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이 두 배가 되는 방콕 한 달 살이
우리는 ‘여름 부부’다. 물론, 우리 부부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각자인 우리 둘 밖에 없으니 여름 부부라는 별칭은 우리 사이에서만 통한다. 우리가 ‘여름 부부’인 이유는 말 그대로, 여름이 잘 맞아서다. 두껍게 껴입는 겨울 옷차림도 영 거추장스럽고, 몸 가득 둘러싸인 겨울 옷을 입고 난방이 후끈한 실내로 들어가야 하는 것도 싫다. 계속되는 난방은 겨울 내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고, 숨이 콱콱 막힌다. 다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 가을이 좋다지만 우리는 희한하게 여름의 더위와 실내의 강력한 냉방을 좋아했다.
우리는 실제로 공식적인 회사로 출퇴근하지 않는다. 남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글을 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부수적인 수입을 꾀하는 다양한 일을 하며 프리랜서로 지낸다.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업무시간은 말 그대로 자율의 연속이다. 한 공간에 오래 앉아 작업하다 보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기동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집 밖이 아닌, 침대 밖을 벗어나기도 힘들던 그 겨울에, 우리 부부는 어쩌면 살기 위해, 여름으로의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일주일도, 보름도 아닌, 한 달! 이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순간이동이지!
노트북과 메모장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겠다 싶었던 우리 부부가 선택한 겨울나기는 ‘여름 나라에서 한 달 살기.’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들 시도하는 한 달 살기라지만 어쩐지 겁이 나기도 했다. 너도나도 한다는데, 늘 내 주변에는 사례가 하나도 없다. 어쩐지 선구자가 되는 것 같은 부담감과 근심이 한가득이었다.
우리는 한 달 살기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을 정했다. 치안이 좋아야 했고, 사람들이 친절하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편리한 생활 반경과 교통편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 밖에 한 달이라는 기간을 지내기에 물가와 집 렌트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했다. 역시 돈이 관련된 부분이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왕 큰 맘먹고 떠나는 첫 한 달 살이인데 노동집약적인 생활만 하고 올 수는 없으니 여름의 레저까지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숙소에 수영장이 딸려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일 년 내내 따뜻한 여름의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조건일 것이고.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야말로 욕심쟁이가 따로 없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한 달 살기용 숙소를 알아봐 주고 연결해주는 부동산 및 숙박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조건 다 갖춘 나라, 숙소 찾다가는 한 달 살기 못 하십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기적처럼 다가온 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이었다. 방콕은 이 모든 조건을 충실히 만족시켰다. 게다가 남편이 과거 회사를 다니던 시절, 마침 태국 거래처와 일을 한 경험도 있었다. 나는 여행으로만 찾았던 방콕이었지만, 이미 한 번 가본 경험이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도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거기에 더해, 수차례 방콕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더욱 든든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말 그대로 유목민처럼 다양한 지역을 떠돌며 작업을 하는 우리 부부 같은 이들을 일컫는다. 인터넷이 발달할 대로 발달한 세상이다 보니 노트북이나 태블릿 하나만 들고 좁게는 카페와 도서관, 라운지, 넓게는 전 세계를 떠돌며 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태국은 디지털 노마드가 뽑은 작업하기 좋은 국가 중 늘 1위에 선정되는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한 달 살기에 가장 좋은 도시 1위도 언제나 방콕이다.
우리의 행선지를 방콕으로 정한 후 가장 먼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Bangkok’을 검색했다. 그 이후로는 온 마음을 방콕에 빼앗긴 기억밖에 없다. 중개인이나 한인을 통해 방콕 한 달 살이 숙소를 찾는다는 이들도 많았으나, 역시 에어비앤비의 슈퍼호스트에게 예약을 하는 것만큼 마음 놓이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숙소를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달 살기의 부담감을 70%쯤은 덜어낸 기분이었다.
우리 부부가 방콕에서 한 달을 머물렀던 숙소는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 방콕의 스카이 트레인으로 불리는 전철. 지하로 다니는 MRT와 함께 방콕의 대표 대중교통이다.) 싸남빠오(Sanam Pao)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싸남빠오 역은 아속(Asok) 역이나 시암(Siam) 역처럼 관광객에게 숙소 지역으로 유명한 전철역은 아니었지만, 그만의 매력을 톡톡히 지닌 곳이었다.
우리가 묵은 아파트는 5~6층짜리 건물로 3층 정도까지를 여행객들에게 내어주고, 꼭대기 층에서 주인이 생활하는 구조였다. 실제로 주인과 만나 인사한 적은 없지만, 우리의 호스트였던 수차다(Suchada)는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다. 가끔 건물 꼭대기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의문의 태국 여인을 마주쳤는데, 그녀가 수차다가 아니었을까 아직도 우리끼리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건물에 호스트가 상주하고 있어서인지 항상 관리가 완벽했고, 쾌적했다. 처음 경험하는 한 달 살기인 만큼, 우리에게는 안전이 제법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건물에 따로 경비가 있는 안전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청결함이 유지되는 곳이기를 바라며 숙소를 찾았다. 알고 보니, 이틀에 한 번 우리가 묵는 방까지 따로 청소해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말 그대로 호텔이었다. 진짜 호텔 가격의 1/5에 한 달 호텔 살이를 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의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다름없이 모던한 인테리어에, 늘 바닥이며 엘리베이터가 반짝반짝 청소되어 있었다. 입구에서는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금세 낯이 익숙해진 경비가 상냥한 얼굴로 인사해주었다. 밤이 늦으면 아파트 입구에 철창살이 드리워져 택시 기사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었다. 낯선 타국에서 그런 치안이 이방인인 우리에게 은근한 안정감을 주었다.
싸남빠오 지역의 관광객 없는 거리와 생활의 흔적이 묻어있는 평범한 상점들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 하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가 가진 매력. 그런 것이, 방콕의 싸남빠오에는 있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간직하면서도 최신 트렌드와 세련된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콕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숙소 밖을 나서는 순간, 거리 곳곳에 늘어서 있는 행상 차들과 노점에서는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과일이며 국수, 꼬치 같은 것들을 늘어놓고 배고픈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근처에 회사가 있는 모양인지 점심시간이면 정장이나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행상 차나 노점 주변으로 몰렸다.
더운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긴 팔 셔츠에 긴 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제법 보수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들은 행상 차에서 파는 쏨땀을 비닐봉지에 포장해 달랑 들고 가기도 하고, 좌판에 앉아 국수로 해결하기도 했다. 우리도 그 사이에 섞여 진한 쌀국수나 뽀얀 닭고기 덮밥(까우 만까이) 등을 즐겼다. 무채색의 정장 사이에서 헤진 슬리퍼와 박스티를 입고 앉아 식사를 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생활의 자잘한 피로는 피하고, 여행은 오래 즐기는 이 기분. 60밧(한화 2,36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끼니를 매일 외식으로 때워도 부담 없었다. 한 달 동안 주방일 폐업에 이렇게 성공했다.
물론 방콕까지 와서 매일을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연일 SNS를 뜨겁게 달구는 브런치 카페들과 레스토랑, 루프탑과 라운지들이 줄을 서고 우리를 기다리니까. 방콕에서 마천루 같은 루프탑에 올라 창 비어 한 잔 기울여보지도 않고 돌아온다면, 그건 방콕 한 달 살기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 아닌가! 사진으로만 봐도 예쁘고 럭셔리하던 곳들은 역시나 서울 청담동에 버금가는 물가를 자랑하는 곳들도 많았지만, 가끔 한 번은 한 달 살기라는 명목 아래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다. 알차게 ‘이티고(EATIGO)’같은 할인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했다. ‘EATIGO’에 올라온 가게들을 할인율이 높은 시간대에 방문하면 어떤 날은 40% 할인된 가격에 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도 있었다.
부지런을 떠는 게 당연하리만큼, 방콕에는 카페 놀이, 감성 놀이 즐길 공간도 끝이 없다. 창 밖으로 초록이 가득 펼쳐진 아기자기한 카페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해가 진 후에는 보석 조각 같은 방콕의 야경이 펼쳐진 루프탑 라운지에서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여유. 방콕 한 달 살기에서는 이런 맛을 놓쳐서는 안 된다.
태국 음식은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탑 10 안에 서너 개의 이름을 올린다. 그것도 아주 별거 아니라는 듯이 가뿐하다. 팟타이, 쏨땀, 똠얌꿍 등 이름만으로도 기라성 같은 태국의 대표 음식들. 한 나라의 음식이 이토록 세계인에게 당연하듯 사랑받는다는 것, ‘미식의 나라’라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방콕의 한 달 살기에서 가장 큰 고민은 ‘오늘은 뭐 먹지?’였다. 푹 고아낸 소고기 국물에 고수를 잔뜩 얹어주는 길거리표 쌀국수. 입안에 넣으면 잘 삶아진 살코기가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기름에 맛있게 볶아진 계란 볶음밥에 코코넛 밀크의 고소한 달콤함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그린 카레 한 술을 부어 먹으면 그 맛은 또 어떤가!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의 외식과 비교해 착한 물가를 자랑한다는 것 역시 방콕을 미식 특화 도시로 추켜세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강점. 우리 부부가 방콕에서 수시로 하던 일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열중해 찾은 맛집을 자랑스레 보여주며 외치는 일이었다. “이거 봐봐. 여기도 진짜 맛있겠지!”
맛집을 찾으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여느 때와 같이 직사광선을 닮은 햇빛이 정수리를 조준하지만, 그 정도는 한국의 한파를 생각하면 고맙기만 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여름보다 뜨겁나? 그것도 아니다. 이제 한국의 폭염은 열대 기후를 뛰어넘는다. 이 뜨겁지만 고마운 볕은 BTS로 이동하는 순간, 순식간에 그리워진다. 방콕의 실내 냉방은 가히 한파를 연상하게 한다. 방콕에서도 언제나 두꺼운 후디에 울 카디건을 챙겼던 이유다. 그래서인지 방콕 한 달 살이가 그렇게나 덥고 습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추울 만큼 시원한 BTS를 타고 도착하지 못할 맛집이란 거의 없다.(방콕의 교통체증은 뇌가 정지될 정도의 멀미를 유발한다. 몸의 안락함보다 뇌의 안락함을 선택해 택시보다 BTS를 주로 이용했던 이유다.) 이토록 편리하게 곳곳을 누빌 수 있으니 방콕에서의 한 달 동안은 아무쪼록 맛있어 보이는 곳이라곤 모조리 다녀와야 했다. BTS를 타고 밥을 먹으러 떠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그러니 어찌 방콕에서 눈 뜬 하루하루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한량의 완성은 수영장과 선베드다. 우리 부부가 여름을 좋아하는 데에는 물과 수영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수영을 배운 경험이 있어 곧잘 헤엄을 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주로 잠영을 하거나 물속을 거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나보다도 물가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늘 바다나 수영장, 강가처럼 탁 트인 물가에 나와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역시 옥상에도 그럴듯한 수영장이 있었다. 평일 낮 시간에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는 후기를 보며 예약 전부터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실제로 우리 숙소의 수영장에서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정말 드물었다. 올라갈 때마다 텅 빈 수영장이 우리를 반겼다. 겨울의 풍경만이 떠오르던 1월, 그 1월에 마주한 이온 음료의 청량함을 닮은 푸른빛의 수영장. 그리고 청결하게 바짝 마른나무 데크에서 올라오는 따끈함. 마치 리조트처럼 관리가 잘 된 이 수영장이 우리 집 옥상에 있다. 올라오는 사람이라고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청소부와 스태프뿐이었다. 텅 빈 수영장만으로도 감사한데, 수시로 청소까지 되는 이 쾌적함이라니. 앞서 말했듯 그들은 이틀에 한 번씩 우리 룸의 청소도 맡아주었다. (생활에서 청소와 요리가 빠져버리는 삶이란,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잊기 어렵다. 큰일이다.)
우리가 전세 낸 수영장에서 끊임없이 수영하고, 뒤로 누워 떠다니고, 선베드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물결이 살랑거리고 그 위로 떨어진 꽃잎들이 반짝이며 색을 내던 순간 하나하나가 일상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물가를 밟고 서서 내려다보던 싸남빠오의 동네. 늘 같은 자리를 기웃거리는 떠돌이 개에게 늘 약속한 듯 밥을 내어주던 앞집의 아저씨, 빨랫줄을 벗 삼아 고무줄놀이를 하던 동네 꼬마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향냄새, 그런 소소한 것들이 그날의 방콕 우리 집 수영장을 떠올리면 언제나 함께 있다.
요즘 대세 중의 대세인 한 달 살기는 생활과 여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생의 쉼표다. 그 생활에는 반드시 따라오는 책임이 많다. 장 봐온 음식들을 냉장고에 정리해 넣고, 요리를 해 끼니를 차린다. 음식을 먹고 난 접시를 설거지하고 나서야 글을 한 토막이라도 쓰려 노트북을 들고 탁자에 앉는다. 하지만 노트북을 여는 순간 여기저기 보이는 머리카락과 먼지들. 보다 못해 청소기를 들고 온 집 안을 청소하고 나니, 진이 빠져 소파에 앉아 쉬다가 1시간이 훌쩍 지난 경험.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먹고사는 일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다.
여행은 언제나 짧아서 아쉬운 것이었는데, 한 달 살기는 30일 내내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과 공기, 누군가에겐 생활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설렘인 타국에서의 장 보기, 길가에서 만난 길고양이와의 짧은 눈인사마저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되고 마는 현실과 비현실 그 어디쯤. 우리 부부에겐 첫 한 달 살기 도전이 되어준 방콕에서의 삶은 정말이지 '제대로' 놀고먹은 한 달이었다. 하루에 한 곳만 가도 충분했던, 단기여행이라면 누리지 못했을 그 여유는 오직 방콕이기에 가능했다.
이렇게나 모든 감각이 전투적으로 활짝 열려있던 한 달이 인생에 있었던가? 그런 삶이 어떤 삶인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결코 없었다. 방콕 한 달 살기를 만나기 전까진. 게다가 한국에 있었어도 어차피 해야 했을 업무도 그 와중에 야무지게 해냈고, 수익도 제대로 만들어 왔으니 놀고 먹었다한들, 놓친 것 마저 없었다. 방콕에서의 한 달 살이를 마치고 돌아오니, 하루하루 더 충실히 살고 싶어 졌다. 일할 때 일 하고, 밥 먹을 때 밥 먹고, 멍하니 정신줄을 놓을 때는 한 줄도 남김없이 제대로 놓으면서.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고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한 서울에서, 여전히 가끔씩 1월의 방콕을 떠올린다. 떠올릴 때마다 그날의 따뜻한 기운이 나를 그대로 감싸고돈다. 그 따스함이 느껴지면 우리는 언제나 그때와 같은 한 달이 다시 찾아오길 기대한다. 경험이란 언제나 또 다른 경험을 상상하게 하고, 결국 현실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1월의 방콕 한 달 살이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 부부는, 오늘도 현재에 충실한다. 지금의 기대가 언젠가의 현재가 될 수 있도록.
남편과 함께 시작한 방콕 한 달 살이를 시작으로 치앙마이 두 달 살이, 국내로는 통영 한 달 살이를 경험했다. 넘치는 역마살을 어쩌지 못하고 계속해서 떠날 궁리 중. <쉬어가도 괜찮아, 치앙 마이니까: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두 달 살이 안내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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