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닮음에 가성비가 있을까?
1.
유튜브를 보다보면, 넷플릭스를 보다보면 아무리 잘 보려해도 자꾸 +10초를 누르게 된다.
지루한 장면은 건너뛰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게 나름의 가성비라고 생각한다.
내 시간은 소중하니깐.
그렇게 보고 난 영화의 재미의 기준은 기막힌 액션이 있는지, 신기한 CG들이 있는지, 아니면 아주 코믹스러운 상황인지, 대사가 많이 있는지 그게 줄거리랑 어떻게 연결되는 지 뭐 그런 것들로 결정된다.
그래서 그런 영화들은 20분 혹은 10분 안팎으로 요약해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냥 결말만 궁금할 뿐이지..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이 무슨 생각하는 지는 딱히 의미가 없지.
2.
최근에 '정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았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인데 초반의 호쾌한 액션씬에 놀랐다. 그렇게 쭉 갈 것 같았는데 갑자기 잔잔해 진다.
그러더니.. (이하의 자세한 설명은 스포니까 생략)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르더라. 많이들 봤지만 (넷플릭스 며칠 동안 전세계 1위했다지?) 평점은 높지 않다. 100점 만점에 한 55~60점 정도나 될까? 뭐 사람들이 본 취향이 그런거니 딱히 거기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점수때문에 이 영화를 안 보는 건 안타깝다. 그리고 쉽게 그냥 저냥한 영화라고 판단하는 것도 아쉽기도 하고.
'정이'라는 영화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어설픈 멜로라고 여기는 것도 이해하고, 종반의 액션신도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윤리적 문제, 도덕적 문제들도 다 어디선가 다뤄진 것이라것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아이로봇도 보고, 블레이드 러너도 보고 꽤나 많은 미래 SF 영화를 본 내가 느끼는 것과 아닌 사람들이 느낀게 과연 비슷할까?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영화관람평까지도 관람하는 느낌이다. 그게 마치 정답인것 마냥 이야기는 것도 아쉽다. 각자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텐데, 그 각자의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다는 말로 폄하는 것도 우습고.
3.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생각하는 여지가 필요하고 때로는 관습을 깨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이'라는 게 그런 영화라는 건 아니고... 다만, 영화를 좀 더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봐야 그런 걸 느낄 틈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에 '정이'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보지 않고 그냥 TV로 미러링해서 봤다. 건너뛰지 않고 과자와 맥주 하나 들고 편안하게 봤다. 그랬더니 나름 울림이 있더라. 뇌전단 스캐닝 하는 듯한 (내가 좋아하는 웹툰인 덴마에서 본 듯 한!) 장면도 좋았고, 인간의 기억이 계속 된다면 그걸 영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에 관한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질문은 안나온다. 그냥 내 생각) 다양한 생각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미래를 생각해 보는 건 꽤 괜찮았다.
뭐, 이것도 미래 SF 영화의 종특이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 없지만.
4.
오래 보아야 예쁘다. (니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고)
언제부턴지 사람들은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지름길을 찾아 빠르게 정답에 도달하는 자가 승자인 세상이기 때문에 그럴까? 특히나 젊은이들은 정보를 많이 얻어서 정답대로 사는 걸 가정 효율적인 삶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그 정답이 결국 경제적 자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코로나 때문에 그게 정답인줄 알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현실인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선악구별도 애매해지고 기존의 관습들도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냐 안되냐가 삶의 지표가 되어 버리는 형국일까? 그래서 영웅이란 영화도 흥행에 실패한 건 아닐지. (솔직히 350만이나 봤으면 많이 본거지.. 그리고 난 이 영화 무지하게 재미있게 봤다. 원래 뮤지컬 영화 좋아한다.) 지나친 애국심은 또다른 반발심을 만드는 거지. 그런데 누군가가 애국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생긴거 아니었는가? 나라를 지키는데 일제건 북괴건 무슨 상관인지.
5.
다시 10초 건너뛰기를 생각한다.
쉽게 넘기는 일에는 분명 댓가가 있다. 사유의 시간을 희생해서 정보만 얻는다. 그 정보도 쌓이고 쌓이면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만 나의 철학이 되지는 않는다. 정보에서 규칙을 찾아야 하는데 근거만 있고 주장은 없다. 누군가의 주장마저도 내 것인척 하는게 쉬워지니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참으로 쓸데없는 짓이지. 그래서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혼자 살려는 사람이 많을지도. 오랫동안 만난 사람이 뒤통수 치는 그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조심스럽게 그 경험이 과연 쓸데없는가를 묻고 싶다.
평안한 길로 갈 수만 있다면 그리 가야 하겠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잘 피해간다고 해도 언젠가 가시밭길은 만날테고 그렇다면 그 가시밭길을 견디는 용기나 태도들이 결국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 이런 것들은 가성비로 설명이 가능할까?
어떠한 댓가도 없이 얻을 수 있는 덕목일까? 머리로 이해한 덕목이 과연 행동으로 전이될 것인가?
6.
우직하게 그 길을 갈 수 있는 성실함. 그 속에서 생각은 깊고, 바르게 단련해야 하지 않을지.
당장 나도 못하면서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좀 우습기는 해도,
이야기한다는 게 마치 꼰대처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권유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결국 니가 어떻게 사는가는 너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는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