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어렸을 적, 나는 유독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분야가 많은 아이였다. “자, 이제 모두들 좋아하는 것들을 스케치북에 그려보세요.”라는 말에 도화지를 가득 채우고도, “한 장 더”를 외치며 가득가득 채워 나갔던 아이였다. 어느 순간, 좋아하는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며, 취미를 잃고, 좋아하는 것을 잃었다. 어느 날 문득, ‘그땐 그게 왜 좋았지?’, ‘내가 좋아했던 게 뭐였더라?'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며 무기력함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 취미를 한번 만들어보자 라는 억지 생각은 무엇이든 재미없게 만들어버리는 묘한 힘이 있었다.
‘어렸을 땐 종이에 그림만 그려도 참 재미있었는데...’
그림이 좋아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디자이너가 되었는데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가지다 보니 좋은 것도 싫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클라이언트가, 상사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는 게 좋을 리가 만무했다.
딱 그때였다. 너도 나도 욜로를 외치던,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던 딱 그즈음. 마침 회사에서 한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터라, 더 이상 미련도 없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사직서를 냈다. 사각사각하고 무게감이 있는 비싼 드로잉북과 펜도 샀다. 한 달 동안 이 드로잉북을 꼭 가득 채워와야지-! 경력 한참 애매했던 33 살 유부녀의 혼자 여행, 심지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혼자 떠난다. 주변인들의 질타가 따라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론, 부러움 섞인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비행기표를 끊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숙소 찾기였다. 타국에서 보낼 한 달을 상상해보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책상이나 테이블 같은, 그림을 그릴 공간이 필요했다. 장기 여행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하루 종일 널브러질 수 있는 편안함도 필요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 식사와 빨래 같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만 했다. 호텔에 숙박하며 조식으로 아침밥을 해결하고, 런드리 서비스로 빨래를 해결하는 것은 경제적로도,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마이너스였다.
3가지 조건을 정했다. 그림을 그릴 만한 테이블이 있는 공간,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작은 주방,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 길지만 짧지도 않은 30 일날의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조건이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했다. 답은 간단했다. 주방과 세탁 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에어비앤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가 대뜸 떠올랐다. 여행이 아니라 정말 살아보는 것 같은 장소, 낯설지만 내 집같이 편안한 방. 정말 내 집처럼 어질러 놓아도 불편하지 않은, 간단하게 아침밥을 해 먹을 수 있고 늦은 밤 익숙하게 커피 한 잔 내려 먹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가 바로 내가 찾는 곳이었다.
사실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살짝 겁이 나긴 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꼼꼼히 살피다 보니 걱정이 금세 사라졌다. 에어비앤비에서 인증한 슈퍼호스트 제도와 후기들은 숙소의 안정성과 장단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옵션이 있어, 주방과 세탁 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숙소를 찾는 건 매우 쉬웠다.
목적지인 캐나다 퀘벡(Quebec city, Canada)에서 한 달 동안 지낼 숙소를 중심으로, 들리고 싶은 관광지들의 숙소를 모두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했다. 게다가 내가 예약한 캐나다 퀘벡의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는 30 일 이상 예약한 게스트에 한하여, 일주일에 한 번 수건을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장기 숙박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장기 숙박자로서 데일리로 사용하는 수건 교체 서비스는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유용한 부분이었다.
캐나다 퀘벡에 가기 전 들린 관광지는 아이스와인의 원산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였다.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에서 1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지만, 아이스와인의 원산지라는 이름에 비하면 나이아가라 폭포의 유명세에 가려져 관광객이 별로 없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몇 달 전 우연히 TV 여행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곳을 알게 되었다. 동화같이 예쁜 집들과 포도밭이 늘어져 있는 잔잔한 풍경의 영상을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메모해 놓았던 곳들 중 하나였다.
인천공항에서 캐나다 토론토(Tronto)까지 비행기로 13 시간,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버스로 2 시간, 작은 셔틀버스를 타고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마을까지 약 1 시간, 16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버스 창문 밖 빌딩숲에서 와이너리로 바뀌어 가는 풍경을 보며 참 잘한 선택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바로 이 곳이 말로만 듣던 동화 속 마을이구나.
예약해 놓은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렸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숙박시설은 거의 B&B이다. 호텔이 있다고 해도 B&B를 개조한 곳이 대부분으로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번쩍거리는 건물이 아닌, 가정주택에 이름만 호텔이라고 적어 놓은 곳이다. B&B는 캐나다의 전통 숙박시설로, 캐나다 전통 주택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밥이 제공되는 Bed&Breakfast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전원생활이 가능한 아주 조용한 마을이기 때문에 보통 이 마을에서 B&B 를 하는 호스트들은 노후를 즐기러 시골로 귀향한 노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셔틀버스정류장에서 에어비앤비까지는 도보로 30 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이지만 마을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구석구석마다 꽃이 있고 나무가 있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아름답다. 곳곳에 보이는 캐나다의 집들은 상상 속 전원주택과 다르지 않다. 아름답고 조용한 이 마을에서 나는 이틀 밤을 묵기로 했다.
이 곳 에어비앤비 호스트 Sanath 부부는 예상 외로 스리랑카 사람이다. 캐나다로 이주한 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자식들은 모두 토론토와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로 나갔고 이 곳에서 조용히 B&B를 운영하며 노후생활을 보내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노트북을 가지고 와 한국의 유명한 댄서를 검색해서 보여줬다. 호스트 조카의 와이프가 한국에서 유명한 댄서라고 한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사진을 보니 TV에서 몇 번 본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한국에 호기심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 마을을 여행을 온 나를 매우 신기해했다. 캐나다인외에는 별로 관광을 오지 않는 마을이라 지구 반대편에서 예약을 하고 온 내가 무척 신기했나 보다. 그들은 나의 그림여행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한국을 떠난 지 4일밖에 되지 않은 나는 사실 그다지 할 말이 없어, 그저 내가 앞으로 갈 도시들에 대해 설명할 뿐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Brave girl 이라고 불렀다. B&B에 묵은 캐나다인 두 부부에게도 한국에서 온 Brave girl 이라며 나를 소개 해줬다. 에어비앤비에 함께 묶은 4명의 손님 모두가 나에게 Brave girl이라고 불렀다.
다음날 아침, 호스트가 만들어준 아침 식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에어비앤비 안내에는 간단하게 캐나다 가정식 스타일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호스트가 차려준 아침밥은 ‘가정식’ 그 이상이었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홈메이드 파이와 과일을 갈아서 만든 주스, 플레이팅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또, 같은 기간 함께 숙박했던 단 한 명의 채식주의자 손님을 위하여 음식을 따로 준비해주는 섬세함까지. 호스트의 세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 Sanath 부부가 오늘의 일정을 물었다. 근처의 와이너리에 갈 예정이었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원산지로 곳곳에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매우 많다. 하지만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숙소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뚜벅이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곳이었지만 대신에 퍼블릭 투어가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멀지만 투어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예쁘다는 다른 와이너리를 추천해 주었고, 친절하게도 나를 그곳까지 차로 왕복 픽업까지 해주었다.
호스트가 데려다준 곳은 콘젤만 에스타테 와이너리(Kinzelmann Estate Winery)였다. 4 종류 와인의 테이스팅이 포함된 퍼블릭 투어 비용이 $7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저렴한 곳이었다. (보통 $20~30). 퍼블릭 투어는 포도밭을 구경하며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마지막으로 각기 다른 종류의 와이스와인을 시음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25명정도 되는 사람들과 투어를 함께했고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그중 초록색 티를 맞춰 입은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두 달 후 결혼하는 친구를 위해 브라이드 포토를 찍으러 이 마을에 왔다고 했다. 주인공인 신부는 귀여운 베일을 하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은 포도밭을 배경으로 익살스러운 사진을 찍었고, 모두가 그들을 축복했다.
한참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포도밭 쪽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한 외국인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있었다. 포도밭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반지를 건네는 남자를 보고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프러포즈는 성공했고 와이너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외국 로맨틱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동화 같은 마을에서 동화 같은 장면,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만들어준 특별한 경험. 누가 오늘을 위해 연출이나 한 듯 날씨까지 화창한 동화 같은 날이었다.
11 시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드라마 도깨비 배경지로 유명한 마법 같은 마을, 퀘벡이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호스트 프레드릭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한 달 동안 지낼 나의 숙소는 주방이 포함되어 있는 아담한 3층 원룸이었다.
드라마 도깨비 덕에 마을에선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을 부탁하는 그들과 잠깐 동안의 대화를 하다 보면 다들 이런 질문을 꼭 했다.
“왜 퀘벡에 한 달 동안이나 있어요?”
퀘벡은 예쁘지만 아주 작은 마을이라 하루면 유명한 관광지를 걸어서 다 돌아볼 수 있기에, 장기 여행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하다못해 퀘벡에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 나의 한 달 살기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으니.
하지만 나는 아담한 동네이기에 더 좋았고, 걸어서 모든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매일 물을 사기 위해 들려 단골이 되어버린 숙소 앞 작은 슈퍼의 주인은 "너도 이제 퀘벡 사람이니, 불어를 배워야 해"라고 말하며, 간단한 단어들을 가르쳐주었다. 세탁실에서 종종 마주치던 달리아 아줌마는 나의 호스트였던 프레드릭이 이 동네에서 얼마나 유명인인지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매일매일, 사소한 일상을 낯선 곳에서 보내는 편안한 이질감. 집 앞 공원을 산책하듯 퀘벡의 구석구석을 걷고 그리고, 또 걸었다.
낯선 곳에서의 한 달 살기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원래 이 곳에 살았던 사람인 것처럼 늦잠을 자고, 밥을 해 먹고, 물건들을 어질러 놓았다. 지도를 보지 않고도 웬만한 곳은 다 찾아갈 수 있을 만큼 길이 익숙해졌다. 휴대폰을 에어비앤비에 두고도 마음 편히 근처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여유롭게 그림만 그리며 힐링할 줄만 알았던 퀘벡에서 생각지도 못한 치통에 밤낮을 시달리다 결국 치과를 찾아가기도 했었다. 딱히 이 도시에 적응해야겠다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자연스럽게 퀘벡에 녹아든 것 같은 기분.
퀘벡에서의 마지막 날, 유난히 좋았었던 장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싸고 처음 내가 왔던 날과 같이 깔끔하게 방 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살았던 나의 집, 에어비앤비를 그렸다.
호텔에 묵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정말 나의 집 같았던 편안함.
안녕, 우리 집.
한 달이었지만 너를, 이 곳을 잊지 못할 거야.
캐나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렸던 도시인 몬트리올(Montreal). 호스트 로라는 내가 도착했을 때 자신이 집에 있지 못하는 걸 매우 미안해하며 숨겨놓은 열쇠를 찾는 방법과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들에 대해, 그리고 내가 지낼 방에 대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홀로 찾아간 그녀의 집은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심플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따뜻한 느낌의 집이었다. 안쪽에 있는 작은 정원과 예쁜 고양이. 그리고 혼자 지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컸던 나의 방!
늦게 집에 돌아온 호스트 로라는 굉장히 친근한 사람이었다. 아트디렉터로 일한다는 그녀는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고, 인테리어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한국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는 나에게 본인의 작업물들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기도 했다. 잠들기 전, 로라는 내 방으로 찾아와 그녀의 외투와 빨간 목도리를 건네주었다. 몬트리올은 매우 추운 도시라며-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며, 그래도 춥다면 본인의 드레스룸에 있는 옷을 마음껏 입으라고 말해주기까지 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따뜻한 친절, 그래, 이게 바로 에어비앤비를 하는 이유지.
로라의 말처럼, 몬트리올의 추위는 매우 매서웠다. 여행을 다니며 유유자적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말로만 듣던 몬트리올의 겨울바람은 정말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따가웠고, 서머타임이 끝난 캐나다의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어쩔 수없이 따뜻한 숙소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앞으로의 일정을 곱씹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에어비앤비에 사는 고양이 두 마리가 나의 친구였고, 아늑한 인테리어의 넓은 방은 생각을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몬트리올을 떠나는 마지막 밤, 내가 묵었던 방을 그려 로라에게 선물했다.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라 걱정했지만,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거실장식장 위에 그 그림을 올려놓고, 내일 당장 액자를 사서 장식해 놓을 거라 말했다. 그림같이 예뻤던 로라의 집 안 구석 한 켠을 차지하게 된 것이 기뻤다.
50일간의 그림여행이 끝나고 남겨진 건 내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한 권의 드로잉북이었다.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냥 보기만 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그곳의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고, 같은 장소를 그려도 그때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그림이 완성되곤 한다. 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과는 달리 오랜 시간과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건물과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여행이 끝난 후 기억을 되돌리며 그림을 보았을 때, 그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날의 날씨와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부터 향기까지. 그림을 보며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까지 하나하나 떠오른다.
여행은 끝났고, 나는 현실로 돌아와 나의 삶을 살고 있다. 확실한 건, 그림여행은 나에게 나에 대해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림여행은 나의 여행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방식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순간을 찾는 나와 친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언젠가 또다시 떠날,
어쩌면, 그림여행.
그림요리책 ‘배고플 때 만나’와 ‘남은 요리 활용 사전’을 썼고, 브런치 위클리매거진에 ‘어쩌면 그림
여행, 멕시코’를 연재했다. 지금은 어젯밤달이란 닉네임으로 인스타그램에 소소한 그림을 올리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와 여행을 좋아해 다시 한 번 파리로 그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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