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oungwon Kim Nov 10. 2021

수소차 - Mirai

캘리포니아는 주정부 차원에서 수소차를 밀고 있었다. 조성문 씨 블로그에서 "no brainer"고 오히려 돈을 번다는 표현을 보고 수소차를 2019년에 리스했었다. 그때의 경험을 좀 써보려고 하는데.

경제적으로 보면, 몇 가지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2. 우선 혜택부터 정리해 보면 일견 그럴 듯 해보인다. 2021년 모델을 기준으로 도요타에서 자체적으로 모델에 따라 2만 달러에서 2만 5천 달러를 할인해 준다. 연방과 주 정부에서 각각 7500달러와 4500달러의 세금 혜택을 준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그 금액을 지원해 주는 거고, 연방은 그 해 세금에서 감면해 주는 것으로 기억하는 데 정확치 않다. 소득이 혼인 하고 세금 보고 같이 하는 경우에 30만 달러 이상이 되면, 이 주정부의 4500달러 리베이트와 카풀 레인 사용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라면 그 경우 무조건 카풀 레인 사용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연방 세금 감면은 차량 소유주에게 간다. 리베이트는 실사용자에게 가서 리스를 해도 해당이 된다.

그밖에 fuel card를 1만 5천 달러 어치 준다. 수소 충전 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총 21일, Mirai를 판매하는 도요타 딜러에서 렌트카를 빌릴 수 있다. 2019년 모델은 완충 후 겨우 2백 마일 정도 주행이 가능하거나 말거나 한 수준이었지만, 2021년 모델은 약 4백 마일 가까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3. 조성문 씨는 그냥 단순히 혜택의 액면가를 합산해서 차량 가격에서 뺀 것 같은데, 좀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첫째, 이 차의 MSRP는 5, 6만 달러 하지만 그 가치가 있는 차는 아니다. 이 차의 2019년식 중고차 가격이 몇 달 전에도 KBB 기준 약 13,000달러였다.

보급형인 XLE 모델의 경우, 딜러가 도요타 리베이트 2만 달러 중에 5천 달러를 가져가고 고객에겐 1만 5천 달러만 할인해 주고 있다. 도요타의 할인, 연방과 주 정부 세금 혜택 후의 차량 가격이 내가 보기엔 그냥 이 차의 값어치인데, XLE는 그 값어치보다 5천 달러쯤 더 비싸다고 생각한다.

도요타 + 연방 + 주 할인을 빼면, 차량 가격은 2만 8천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 72개월 무이자 할부 딜이 붙는다. 72개월, 그럴 듯 한데.. 사실 내가 이걸 산다면 보증 기간이 끝날 때 딜러에 중고로 (거저 주는 한이 있어도) 되팔 것이다. 수리가 딜러 내에서밖에 안 된다. 타 차량보다 몇 배 손쉽게 비싸다. 36개월 무이자 할부라고 생각하는 게 속편하다. 나쁘지야 않지만 2.8만 달러 짜리 차량에 눈물겨운 혜택까진 아니다.

연료 카드를 1만 5천 달러 짜리 하나 주는 건 혜택이다. 그렇다고 그걸 액면가 그대로 1.5만 달러 가치로 계산하면 안 된다. 비슷한 수준의 가솔린 엔진 세단을 구매했을 때 같은 기간 소비했을 연료비와, 그 연료비로 창출 가능한 자본 소득의 합이 실제 혜택의 크기라고 본다. 게다가 이 차로는 타주는 물론, 어지간해서는 장거리를 갈 수 없다. 수소 충전소가 없거나 있어도 언제 고장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 "시내 주행" "근교 주행" (i.e. 출퇴근과 장보기)에 들어갈 연료를 아껴준다.

21일 무료 렌트는 거의 유용할 일이 없다. 저건 보통 휴가철에 장거리 여행을 Mirai로 갈 수 없으니 그때 쓰고 싶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때는 딜러에 차가 없다. 평소에 차가 필요없을 때는 차가 있지만, 내가 렌트를 할 가능성도 낮은데 그걸 혜택으로 온전히 계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게 유용한 유일한 때는 평소 정기 점검 가서 차를 맡기고 그날 찾기 어려울 때였다. BMW Mini는 그 경우 딜러에 있는 중고 차량을 대여해 준다. 도요타는 안 해준다. 그때 외엔 사용처를 찾기 어렵다.

카풀 레인을 혼자 이용할 수 있는 건 좋은 혜택이다. 내가 보기엔 이게 유일한 실질적 혜택 같다. 이직 하고 직장이 교통 체증 없이도 22 -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출퇴근 때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판데믹 전이었고. 카풀 레인을 쓰면 대충 10, 15분은 아낀다. 다만 문제는 수소 공급이 매우 자주 불안정하기 때문에 (2년 기간 동안 아예 사용을 못 하다시피 한 기간만 3, 4개월쯤 된 것 같다) 늘 활용 가능하진 않다. 이거 믿고 더 멀고 싼 동네로 이사가기 애매하다.

비용 차원에서 한 가지 고려할 단점은 보험료다. MSRP도 수리비도 높은 차라서 보험료도 비싸다. 03년 코롤라를 17년에 팔고, 19년에 Mirai를 리스했는데 보험료가 그때의 3배 근처가 됐다. 한 2천 달러 더 낸다. 주소지도 같았다. 두 운전자는 운전 경력이 각 2년씩 더 붙었다.

또 하나, 딜러에서밖에 수리가 안 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수리비도 타 차량 대비 몇 배 높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3. 리스. 연방 세금 혜택은 차 소유자에게 간다. 주 정부 리베이트는 리스를 하든 소유를 하든 받는다. 문제는 도요타가 연방 세금 혜택을 받는데도 별로 리스 가격을 조정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 4백 남짓 + 잡다한 보험 해서 쉽게 5백 달러 근처가 3년 리스 시에 월마다 내는 금액일 텐데... 2만 8천 + 보험료 증가분 - 연료비 - 카풀 사용으로 인한 마음의 평화 - 3년 후 딜러에 되파는 금액을 생각해 보면..  중고차 가치가 미미해도 사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이걸 오래 쓰겠다고 생각하는 건, 글쎄, 회의적이다. 일단 수리비가, 예컨대, 3만 달러 대의 소나타 같은 차보다 몇 배 비싸다. 메카닉들 대부분 현대차 고칠 줄 알지만 Mirai 고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4. 무엇보다 이 차의 문제는 차 자체가 아니다. 차는 소리없고 냄새도 안 나고 잘 나간다. 문제는 연료 공급 상황이다. 최근 성남시가 수소 충전소 설치하면서 자동차 5분만에 완충된다고 광고했는데, 미국은 충전 시간 자체는 3분보다 훨씬 안쪽일 것이다.

그럼에도 수소가 충전소로 공급이 충분히 안 되거나 충전소 자체가 고장하는 일이 너무 잦다. 이것에 대해 주 정부나 도요타가 별다른 대책이 없다. 도요타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무료 렌탈카 대여를 Mirai를 판매하는 대리점들에서 해준다. 한데, 막상 렌트를 해야 될 상황이 오면, 렌트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대리점 렌트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경우, 우리가 out of pocket으로 미리 돈을 내고 써드 파트에서 렌트를 할 수는 있다. 도요타가 이론적으론 reimbursement를 해준다. 그런데 심사도 까다롭고, 툭하면 청구된 내용이 도요타 측에서 사라져 두 번, 세 번 확인을 해야 하며, 평균적으로 시간도 몇 달 단위로 걸린다.
 
4. 그래도 구매를 고려할 이유라면, 이 차는 일단 조용하다. 매연을 배출하는 대신 수증기/물을 배출한다. 소음도 별로 안 난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차량을 공회전 시켜 놓아도 괜찮다.  개인적으로 카풀 레인을 쓸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이걸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본다. 판데믹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같이 어디 가서 아내/내가 볼일을 보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고 차에 있어도 되었다.

가속도 부드러운데, 전기차와 비슷하다. 카풀 레인을 출퇴근 시간에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당장은 수소 채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지만, 그 부분이 개선된다면, 같은 차량도 환경에 더 기여할 수 있다. 2백 마일은 수소 충전소의 불안정성을 생각하면 사실상 120마일쯤 되고 출퇴근용이지만, 3백 마일 이상은 사실상 2백 마일 남짓은 한 번 완충으로 갈 수 있으니 주말 나들이 정도에는 사용이 가능하다.

차가 운행이 안 되어도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세컨 카로 구매해서 3년 쓰고 딜러든 어디든 떠넘기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선택이다. 차를 사서 10년, 15년 쓰겠다는 분에겐 권하지 않고, 3년 리스할 생각하신 분들은 리스보다 구매가 싸다고 생각한다. 정말 불행히도 중고로 판매가 되며 사는 사람이 있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