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리용
이 글을 미국 처음 오신 분들이 읽어선 안 될 것이야 없겠지만 아마 분명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한 정리 용도으로 적어둔다.
얼마 전 작은 사고를 냈다. 한국서 말도 안 되게 좁은 주차장 통로에다 주차해 놓은 차를 지나다 긁은 것 외에는 내게 과실이 있는 최초의 사고였다. 별 건 아니고 차를 뒤로 빼다가 왼쪽 옆의 기둥에 왼쪽 앞바퀴 근처를 부딪혔다.
얼마 나오겠나 싶었는데, bodyshop에 가서 가격 견적을 받으니 처음엔 2400달러라고 한다. 사실 외관이 흉할 뿐 운행엔 지장이 없을 거 같아 보험사에 전화를 해보니 그 정도면 premium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 사고 직전에 Costco Connect에 보험 견적을 내놓은 게 있는데, 대충 차 세 대를 합쳐서 1년 3300달러 정도에 준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고를 포함시키면 거의 6천 달러가 될 거라고 한다.
GEICO는 그보다 좀 더 쌌다. 아마도 Connect는 프리미엄을 낮게 주는 대신, 사고가 나면 프리미엄 인상분이 큰 것 같았다. 현재 AAA가 보험사인데, Premium이 오르겠지만 underwriting team 소관이고 얼마가 오를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보험사, 지역마다 다른데, 흔히 payout, 그러니까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을 n년에 나눠 다 갚는 수준으로 보험료가 오른다.
나는 리스한 차를 한 대 곧 리턴할 생각이지만.. 만약 차가 두 대, 혹은 세 대라면 보험료 상승분이 높은 확률로 payout보다 클 것 같았다.
전에 내게 보험은, 굳이 사고를 낼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사고가 나더라도 그간 낸 보험료 이외의 비용은 손쉽게 잊어버릴 수 있기 위해 드는 것에 가까웠다. coverage는 둘째 치고 deductible도 상대적으로 낮게 잡아 보험료를 많이 냈다. 이 사고도 deductible은 5백 달러니까, 보험사가 1900 달러를 payout 해줄 것이다. 거기까진 좋다. 보험료가 약간 인상되는 것도 상관은 없는데, 그 1900달러 이상을 어차피 몇 년 걸쳐 갚게 될 거라니... 좀 황당했다.
공익적 관점에서 이 정도로 손쉬운 사고를 낼 나 같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줘서 운전을 함부로 못 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사고를 안 내는 사람들이 싼 보험료를 내지도 않는다. 사고가 나서 payout을 한 건 보험사가 인상된 premium을 통해 궁극적으로 챙겨간다. 보험사가 너무 거저먹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통계를 찾아보니 이윤은 5% 밖에 안 된다. payout은 70% 미만이고, 나머지가 administrative cost인데... 막상 작은 사고를 내어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다.
deductible이 낮아도 프리미엄 때문에 보험 청구를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어차피 어지간한 금액으론 사고 처리도 못 할 것 같아서 deductible을 높였다. 다른 bodyshop들을 알아보니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그냥 고치면 1천 달러 미만에 수리하겠다는 곳이 있다.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외관 뿐이고 해서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