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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Jul 30. 2019

30일간의 하와이안 서핑 라이프

18개월 아이와 따로, 또 같이 하와이 즐기기

산이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심플했다. 딱 두 가지만 준비해서 출발. 


‘목적지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어디서 잘 것인가?’


이것만 생각해도 행복이 200퍼센트 차오르는 게으른 우리 부부는 어디서든 불평 없이 잘 먹고 알아서 잘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휴가’를 진짜 한자어 뜻풀이 그대로 보내는 스타일. 우리는 여행지에서 음식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은 적이 없다. 앞에 들어간 일행보다 항상 먼저 나오고, 아무거나 맛있게 잘 먹는다. 날짜별 계획도 없고, 사전 공부도 별로 하지 않는다. 매일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즉각적으로 결정하며, 본능적으로 해결한다. 웬만하면 몸으로 때우고 서로 불평하지 않는다.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인 셈. 계획이 없으니 실망도, 실패도 하지 않는다. 낯선 환경과 휴식이 주는 설렘과 행복만 있다.


이 게으른 부부가 완전히 달라진 이유는 바로 ‘이산이(18개월)’ 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던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부부에게 찾아오는 ‘아이’라는 선물에는 그의 일생뿐 아니라 책임감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했다. 어디서든 대충 먹고 놀고 쉬기 바빴던 부부는 자식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 없는 부모가 되었고, 또 아무 데서나 큰 불편 없이 잘 자던 부부는 자식의 잠자리가 불편한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부모가 되었다. ‘부부’에서 ‘부모’로 한 글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여행도 인생도 180도 달라졌다. 


산이와 함께한 하와이에서의 30일. 매일 오후 4, 5시쯤 햇살이 약해지면 해변에 나와 놀다가 일몰을 보고 집에 들어왔다.





초보 부모가 한 달짜리 여행 가방을 싸는 법



‘육아는 아이템전’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장난감이 아이의 관심을 얼마나 끌 것인가?’는 부부의 여가를 좌지우지한다. 아이를 키우는 집 인테리어가 난장판이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니 타지에서 한 달을 보낼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하와이로 가져갈 수 있을까? 


우리는 우선순위를 매겼다. 두 돌이 안 된 아이가 일반식을 먹기엔 너무 이르다. 먹을 것이 가장 먼저였다. 60번의 끼니(30일X2끼)에 맞게 밥을 챙기고, 물도 챙기고, 우유도 챙긴다. 급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 국거리나 간식도 일단 많이 넣는다. 모자란 것보다야 넘치는 게 나으니까. 다음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용품. 유아용 식사용품, 유아용 세제, 유아용 세안제, 유아용 보습제, 유아용 치약 칫솔……. 이 시기에는 뭐든 유아용을 써야 한다.


하나하나 대충 넣을 수 없으니 와이프는 그것마저 지퍼락에 밀봉해서 넣는다. 병원에서 기본적인 약도 처방받고, 해열제도 종류별로 넣는다. 연고‧밴드 등 간단한 구급품과 옷가지‧물놀이용품‧기저귀 등 필수품을 마지막으로 챙긴다. 아이 것은 넣었는지 더블, 트리플 체크. 우리 것은 그저 있겠거니 한다. 그래도 아이 짐이 넘쳐 우리 짐을 빼고 또 뺀다. 이쯤 되면 한 명이 “우리가 왜 이 여행을 가야 하지?” 묻는다. 


“음…… 지금 캔슬하면 취소 수수료가 어마어마해.”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tip: 항공사마다 24개월 미만의 소아는 요람을 신청할 수 있는데 무게나 신장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요람을 신청하면 아이가 자는 시간에는 부모가 조금 편하게 쉴 수 있지만 만약 요람에 들어가지 못하는 큰 아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한 자리를 더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자리가 더 있으면 아이를 편히 재울 수도 있고 부모 중 한 명씩이라도 돌아가며 더 편히 쉴 수 있다. 





휴가가 아닙니다, '휴육아'입니다



하와이는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에게 최적의 여행지 중 하나다. 1년 내내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고, 밤늦게 돌아다녀도 안전하다. 3월이 되기 전까지는 비수기라 비행기 티켓도 제법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가 서핑을 한다면? 더더욱 완벽한 여행지가 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와이키키는 낭만적인 해변으로 손꼽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아름다운 파도가 들어오는 것으로 유명해진 서핑 포인트였다. 서핑은 폴리네시안 원주민들의 전통 놀이에서 유래했으니 와이키키는 서핑의 성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우리는 신혼여행으로 처음 하와이를 경험한 이후 매년 하와이를 찾고 있으며, 우리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지구상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덟 시간의 밤 비행 후 숙소에서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을 나서면 드디어 하와이에 다시 왔다는 실감이 난다. 한 달 살기의 하이라이트는 여행 초반이다. 집에 가는 날이 머릿속에서 상상되지 않는 즐거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하루를 가득 채운다(한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 아닐까?). 나는 주로 ‘한 달이나 하와이에서 서핑할 수 있다니. 한국에 돌아갈 때쯤이면 로깅(logging, 보드 위에서 걷는 기술)이나 컷백(cut back, 라이딩을 하다가 다시 파도의 포켓으로 돌아가는 고급 턴 기술)쯤은 완성하겠다’라고 생각했다. 한 달짜리 서핑 전지훈련이라는 느낌으로…….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서퍼로서 레벨 업하겠다는 다짐은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는 18개월짜리 아들과 함께 어떤 육아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남의 집에 있었다. 아이는 숙소에서 금세 지루해했다. 즉 부모가 몸으로 때워야 했다. 자주 밖에 나갔고, 더 많이 걸어 다녔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와이에서의 하루는 평소와 별다르지 않았다. 산이의 기분을 맞춰주고, 맛있는 걸 해 먹이고, 신나게 놀게 하고, 잠을 푹 재우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다.


다행히도 각자 하루에 딱 한 가지 정도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모두가 자는 시간인 새벽 6시에 일어나 한두 시간 파도를 타는 것으로 이 기회를 소진했고, 아내인 인아는 햇살이 조금 약해지는 오후쯤에 세 가족과 함께 와이키키나 가까운 알라모아나를 구경하곤 했다. 날씨가 따뜻하고 바다가 가까운 한 달의 휴가 아니 ‘휴육아’였다. 


모래가 싫다며 한 달 내내 샌들 안에 양말을 신고 지냈다. 해가 지기 전 와이키키 해변의 이산이 군.
에어비앤비 장기 숙박자의 흔적. 내가 묵은 숙소는  장기 숙박 할인 폭이 꽤 컸다. 호스트마다 장기 숙박의 할인 폭이 다양하므로  잘 알아보면 더 저렴하게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아이와 따로, 또 같이 하와이 즐기기



우리의 에어비앤비는 아름다운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동네가 아름답다기보다는 지리적으로 어디든 10분 안에 다 걸어갈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한 달짜리 여행에서 노을이 보이는 낭만적인 테라스라든가, 근사한 수영장이 딸린 숙소는 사치다. 무엇보다 호텔은 처음부터 논외였다. 18개월 아이를 위해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해야 하는데 호텔에서는 조리를 할 수가 없으니까. 숙소에서 인터내셔널마켓플레이스(International Market Plce, 와이키키 중앙에 위치한 대형 쇼핑센터. 해가 지면 늘 공연이 시작되었다)가 걸어서 5분 거리, 여차하면 푸드팬트리(Food Pantry, 와이키키에 있는 저렴한 대형마트. 우리나라로 치면 ‘하나로마트(?)’ 같은 느낌이다)에 뛰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뒤편으로는 알라와이 운하(Ala Wai Canal, 와이키키 뒤편에 있는 큰 운하. 조깅 코스가 알라모아나나 퀸카피올라니로 연결된다)가 있어 언제든 틈이 나면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하와이에서 뛰면 행복감이 200퍼센트 차오른다. 하루키 아저씨가 왜 하와이에서 부지런히 달렸는지 뛰어보면 알 수 있다. 


‘한 달 살기’는 여행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사는 것’이다. 시차 적응을 마치고 며칠이 지나면 금세 우리만의 루틴이 생긴다. 커피를 마시고,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운하를 걷거나 조깅을 하고, 호스트와 인사를 나누거나 장을 보러 가는 것 모두 여행이 아닌 생활이 된다. 단기간의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 쌓이고 쌓여 짙어진다.


우리는 한 달 내내 산책을 하며 하루의 절반을 보냈다. 와이키키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동네였다. 우리는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2년 전과 비교해 바뀐 것들을 이야기했다. 달라진 건물과 새로 생겨난 가게, 무엇보다 둘에서 셋으로 달라진 우리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와이키키에서 다이아몬드헤드비치 공원(Diamondhead Beach Park, 서핑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헤드비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변 입구.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주차도 할 수 있다)까지 가는 한 시간짜리 트레킹 코스를 가장 사랑했다.
  

산이가 낮잠을 잘 무렵, 간단하게 도시락을 준비해서 유모차에 태워 출발. 배우 하정우 님이 사랑하는 퀸카피올라니 공원(Queen Kapiolani park, 와이키키 왼쪽에 펼쳐진 큰 공원. 산책이나 조깅을 하기에 좋고, 요가나 풋볼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도 소개된 아름다운 공원)을 지날 무렵이면 산이는 이미 잠들어 있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차를 렌털해서 다이아몬드헤드비치-> 샌디비치->노스쇼어로 넘어가기 위해 이곳을 슬쩍 보고 지나가는데 걸어서 가면 느낌이 또 다르다. 이곳은 하와이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 중 하나다. 100억이 훌쩍 넘는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 셀럽들의 별장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집 사이에 작은 공원들이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보면 천만 불짜리 뷰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30분 정도 올라가면 다이아몬드헤드비치 입구가 나온다. 뒤로는 다이아몬드헤드가 있고, 앞에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 이곳에서 싸온 점심을 먹으며 멍하니 자연을 바라본다. 그리고 산이가 뒤척거리면 깨기 전에 서둘러 내려간다.


하루의 마무리로는 언제나 일몰을 봤다. 해가 지는 와이키키 해변은 정말 특별하다. 하늘의 색깔도, 구름의 모양도, 떨어지는 태양의 모습도 어느 것 하나 같은 날이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파도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서퍼들의 그림자와 아름다운 석양빛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흐른다. 우리는 3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날의 지는 해를 보러 나왔다.


다이아몬드헤드비치 공원에 가는 길. 하와이는 공원마다 관리가 잘되어 있어서 좋다.
산이가 해변에서 낮잠을 자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도를 탔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한 블록 정도 들어오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보드를 렌털할 수 있다.

tip: 사진 속 보드는 하와이안 쉐이퍼가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two crows surfboards. By Moku surf : http://www.moku-hi.com/en/





서핑과 로컬 리스펙트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서핑에도 룰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른 사람의 파도를 타거나 라이딩을 방해하면 안 된다. 그날 바다에 서퍼가 많다면? 조금 복잡해진다.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 파도의 생김새, 그 사람의 위치, 혹은 실력, 가끔은 겉모습(포스ㅎㅎ)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아주 찰나에 말이다.


또 한 가지, 서핑에는 ‘로컬 리스펙트’라는 개념이 있다. 타 지역의 서퍼가 처음 방문하는 바다에 들어갈 때는 그 지역 서퍼들을 존중하고 또 배려해야 한다는 것. 외부인은 반드시 매너를 갖추어야 한다. 파도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한 번 더 양보하고, 이 집단을 성가시게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폭풍 속으로>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키아누 리브스에게 한 것처럼 깊은 물에서 리쉬(leash, 서프보드와 서퍼를 연결하는 단단한 끈. 끊어지면 즉시 헤엄쳐 뭍으로 나와야 한다)를 끊어버릴 수도 있으니까(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와이키키는 전 세계에서 오래된 서핑 포인트 중 하나로 오랜 기간 로컬 서퍼들이 자신의 바다와 파도를 지키려고 애써온 곳이기도 하다. 보통날의 와이키키라면 별문제 없다.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오프쇼어(off shore,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오는 바람. 파도의 면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 서핑하기 더 좋은 상태로 만든다. 주로 새벽이나 해 질 무렵 많이 분다)가 있고 파도가 높은 날에는 하와이의 로컬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므로 조금 조심히 파도를 타야 한다. 특히 ‘퀸즈’라는 와이키키 왼쪽 끝에 있는 서핑 포인트는 오른쪽으로 길게 길이 나는 포인트 브레이크(point-break, 매번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파도가 부서지는 지역. 주로 바닥이 산호나 돌로 되어 있다)다. 


파도가 크고 좋은 날에는 로컬 서퍼들이 하나둘 모이는데, 하와이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수준급의 서퍼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이들에게 서핑은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일상이기 때문. 아무리 내가 한국에서 방귀 좀 뽕뽕 뀌던 서퍼였다고 하더라도 하와이에서는 중간에조차 끼기 힘들다. 방과 후 파도를 타러 나온 중‧고등학생 서퍼에겐 패기에서 밀리고, 50년 넘게 서핑한 백발 할아버지에게는 관록에서 밀린다. 이런 날에는 피크(peak, 파도에서 가장 높은 부분. 피크 근처에 있는 서퍼가 파도의 우선권을 갖는다)를 차지하려는 패들 싸움도 치열하다. 순간의 판단 실수로 험상궂은 로컬 서퍼의 파도를 드랍(drop-in, ‘드랍’이라고도 많이 한다. 남의 파도를 가로채는 것. 서핑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하기라도 했다간 욕을 먹거나 쫓겨나기도 한다. 누가 봐도 관광객 비주얼인 나로서는 바다에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만만한 사람이 하나 없다. 끙.  


'Moku surf'라는 서핑숍을 통해 하와이안 쉐이퍼 Jay에게 보드 제작을 맡겼다. 배송비가 붙지 않으니 훨씬 저렴하다. 3주를 기다려 새 보드를 받고 처음 바다로 나가는 중.



tip 1: 퀸즈에서 파도를 기다릴 때는 내 위치를 해변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 나무에 맞춰야 한다.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면 파도가 두꺼워져서 날이 서지 않거나 남의 파도를 드랍하기 십상. 타기 전 내 방향을 옆 사람에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ight!”, “Left!” 정도만 공유해도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실수로 드랍을 했으면 꼭 찾아가서 사과하자. 그들도 사람인지라 의외로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뭐” 하며 받아들인다. 그렇게 대화라도 웃으며 한마디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약간 타기 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나를 서퍼로 받아들이고 가끔 양보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안하다고 했는데 여기서 타지 말라고, 나가라고 한다. 상처받을 때도 있겠지만 곧 잊힐 것이다. 당신의 눈앞에 다시 아름다운 파도가 오고 있을 테니.


tip 2: 와이키키에는 서핑 포인트가 많이 있다. 퀸즈 말고 다른 포인트에는 서핑 자체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많아 한 사람이 한 파도를 타는 규칙을 깨고 모두가 같이 ‘파티 웨이브’를 즐기는 때도 종종 있다.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다면 관광객이 많아 보이는 다른 포인트로 옮겨가자.   





육아와 서핑은 닮았다



우리의 한 달은 그렇게 일상처럼 지나갔다. 새벽에는 파도를 타고, 아침에는 커피와 쿠키를 들고 산책을 하고, 산이를 낮잠 재우고, 아이가 일어나면 바다에 나가서 지는 해를 봤다. 자주 가던 음식점의 쿠폰을 모아 쓴다거나 주말이면 지역 축제나 대형 쇼핑몰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마치 하와이 사는 사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한 달 후를 기대했던 내 서핑 실력은 결국 제자리였고, 오아후섬 구석구석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 신나게 바다에서 놀았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잘 지냈음을,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눈에 담아 감에 만족하고 감사했다. 


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육아와 서핑은 너무 다른 세계지만 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핑이든 육아든 한번 시작하면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고,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뀐 인생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잡아탄 파도가 그동안의 역경을 잊게 만드는 짜릿한 라이딩을 선물하듯, 부모가 되어 아이를 기다리는 일도 순간순간 우리에게 아름다운 파도를 만들어주니까.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와이키키.






에어비앤비 작가, 이성국

: 예전엔 카피라이터, 지금은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들 바보이자 서퍼. 매번 별말 없이 바다에 같이 가주는 와이프에게 감사하며 섬기고 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_ @kook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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