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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새꽃 Dec 19. 2024

침대

침대 위의 합창곡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앉은뱅이책상에 끼어서
숨쉬기도 힘들어하다
어찌 빠져나왔는지 기억에 없다
아랫목에서 자다 깨면 윗목에서 일어나던
어릴 적 잠버릇은 고약했다

험한 잠자리 때문에
봉변을 당하는 사람은
옆에서 자던 남의 편
목에 다리가 얹혀 있던 날
남의 편은 가위에 눌린 줄 알고
일어나는 순간 다리가 목을 조르고 있었다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세 모녀는 같은 방향으로 돌고
남의 편만이 제자리에 자다
폭행 아닌 폭행에 잠 못 들던 날이 많아
각방을 써야 했던 웃픈 사연

침대에 자다 떨어지기 십상
아픈 줄도 모르고
슬그머니 올라가 자고
일어나면
왜 아픈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자는 침대 위에는
매일 밤 합창곡을 부른다

코 고는 소리 잠꼬대 소리
이빨 가는 소리
놀라 우는소리가 만들어지는
합창곡은 매일 부르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침대 위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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