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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Nov 22. 2024

AI 연수 유감

기술 보다도 철학이 필요한 시대

1.

연말에 AI 연수가 밀어닥친다. 거기에 디지털교과서도 한 몫하고. 2022 개정교육과정이 내년부터는 3, 4학년에 적용되는데 거기에 속하는 학교자율시간도 화두이다. 무언가 자꾸 새롭게 바뀌는데, 내용이나 취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도 전에 시행하는 방법들만 난무하듯 하여 마음이 참 조급하다. 요즘 학교에서의 화두는 학교폭력, 교권인데 작년 9월 이후 이러한 사태가 잘 정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학교는 힘든데 말이지.


2.

하지만 달력의 한 장이 남은 연말이라 해가 바뀌는 내년을 대비해야 하는 때라 지금, 더 몰아치는 것 같다. (뭐, 예산을 써야 하는 이유도 있겠다 싶지만) 이해하면서도 밀려드는 짜증. 이는 학교도 마찬가지 연말이 중요하기 때문이지? 그런 요즘 왜 이리 학폭에 교권에. 사안들이 많이 생기는지. 


3.

연말 쯤되면 이제 참고 참았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가보다. 잘 정리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중간 중간 일들을 꾸역꾸역 담아두었다면 유종의 미란 없는거다. 감정의 골이 최대로 파이게 되면 속에 있는 민낯들이 나온다.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나는 뭐 못할 줄 알아?' 아, 거기서 피해보는 건 가운데 꼽싸리 낀 사람들이다. 교장, 교감일수도, 그 반 학생, 학부모들, 혹은 동학년 혹은 학교 선생님일수도. (뭐 일부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뭐 사안은 워낙 다향하니) 이런 것들은 어떻게 AI가 해결할 수는 없나?


4.

AI 연수라는 걸 듣고, 다양한 툴들을 소개받고 적용해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참 편리하다. 좋은 세상이군" 그리고 "그래도 나의 생각을 대신 써 줄 수는 없잖아" 기술적으로는 뭐 이만큼 편리한게 없다. 현장체험학습 가는 가정통신문을 만들어줘 그러면 인사말부터 개요가 주르륵 나온다. 거기에 몇 가지 말들만 덧붙이면 제법 그럴싸한 가정통신문이 나온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보낼거냐고? 천만에. 거기에 학교의 특색, 학년의 특색, 학급의 특색에 맞도록 조금은 바꿔야 하겠지. 그것마저도 해달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인걸 알지만 그래도 실망은 했다. 결국은 나 대신 누군가가 대신 일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인거지. 


5.

알고 보면 AI라는 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합하고 분석하여 내게 가장 적합한 모델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평균이라는 한계때문에 특별한 것을 기대한 나는 좀 실망했다. 뭐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당한 것도 의외의 수때문이라고 하지.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면 이런 실수들도 줄여지겠지만 바둑말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낸다면 AI도 힘이 들 수 밖에. 그렇기에 아직 인간이 주도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평균적인 세상에 인간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6.

이 쯤되면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내 경험을 탓해야 겠지? 기술은 그냥 좀 더 편리하게 사용되어져야 할 도구일 뿐인데 그 도구에 빠져서 생각을 고정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이들도 이미 수행평가에 챗GPT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교사들은 평가를 위해 챗GPT를 사용했는지 아닌지 골머리를 썩혀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그 때가 되면 구별하는 도구가 나오겠지?) 챗GPT가 대답을 다 해 주니 이제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세종대왕의 업적에 대해 조사하고, 현대생활에 영향을 끼친 부분과 앞으로 유용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챗GPT에 물어볼 최적의 질문의 형태를 만드시오. 


뭐 이렇게 된다는 걸까? 저걸 평가하는 방법은 그냥 질문을 챗GPT에 넣으면 되는 거야? 챗GPT도 한 두개가 아닌데, 어느 기술을 썼는가가 더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건가? 무언가 점점 평가가 산으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만.


7.

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분명 컴퓨터가 교실에 들어온 게 얼마 안되는듯 한데 이제 휴대폰, 태블릿, 전자칠판, 그리고 디벗까지. 문제는 그걸 활용하려면 기술을 가르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다. 윤리 없이 기술만 가르쳤다간 사이버 폭력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과의존이 화두인 시대이기도 하고.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 핸드폰을 게속 손에 두고 질문을 입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지 회의감도 들고. 그냥 모르는 채로 있어도 될텐데 왜 그리 정답에 집착하는 지. 그걸 팩트체크라고들 하지. 팩트보다 더 중요한 건 앞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냐!


8.

흥분하지 말아야지. 뭐, 길게 썼지만 요점은 그렇다. 

기술보다는 철학 공부가 먼저. 

초등에서는 철학을 중고등에서는 기술을.

인성교육이나 남하고 소통하는 교육이나 뭐 이런 거에 좀 더 공을 들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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