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봉인을 깨뜨린 가주(9화)

황궁의 심장을 지키겠습니다.

by 강롸롸

의회홀의 소란은 가라앉았으나, 그 안에 남은 공기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인장을 찍고 서약이 끝난 순간, 가주는 분명히 세레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안도하기도 전에, 또 다른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가주님.”
사리온 장군이 세레나 앞에 서류를 내밀었다.

그는 습격자들을 제압하며 수거한 장부를 정리한 참이었다.


“침입자들의 무기와 식량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혀졌습니다. 창고 기록과 맞지 않습니다. 내부에서 손을 쓴 자가 있습니다.”


세레나는 서류를 펼쳤다.

눈에 익은 서명.

바레트.

창고 관리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더 끔찍한 건, 서명 옆에 찍힌 봉인이었다.

붉은색 왁스. 며칠 전 서고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심장이 크게 울렸다.

역시 가문 안에도 루카스의 손이 뻗쳐 있었던 거야.


잠시 후, 병사 두 명이 바레트를 끌고 왔다.

그의 옷은 어수선했고, 눈빛은 흔들렸다.

그러나 억지로 큰소리를 치려 애썼다.


“가주님, 이건 오해입니다! 전 단지 문서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세레나는 서류를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네 서명이다. 그리고 붉은 봉인. 네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오늘 의회홀에 반역자가 들어올 수 없었겠지.”


바레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입술을 깨물며 억지를 부렸다.


“저는 단지… 위에서 시킨 대로…”


“위에서 라니. 루카스의 명령이냐?”


세레나의 물음에 그는 답하지 못했다.

시선만 이리저리 흔들렸다.

홀 안은 침묵에 잠겼다.

누구도 감히 나서지 않았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오직 가주뿐이었다.


사리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가주님.”


세레나는 바레트를 똑바로 바라봤다.

전생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는, 배신자를 제때 단죄하지 못해 더 큰 화를 불렀다.

주저와 관용이 가문을 무너뜨렸다.

이번 생은 달라야 한다.


“오늘부로 바레트는 로엔의 이름을 쓸 수 없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의 재산은 몰수한다. 그는 영지에서 추방하라. 가문을 배신한 자가 어떤 결말을 맞는지, 모두가 보게 될 것이다.”


병사들이 즉시 바레트를 끌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홀 안에는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그러나 긴장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세레나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은빛으로 빛나던 각인은 사라지고, 나뭇결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분명히 떠올랐다.

루시안의 피가 닿자 붉게 물들며 심장처럼 고동치던 순간.


그 빛은 단순한 착시가 아니었다.

황궁의 심장과 연결된 어떤 힘이, 분명히 반응했다.


홀 밖으로 나오자, 새벽안개가 복도를 따라 흘러들고 있었다.

세레나는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옆에는 상처를 붕대로 감싼 루시안이 있었다.

그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로 네가 가주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그래.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


세레나는 멀리 보이는 황궁의 탑을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검은 실루엣이 선명히 솟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과 루시안 모두가 그 맥박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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