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이 바뀌면 웃음도 바뀐다
요즘 유튜브로 즐겨보는 채널이 있다. 크큭TV라고 KBS에서 운영하는 코미디 채널이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지, 주로 옛날 것들을 많이 틀어주는 데 그 중 압권(?)은 예전 개그콘서트 콘텐츠이다. 참 많더라. 가끔 올라와서 보면 그 때 그 시절 생각이 나서 많이 웃는다. 그래 일요일 오후는 늘 개콘과 함께였지. 이태선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한 주를 준비했는데.
어쨌든 망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웃음이라는 그런 평가를 받으며 시청율이 점점 내려가더니 급기야 폐지를 했다. 그 때 활약했던 많은 개그맨들은 예능으로 리포터로 유튜브로 떠나고 일부는 코미디빅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정말 그렇게 재미없었던걸까? 아니면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걸까?
코미디빅리그라는 TVN 프로그램을 가끔 봤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코빅은 살았고, 개콘은 죽었다. 코빅이라 불리우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포맷은 경쟁이다. 관객들의 선택에 의해 코너가 살고 코너가 죽는다. 1등을 많이 할수록 유리한 구조이다. 피드백이 바로바로 되니 개그맨들 입장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쓴다.
코빅 개그 재미있다. 특히나 관객들과의 호흡은 칭찬할 만하다. 개콘도 관객들과 호응을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클리커를 이용한 방법은 정말 참신하더라. 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쓰이는 듯 하다만. 이렇게 즉각적인 관객과의 호흡은 좀 더 자극적인 대사나 행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다들 각자의 취향이 있을테니 자세히 말하는 건 생략한다.) 그래서 더 웃기는지 아니면 편집으로 잘라내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너무하다 싶은 부분도 있다.
개콘은 정극이 섞여 있는 코미디를 보여준다. 페이소스가 숨어있다고나 할까? 웃기지만 나름 훌쩍도 되는 그런 코미디. 그래서 난 당시 뮤지컬이라는 코너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빅에서는 이런 게 성공할 수 있을까? 관객들의 빵빵터지는 웃음을 기대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매회차에서 나오는 반응만 가지고 평가받는 방식에서 잔잔한 웃음이 있는 개그를 보여준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그래서 개콘같은 프로그램도 나름 이유가 있는건데.. 폐지는 너무 했다.
개콘과 코빅의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소재제한'이라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확실히 코빅은 삐리리 처리도 많고, 순화시킨 욕(하지만 연상은 되지)도 하며, 특정 제품이나 광고를 그대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약간 성적인 부분을 많이 의도하는 개그도 보여준다. 이게 개콘에서는 불가능했지 아마? 공영방송이라는 포맷이기에 이런 식의 개그는 확실히 어려웠다. 정치적인 색채만 띄어도 다음 날 신문에 난리가 나곤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코빅은 수혜를 본 것일까?
케이블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표현을 하고, 그래서 좀 더 많이 웃겼을 지는 몰라도, 그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분명 누군가는 코미디에서 무슨 바람직을 따지냐 할테지.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멸시하면서 웃음을 만드는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 아니, 그래야만 웃음이 나온다는 게 가끔은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일까?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
한때 이 말이 개콘에서 유행처럼 나왔었다. 동의한다. 어쩌면 너무 많은 제한과 속박이 개콘을 망하게 만들었기에 코빅이 다소 선정적, 차별적, 혐오적이라고 해서 그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은 자정작용이라는 게 필요한건데, 과연 우리가 자정하고 있는지도 요즘엔 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더 가속해 가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비대면 사회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일지도.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 그것도 옛날 것을 다시보기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이것도 내가 한 살 더 먹은 부작용인거다. 생각이 너무 많다.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는데.. 왜 이리 꼰대가 되어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