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풀어본 공정의 가치
대선 주자들이 핵심으로 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공정"이라는 가치일 것이다. 공정한 이미지로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사람이 자신의 고등학생 딸을 논문의 제1 저자로 등록하여 의전원에 보낸 사실은 무엇이 공정함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연 기초생활 수급자인 사람이 자신의 딸을 대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록하여 의대를 보낼 수 있을까? 그녀의 아버지가 국내 최고의 교수가 아니었으면 그 과정이 과연 가능했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문제가 아니다. 과연 우리는 공정한 출발선에 서 있는가?라는 도덕적 질문이 우리 사회를 흔든 것이다.
새로운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온다. 10년 전 우리 때도 힘들었겠지만, 이 친구들은 더한 경쟁을 뚫고 선택된 인재들이다. 친구들과 비교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복지를 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며, 회사 내에서도 직급 타파의 분위기에 따라 입사가 빨랐을 뿐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동료"라는 의식으로 똘똘 뭉쳐서 존중받기를 원한다. 10년, 20년 근무한 직원들 만큼 업무가 능숙하지 않다. 그래서 허드렛일에 가까운 쉬운 일부터 배워오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불만이 속출한다. 본인들도 먼저 입사한 경력자들 만큼 많은 예산을 움직이고, 부하직원을 두고 지시를 하면서 우아하게 일하기를 바란다.
ERP 뿐만 아니라 전산화가 고도화된 회사 업무들은 각 업무 프로세스에 흔적을 남긴다. 누가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기여를 했는지, 어떤 과정에 업무를 진행을 했는지 철저하게 흔적을 남긴다.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은 대학교 리포트 수준의 실력을 가진 신입 사원이 높은 성과를 낼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본인들에게 왜 몇 억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할 기회의 평등함을 주지 않았냐고 불공정하다고 외친다.
정년을 앞둔 직원이 설렁설렁 일하면서도 고연봉을 받으니 본인도 그렇게 일했고, 같은 평가를 받아야겠다 외친다.
예전에는 신입이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고, 함께 성과를 공유했는데 이제는 말 한마디 걸기가 부담스럽다. 차라기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의 일처리가 영 미덥지 못하다. 인재는 인재(천재)인데 잘 못 맡겨 놓으면 인재(재앙)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니 나에게만 일이 온다. 나 때는 선배한테 혼나면서 배우고, 주말에 야근하면서 배워 놓은 노하우들인데 이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신입에게 그냥 주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불만을 들어가면서 주고 싶지도 않다.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회사는 그동안의 나의 퍼포먼스를 보며 이번 프로젝트를 맡겼다. 그동안 어떻게 관리해 온 평판인데 어설픈 신입을 끼워서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 그냥 혼자 일하고 혼자 성과를 받으련다.
10년 차 매니저가 아등바등 일한다. 불쌍한데 내 후배인 옆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을 넣는다. 리포트 하나만 오면 쉽게 끝날 일이니 도와달라고... 예상대로 쉽게 일이 끝난다. 쉽게 끝날 일을 왜 저렇게 아등바등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나의 능력이 회사에 이바지 함에 뿌듯하다. 내가 나가면 이 회사는 어떻게 돌아갈까? 정년이 머지않았지만 아직 내 능력은 회사에 필요하다.
위 사례처럼 각자가 생각하는 공정함은 모두 다르다. 부서 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일로"라고 하면서 문제가 되지만 사실상 현재 회사에서는 개개인 하나의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나노 사회가 돌입한 것이다. 위 사례들을 보면 모두가 억울할만하고, 보상을 받을만하다.
사회로 저 프레임을 확대해 보면 누구는 이길 수 있는 수단들을 많이 갖고 태어났고, 누구는 이길 수 있는 수단들을 적게 갖고 태어났다. 또한 신규 진입자들은 업무의 완성도 부족으로 계속 일거리를 받지 못할 것이고, 업무 숙련자들은 각종 IT 기기들을 통해서 과거 수 명이 해야 할 업무들을 혼자 풀어나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21학번 친구들처럼 20,21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의 경우 사회성을 탓하기 전에 사회성이 발달될 시기를 "운"이 없게 놓쳤을 것이다.
"공정"이라는 키워드의 급격한 증가는 우리 사회의 불안감, 불만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보인다.
공정함은 성과와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보상이 다들 충분치 않다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삶의 팁을 찾자면, 회사 경제적 활동을 벗어나서 본인 만의 보상을 찾는 것이 어떨까?
반려견을 훈련시킬 때 옳은 행동을 하면 바로 먹이를 줘서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보상을 해주면 어떤 행동으로 인한 보상인지 반려견은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현재의 삶에 바로 즉각적인 보상은 시기가 좋지 않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본인의 성과에 대해 의심하기보다는 보상이 조금 더 늦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세상이 공정하게 돌아가야 하는 것은 맞다. 그와 별개로 스스로와의 관계에서는 조금 더 늦게 보상이 온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마 복리 이자까지 다 반영해서 들어올 것이다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