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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Sep 16. 2019

하와이에서 무지개, 거북이, 고래를 보다!  

미국 최남단 빅아일랜드 섬, 온새미로 하와이


Aloha(알로하)~! 하와이로 떠난 휴식 여행


▲ 매일 보고 싶은 하와이 하늘과 바다. 밥시간이 다가와도 놀기 바빠 잊은 저녁. 이곳에서 다들 잠시 쉬어가세요.


여행(旅行). 나그네 ‘여’에 다닐 ’행’. 즉 나그네가 다닌다는 의미로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유람을 위하여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일찍이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했던 나는 어쩌면 여행가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직업은 스냅사진 작가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여행지에 살며, 그 사람들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일이다. 이러한 삶은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나 자신도 쉬는 날만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을 가진 일개미이다. 보통 사람들과 같은 시선으로 살고 있다. 타지 생활이 길어질수록 더욱 시간을 아끼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출장으로 갔던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발도장 찍듯 명소들을 둘러보기 바빴다. 그런 모습이 익숙한 나에게 여행이란 마치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 또는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이 글에서 소개할 내 여행의 명분은 신혼여행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나와 내 의견에 공감해준 신랑의 여행 목적은 ‘휴양’이었다.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는 하와이 - 빅아일랜드. 우리 신혼여행은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지친 일상을 뒤로한 채로 계획 및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눈으로 많은 것을 담기로 했다. 빅아일랜드 자체를 최대한 즐기고 느껴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그렇게 다짐해놓고 챙긴 DSLR 카메라 2대, 액션캠.



유일하게 세운 여행 계획 하나,  '우리가 살고 싶은 집'


▲ 코나 공항에서 렌터카를 찾고 나오는 길, 처음 마주한 빅아일랜드. 야자수와 석양을 보며 하와이임을 실감했다. 탄성을 자아내던 시원한 길이 잊히지 않는다.



호놀룰루를 경유하여 도착한 빅아일랜드 서쪽의 나(KONA) 국제공항은 시골 버스 터미널만큼이나 규모가 작았다. 우리가 빅아일랜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는 것. 멀지 않은 곳에 렌터카 업체가 모여 있었다. 무료 셔틀로 이동해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예약한 렌터카를 쉽게 찾았다.

 

하와이에서 ‘바다거북이’, ‘무지개’, ‘돌고래’ 이 세 가지를 만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우리가 다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무지개를 만났다.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하와이의 지역 특성상 우리는 이후로도 무지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체크인을 향해 우리가 향한 곳은 빅아일랜드의 코나 시내에 있는 누군가의 집이었다. 차 안에서 밖을 마주하니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주황빛 석양이 보이고 키 높은 야자수를 보며 웃음이 난다. 

"우리 진짜 하와이에 왔어!"



▲ 에어비앤비의 침실, 따뜻한 조명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천국이 따로 없다. 텐션 업, 기분 좋은 일 생길 것만 같은 밝은 분위기의 집.

여행을 대하는 우리의 심정! 여행을 만끽하기 위해 첫 번째로 계획한 것은 ‘여행자가 많은 호텔을 멀리하자’였다. 평소 잦은 해외출장으로 지쳐있던 나에겐 달콤한 휴식만 맛볼 수 있는 여행이 고팠다. ‘내가 왜 여행까지 와서 시간표에 맞춰 숨 막히는 일정을 소화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조급함 대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결정한 에어비앤비 플랜이었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유학생활과 이태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장기 렌트할 집을 찾은 경험들이 있었다. 내 삶이 타지에서도  잘 녹아들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었다. 에어비앤비는 10여 년 간 전 세계에서 내 보금자리를 찾아주었고 이번 신혼여행에서도 당연히 함께했다.


외국에서 이방인의 삶이 길어질수록 나의 의심병과 방어기제는 함께 깊어졌다. 마음 편한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나는 무엇보다 집주인과의 신뢰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 지역의 평균 시세를 체크한 후 위치를 본다. 그다음, 다른 이용자들이 적어둔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고, 나는 주로 집에 거주하기 위한 규칙이나 유의사항 등이 적힌 호스트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무조건 언제든 웰컴이라고 말하는 호스트 보다, 본인의 말에 책임감 있는 호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공동체 생활을 집에서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동거인들의 약속은 중요하다.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는 태도는 필수! 실제로 나도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예절을 지키며 지냈고, 호스트도 내가 머무는 동안 나에게 호의를 보이며 편안함을 보장해주었다. 

 


그간 경험의 데이터로 찾은 나의 빅아일랜드 에어비앤비! 코나 카일루아(Kailua)에 있는 집이었는데, 호스트 가족은 긴 여정의 피로함을 잊을 만큼 반갑게 맞아주었다. 젊은 두 명의 호스트는 빅아일랜드 내에서 다이버 스쿨의 강사, 그리고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향긋한 코코넛 향기가 배어 있는 집의 곳곳에는 화려한 페인팅이 이곳저곳 벽에 꾸며져 있었다. 상업예술을 하는 나로서는 애정이 느껴지고 열정이 느껴지는 집이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보니 빨래 걱정도 없었다. 호스트들은 머무는 동안 원한다면 본인들의 클래스에 무료로 조인할 수 있다며 호의를 보였다. 에너제틱한 하와이를 즐기려고 했던 우리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다. 

 

▲ 코나 시내의 에어비앤비는 바닷가 바로 앞이다. 천천히 걷고 달리며 둘러보면 더 좋은 빅아일랜드의 여유로운 아침


▲ 에어비앤비 조식. 정성스레 만들어주는 조식 덕분에 항상 배가 든든했다. 코나 시내에 몇 없는 레스토랑보다 훨씬만족스러웠다.


매일 아침, 우리는 호스트가 내어준 신선한 과일들과 특유의 진하고 상큼한 향을 가진 코나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특별한 아침을 먹고 숙소에 있는 자전거를 빌려 나가 한적한 거리를 달리며 현지인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다운타운 내 위치해 있는 집 덕에 자전거 타고 호기롭게 다니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이 집은 현지인의 리듬에 맞춰져 있어 여유가 느껴졌다. 편하게 내어준 숙소에 앉아 있으니 여긴 나와 신랑의 보금자리 같은 기분이었다. 2주라는 여행기간에 비해 간소하게 짐을 꾸린 우리는 생필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신랑은 마트에서 파는 꽃 목걸이를 나의 목에 걸어주며 수줍은 인사를 건넸다.       

 “ 여보, 알로하~ 하하하”



아마추어 탐험가, 우리만의 추억을 만든 첫날


호스트가 내어준 아침은 아사히베리 스무디에 파인애플이었다. 하와이에서 먹은 음식 중 기억나는 맛있는 조식이었다. 사실 아침을 주는지도 몰랐는데... 챙겨 먹는 것도 일인데 뭔가 일을 덜어낸 느낌이다. 아침을 먹으며 구글맵을 열었다.  


"어떻게 시작해볼까?"

신랑의 물음에 간단하고 어려운 대답을 했다. 

"몰라, 우리 그냥 나가보자, 난 그냥 기대하지 않고 보고 싶어."

드라이브 도로를 보니, 빅아일랜드는 섬을 한 바퀴 크게 돌 수 있는 링로드가 있고, 그를 가로지르는 몇 군데의 도로들이 있다. 일단 바다를 보기 위해 코나 시내에서 출발해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의 계획을 들은 호스트는 "사우스포인트가 너의 목적지가 되겠는데?"라고 말했다. 그 말에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사우스포인트?’라고 말했다. 일단 렌터카로 운전해서 남쪽을 향해 가보기로 했다. 



▲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보이는 풍경. 자연 그대로의 것을 즐기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감동.

드라이브를 하며 남쪽 방향으로 가면 갈수록 드넓은 빅아일랜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나의 시내도 워낙 작은 곳이다 보니 조금만 벗어나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대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도로를 따라가며 능선을 가만 보고 있자니 화산 활동이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보면 나무와 풀이 마그마를 뚫고 자리 잡은 모습에 자연의 생존력이 느껴졌다. 그 흐르는 마그마의 질감이 나무와 풀에 가려져있어도 어떤 과거와 시간을 거쳤을지 감출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였다.



여기가 미국의 끝이구나. 미국 최남단 ‘사우스포인트(South Point)’


▲ 미국 최남단이라는 타이틀은 여행자를 뿌듯하게 만들어준다. 지구 반 바퀴 먼 곳까지 온 우리는 목적 달성의 기분을 느꼈다.


11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던 중이었다. 호스트가 얘기해준 사우스포인트의 이정표를 발견하고 그 길로 향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사우스포인트에 다다를 때쯤 더 선명하게 보이는 바다. 흡사 파워에이드가 부어져 있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구름, 파란 하늘, 바다… 미국 최남단, 멀고도 먼 길이다.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모습, 오로지 바람과 파도가 깎아낸 절벽의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 이 먼길을 왔다. 지금도 신혼집이 바닷가에 있는 우리로서는 바다가 조금은 익숙한데도 이 푸르디푸른 웅장한 바다를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파도가 절벽을 부딪치고 있었고, 그 파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작고 큰 도전이 펼쳐졌다. 절벽에서 다이빙! 


가까이 가보니 짜릿한 긴장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귀여운 친구가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어느새 한마음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아예 못 하는 나로서는 바라만 봐도 이미 절벽 끝에 선 기분이다. 다이빙에 도전해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 사우스포인트에서는 누군가의 제약 없이, 비용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다이빙을 위한 특별한 세이프 라인도 없고, 안전요원도 없다. 날 것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청춘이었다. 청춘들의 도전에 발끝이 짜릿해졌고 옆에 있던 신랑의 도전정신을 일깨웠다. 나는 그런 신랑을 바로 만류했다. 우리의 행복은 이제 시작인데... 집에는 살아서 돌아가자. 이름 모를 다른 이의 도전은 응원을 해놓고, 신랑의 즐거움을 앗아간 건 아닐까 조금 미안했다. 혹시나 보이지 않는 암초라도 있을까 우리는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시원하고 짜릿한 기분을 내고 싶다면 도전! 근데 파란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친구들만 봐도 내가 도전을 끝낸 기분!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그리고 마주한 아름다운 순간


▲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 조금은 천천히 여행해보자. 그냥 지나 칠 법한 것들이 때로는 사사로운 감동을 준다.


길을 멈춰 세운 사람은 어느 노부부였다. 드라이브 중에 이름 모를 노부부의 모습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서 차를 세웠다.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시선이 한 군데에 멈춰있음을 알아차리고 우리도 그렇게 바다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우리가 서로 "뭐가 있어?" 하며 어리둥절하는 사이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 씽긋 인사를 하게 됐다. 두리번거리는 우리를 보며 할머니는 먼저 얘기를 건네주셨다. 


"저기~ 5분 전에 고래 떼가 있었어, 지금은 안 보이는데 계속 찾고 있어." 


할머니의 손 끝에는 넓은 바다가 걸쳐져 있었다. 하늘에서 비보다는 미스트에 가까운 것이 내리는데 그 미스트를 맞으며 할머니는 차에 기대어 계속 한참을 바라보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차에서 그저 할머니를 기다리실 뿐. 두 분의 모습에 멈춰 선 그곳은 알고 보니 Scenic Spot near Haleokane. 높고 시야가 트인 곳에서 잠시 차를 멈춰 세워 바다를 구경해도 좋고, 가끔 고래 떼를 볼 수 있는 반가운 장소라고 한다. 


우리는 한참을 서서 찾아봤지만 고래는 바닷속에서 나올 기미가 없었다. 더 큰 기대는 더 큰 실망을 주곤 한다는 걸 또 잠시 잊은 순간이다. 고래는 놓쳤지만 발길을 멈추게 한 두 분의 모습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꾸며내지 않은 처음 마주한 이 따뜻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갈증이 솟구쳤다. 두 분의 모습을 내 카메라에 담았고 메일 주소를 여쭤봤는데 돌아오는 답은 여운이 남는 말이었다. 


"내가 그 사진 속에 있어서 미안해. 나보다는 풍경이 더 아름답잖아. 사진은 고맙지만 나는 이메일 같은걸 쓰기에 너무 나이 들었어."


▲ 함께 숨 고르고, 박자를 맞추며 여행하는 자세.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며 '같이 세월을 보내자, 서로 기다려주자'며 다짐한다.


나와 신랑은 신혼여행,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황혼을 즐기는 여행길에 마주하게 됐다. 같은 장소 나와 어르신들은 이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다. 나 또한 여유를 위한 여행이었는데 나는 결국 그 순간을 과시하려 했다.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것 같았고, 포트폴리오 업데이트할 생각을 떠올렸다. ‘아 이게 아니지’. 한두 컷 담아낸 뒤 카메라를 내려두었다. 어르신처럼 느긋하고 여유 있게… 눈으로, 가슴으로 풍경을 한껏 담았다. 그 자리에서 느낀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불어오는 바람, 날리는 비, 그리고 그 날의 온도. 



소원을 위한 두 번째 조건 ‘바다거북이’를 만난 검은모래 해변.


▲ 하늘빛이 바다에 반사되기 때문에 아침에 하늘부터 확인했다. 검은모래 해변이었던 푸나루우 블랙샌드 비치는 가까이에서 보면 약간 무서웠다.

계획 없이 만난 빅아일랜드의 이곳저곳! 우리가 노부부의 모습에 이끌려 잠시 차를 멈췄을 때 살짝 보니 노란 스쿨버스 한 대가 있었고, 그곳에서 어린 친구들이 내려 기념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날 때쯤 신랑은 "어, 쟤네 관광하러 왔나 봐 우리도 쟤네 따라 관광할까?"라고 말했다. 단순한 결정과 함께 우리의 여행은 빅아일랜드의 11번 도로를 따라 계속됐다. 2차선 도로임에 불구하고 신호등이나 트래픽 없는 드라이빙 코스였고, 바다를 감상하기 좋았다. 호기심에 따라간 노란색 스쿨버스는 얼마 가지 않아 푸나루우 블랙샌드 비치(Punalu'u Black Sand Beach)에서 멈추었다. 빅아일랜드는 화산섬이다 보니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바닷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푸루 우 비치파크는 고운 검은모래가 가득한 바닷가였다. 오랜 세월 파도에 부딪히고 씻기며 고운 모래가 됐다고 한다. 거칠고 까슬한 모래를 상상했지만 나름 부드러운 모래였다. 하루 종일 바다를 눈에 담다 보니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푸날루우 비치파크는 꽤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기념할 만한 하와이의 상징적 그림이 가득한 비치타월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도 있다. 마트보다 비싼 걸 알면서도 마음에 드는 비치타월을 하나 구입했다. 물놀이를 하려고 하니 검은빛 바다는 선뜻 들어가기 두려웠다. 발 끝에 살짝 닿은 푸날루의 바닷물 온도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심지어 검은모래 덕에 바닷물은 더 시커멓게 보였고 육안으로 바닷속이 잘 보이지 않았다. 


▲ 검은 비치 해변에 야자수,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 낯설다.

가뜩이나 수영도 못하는데 겁이 났다. 대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이 클수록 두려움도 커지는구나. 투명한 파란 바닷물의 비치에서 물놀이를 하자며 다시 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북이야~!’ 가까이 가보니 바다거북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 곳에서는 바다거북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다. 바다거북이를 만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높은 확률로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를 추천한다! 바다거북이의 수영은 꽤 오랜 시간 주변에서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보였으나 법으로 강하게 제재하고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거북이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는 벌금을 부르기에 조심 또 조심!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소원을 이루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를 채웠다. 바다거북이도 만났으니 이제 여행 중에 고래만 만난다면…  




▲ 카할루우에서 만난 바다거북이 엉덩이. 바다거북이를 만나는 일은 큰 행운이다.




현지 다이버 추천 스노클링 장소, 노을이 아름다운 ‘카할루우 비치’


▲ 방수팩에 담은 핸드폰과 액션캠으로 우리의 추억을 담을 수 있었다. 바닷물이 몸에 닿았던 그 촉감이 생생하다.


여행 첫날, 호스트가 빅아일랜드에서 다이빙을 가르치는 강사라고 소개하면서 스노클링 하기 좋은 ‘카할루우 비치(Kahalu’u Beach)’를 추천받았다. ‘카할루우 비치’는 수심이 고르고 물살이 세지 않아 어린이나 바다수영 초보자들에게 제격이다. 카할루우는 내가 블랙 비치에서 느낀 두려움을 덜어내기 좋았다. 책에서, TV에서만 보던 그  익숙한 장면!  밝은 금빛 모래와 맑은 파란 바닷물, 그리고 노란 옐로우탱(yellow tang). 바다수영이 처음인 나에게 환한 물속 시야가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다. 그래 이거야! 카할루우에 처음 들렀을 때는 해가 뉘엿 누운 시간이었다. 석양이 바닷물에 비칠 때까지 물속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 온도도 차갑지 않았다. 


▲ 노을을 담고 떠나려던 순간 렌즈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 커플과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공유했다.


카할루우에 푹 빠진 우리는 그때부터 그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물놀이를 빼놓고도 추천할 만한 것은 노을 지는 석양을 보기에 좋은 장소라는 점이다. 석양을 바라볼 때마저도 우린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순간이 언제 또 오겠어? 눈에 담아야지.' 해놓고 본능적으로 차에 가서 카메라를 들고 왔다. 석양을 담는 동안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카할루우에서 세 번이나 만난 또 다른 여행자 ‘Kirk Collan Smith’. 미국에서 줄곧 변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갤러리에서 사진을 전시하는 작가였다. 혼자서 빅아일랜드를 2주간 여행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그분은 나에게 왜 이 렌즈를 쓰는지, 무엇이 담고 싶은지, 그리고 지금 이 석양이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는 등 나를 인터뷰하셨다. 단순하게 멋지다!라고 느끼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정성스러운 대답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았다. 내 대답이 흥미로우셨는지 다음날은 본인에 관한 기사를 프린트해서 나를 만나러 오셨다. 혹시나 내가 또 오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했다며, 명함 한 장과 함께 꼭 메일을 달라고 하셨다. 그다음 날도 할아버지는 우리를 찾아오셨다.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는 해가 저무는 석양을 세 번이나 함께 보았다. 왠지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고, 동네 주민을 만난 기분이었다. 



하와이 여행의 소원, 이루어질까?

 ‘Chain of Crasters Road’를 달려서 만난 ‘Holei Sea Arch’ 그리고 ‘행복’


▲ 도로는 잘 정비되어있지만 중간중간 지진 활동으로 깨져있는 땅이 있고 고깔이 세워져 있다. 끝까지 안전운전!
▲ 이 광활한 면적의 땅이 모두 화산 폭발과 용암으로 만들어졌다. 하와이 볼케이노 국립공원.


우리는 첫날 드라이브하며 화산 국립공원 근처를 지나쳤다. 개인적으로 화산, 지질학에 관심이 많아서 방문해보고 싶었다. 여행 일정이 중간쯤 됐을 무렵 방문하여 한참을 구경한 킬라우에아 화산. 하지만 힐로의 빗방울과 우중충한 하늘은 바닷속의 옐로우탱만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신랑은 국립공원의 컨시어지가 추천한 마지막 장소까지 둘러보고 오기를 제안했다. 같이 하는 여행이니 그 의 말에 따라주기로 한다! 비지터센터에서 출발한 우리의 목적지는 홀레이 씨 아치(Holei Sea Arch). 


▲ 화산 국립공원의 지대는 굉장히 높다. 용암지대 위에 피어난 나무와 꽃, 빨간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귀한 생명력의 모습.


본격적으로 ‘Chain of Crasters Road’를 달렸을 때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초자연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마치 새로운 행성에 발을 디딘 기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용암이 흐른 흔적들, 흐른 용암이 바닷물과 맞닿아가며 늘려놓은 땅의 면적. 이 거대함에 마냥 달릴 수만은 없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용암이 흘렀던 자리를 살펴보기도 했다. 몇 겹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암지대였다.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산 폭발로 인해 마그마가 흘러 길을 만들고, 또다시 굳은 용암의 지면을 들썩이며 마그마가 흐른 흔적이 선명했다. 


▲ 홀레이 씨 아치(Holei Sea Arch)


용암 지대를 지나서 드디어 만난  ‘홀레이 씨 아치(Holei Sea Arch)’. 국립공원 내에서도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흘러내린 용암과 거친 파도가 만든 아치 형태의 절벽이다. 화산의 신 펠레와 바다의 여신 나마카오카하이가 싸움을 벌였다는 전설이 있다. 코끼리 코처럼 뻗은 모양의 절벽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하늘이 내려준 선물은 이제 시작이었다. 기념사진도 찍었고, 우리처럼 여행 온 신혼부부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다시 코나로 돌아가려고 주차장에서 걷던 중, 눈에 들어온 건 저 잔잔한 바다 위 링 모양의 어마어마한 물장구 흔적.


▲ 춤추는 혹등고래. 하와이에서 무지개, 바다거북이, (돌)고래를 만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신랑과 나는 여전히 각자 소원이 무엇인지 모른다.

다급하게 신랑의 팔을 잡고 다시 절벽 근처로 달려갔다. 

"고래야! 저거 돌고래 아니야! 혹등고래야!" 

세상에, 숨을 쉬러 올라온 큰 혹등고래 한 마리가 쉴 새 없이 높은 점프하고 있었다. 


"무지개, 바다 거북이, 그리고 고래! 다 만났어 빨리 소원 빌어!". 

우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혹등고래를 보며 소원도 빌고, 사진도 찍고 요란하게 이 행운을 기념했다. 하와이의 겨울은 참 특별했다. 북태평양에서 머물던 혹등고래들은 새끼를 낳기 위해 비교적 따뜻한 남태평양에 있는 하와이로 모여든다. 그만큼 이 시기에는 고래를 볼 기회가 자주 있는 듯하다. 배에 승선하여 바다 한가운데서 웨일왓칭(Whale Watching)을 할 수 있는 투어도 있다고 하니 색다른 방법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참고로, 하와이 볼케이노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에 방문한 여행자는 방문자센터(Visitor center)에 필수적으로 들렀으면 한다. 상주하는 컨시어지가 시시각각 오픈/클로징 하는 국립공원 내의 투어 포인트와 길을 알려준다. 덕분에 이를 이용하면 시간과 동선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무리를 하며



이 여행이 큰 기대 없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랬고, 소소하게 행복하고 싶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순간을 만났다. 그 시간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안에서 마주한 인연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 여행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사람도 만났고 동물도 만났고 대자연도 만났다. 반가움, 신비로움 그러한 감정들이 나의 시간을 더할 나위 없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이 나를 스치는 특별한 인연이었다.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었다. 나는 어느새 기대하지 않은 순간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반가움과 행복의 맛에 중독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건설적인 여행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뭔지 몰랐는데 하와이에 가서 굳이 뭘 해야 여행인 것만은 아닌 것을 깨달았다. 내가 바다가 좋으면 그냥 바다에 빠져 시간을 보내면 그것도 여행이었고, 기대하지 않은 순간을 마주한 모든 순간들이 다 여행이었다.

바쁘게 살아오며 잊은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을 하와이에서 만났음을 이야기해보았다. 



에어비앤비 작가, Sunny Kim 

평온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이태리에서 사진작가 생활을 시작으로 꾸준히 카메라를 잡고 있다. 

현재는 포토그란데 대표작가.   

인스타그램_ @foto_gr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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