까.
그리고 이 질문을 더 늦기 전에 멈춰 세우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무엇이 같은 방식으로 반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