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와 99마리 양 - 1학년 권장도서
모처럼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빌렸다. 1학년 권장도서라고 해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을 들고 읽는데. 그게 바로 티모시와 99마리 양. 왜 골랐냐고? 양이 귀엽잖아. 아이들도 귀엽다고 생각하고 읽어보지 않을까?
- 어차피 나는 권장도서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아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어려운 책. 번역본이라 그런가 하고 다시 읽어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티모시는 양들의 대명사일까? 처음에는 양 중에서 약간 사춘기가 온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집 저 집 티모시들이 있다고 한 부분을 생각하면 왠지 사춘기에 빠진 양들의 대명사인 듯도 하고. 삽화에는 수많은 양들이 나오는데 그 티모시가 누구인지 자꾸 찾게 된다만, 결국 못 찾았다. 생김새로는 구분이 안되는 거겠지. 마음 속이 다른 누군가일테니. 그림은 귀엽다. 그러나 이건 '윌리를 찾아라'는 아니다.
어른들 입장에서 보자면, 무언가 자꾸 엇나가는 미운 7살을 생각하면서 읽을 만한 책.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잘 될거야'라는 생각은 아이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른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런 가르침을 준다. 조금 엇나갔지만 (양털이 나빠진 걸) 시간을 두고 생각할 여유를 가지면 (여행을 보내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 (다시 예전의 양털로 돌아올 거라는 단순한 진리)
티모시라는 양은 마치 수련활동이나 유학을 떠나보낸 아이와 같았고, 양의 주인인 조지 아저씨는 부모와 같았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조지 아저씨는 무얼 걱정했을까?'를 묻는 건 부모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과정이고,
'티모시는 무얼 느꼈을까'는 아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방식이 될 듯 하다.
그렇지만 역시나 책은 참 어렵다. 아이들이 도대체 무얼 생각하며 읽을 지를 모르겠다. 이미 다 커버린 우리 아이들에게 실험해 볼 수도 없고.
그냥 책만 읽으라고 하면 과연 이 이야기에서 무얼 얻을까?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좋은 독서활동을 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실은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활동이 될 수 밖에 없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꿈을 꾸는 아이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그러면 그냥 책을 잔뜩 사서 넣어주기만 하면 될텐데.
좋은 음식 재료들도 맛나게 요리를 해야 하고, 그 요리는 먹는 사람의 취향, 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법. 책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들은 참 많지만, 그걸 아이들이 소화시키는 건 다들 제각각. 어린 아이일수록 잘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를 잘 다져줘야 하고 먹기 쉽게 골라줘야 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맛에 길들여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하고.
이 책은 확실히 아이들이 혼자 읽고 넘기기엔 적절하지 못한 듯. 그러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1학년 선생님께 한 번 부탁드려 봐야지. 대신 누군가가 함께 이야기를 해 준다면 참 좋은 책이라 싶다. 그림책이지만 참 큰 철학이 들어 있다.
얇은 책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