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다니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by 투덜쌤

흩날리는 눈꽃을 뚫고 시골(?)에서 밤 늦게 귀경했다.

집에서 1시간 거리라 투정하기도 무엇하지만 눈발때문인지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더라.

빨리 달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들이 적어서 쾌적한 귀경길이었다.

모처럼의 나들이였는데 막히는 것도 힘들었겠지.


다음 날 좀 늦게 일어나려 마음먹었지만 눈은 왜 그 시간에 딱 띄여지는지.

커피 내리고, 빵 준비하고, 소복이 쌓인 눈을 쳐다보면서 이리저리 리모콘을 돌렸다.

소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보게 된 TV

그 때 그 시절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었는데 흑백의 화면속에 추억들이 넘실댄다.

예전 교실의 모습, 난로에서 데워먹는 도시락, 마루바닥을 걸레질하고, 창틀에 앉아서 창문을 닦던 그런 추억들. 운동회때 왜 매스게임을 했는지 몰라도 기마전에 차전놀이까지 소화했던 그 때. 기차를 탔던 추억들까지 나오니 1시간을 정말 아내랑 열심히 봤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었을까?

온 가족이 다 모여서 밥을 먹을 때 우연히 봤던 "그 때 그 시절" 거기에서는 이 나온다고 농약치고, 송충이 잡기, 쥐잡기 뭐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모두 그 때는 그랬지를 말하면서 신나게 설명해 주셨었다. 나도 기억의 한 구석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도 있었고, 대한 뉴스였나? 거기를 통해 봤었던 것도 있던 것 같고. 아무튼 그 때 부모님, 할머니를 보면서 참 오래 사셨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내가 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 가는줄도 모른다. 아내랑 몇 살 때였는지 이야기를 하는게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묘해지더라. 아마도 오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설날이라서 더욱 그랬나 보다.


과거를 너무 추억하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막상 과거가 재현되면 그 때의 추억속에서 내 마음이 젊을 때로 돌아간 것 마냥 일렁거린다.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맞나 보다. 이런 말이 제법 익숙해 지는 건 나이 먹는 과정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이라는 틀에 갖혀 살건지, 그런 틀도 깨면서 나대로 살 건지.

튀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나로서는 참 조심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먹는 건 먹는거고, 할 수 있는 건 하는 거고, 하고 싶은 것도 하는 거고.

해야 할 일들이 좀 정리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찾아야겠다.


아직 그 때 그 시절로 내 추억을 소비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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