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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보물상자

다슬기 잡던 시절

by 별새꽃



다슬기는 바위를 들추면 많다
실할 굵은 것들이
굵은 것을 잡으려다
잘못하면 꼬르륵 물먹기 일쑤
바지를 잔뜩 접어 올려서
피가 통하지 않아 죽는 줄 알면서도
열을 올리며 주웠다.
다슬기는 물가 큰 바위를 좋아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다슬기를 잡으려다 바위
미끄러운 곳을 밟아
풍덩 빠져 옷을 다 적시면서도 좋다고

다슬기는 아버지 고무신에 넣는다
고무신으로 배도 만들어 띄우고 놀다
떠내려가면 허겁지겁 개헤엄으로
흘러내리는 바지를 움켜쥐고 달리다
물에 코 박아 물로 배를 채우면서도
신바람이 났다
다슬기는 된장 풀고 마늘 대만 넣어도
구수하다
옷핀으로 쪽쪽 빼먹는 맛은 죽음이다
뭔들 맛이 없을 수가 없던 시절
다슬기를 빼먹고 남은 국물에
수제비를 해서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마당에 쑥 향 가득 멍석에 앉아
찐 옥수수 찐 감자
고야 한 대접 놓고 먹던 그 시절
은하수와 별은 쏟아지고
반딧불과 개구리울음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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