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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Jan 08. 2020

잠들지 않는 도시의 숨은 매력

EX-New Yorker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뉴욕 여행기

“I’m from New York. I’m genetically engineered to dislike everywhere, except Manhattan.” (난 뉴욕에서 왔어. 맨해튼 외에 다른 어떤 곳도 좋아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뉴욕 출신 의사로 나오는 패트릭 뎀시의 대사다. 과연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뉴요커가 있을까? 맨해튼에서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망설임 없이 뉴욕을 꼽으며, 다른 누군가로부터 ‘에이, 솔직히 파리가 더 낫죠’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발끈하는 자타공인 뉴욕 마니아이니 말이다.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자면, 여행자로서 본인은 도시 탐험가 유형이다. 기본 성향은 내향적이나, 백말띠답게 모험가적 기질 또한 다분해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가보는, 감각에 의지해 오래 걷는 여행을 즐긴다.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현지인 코스프레 하기, 유명 맛집보다는 동네 골목골목을 탐방하다 왠지 마음이 끌려 들어간 작은 식당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선호하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펼쳐질 여행기에서도 관광지로서의 뉴욕이 아닌 한때 몸 담았던 도시가 그리워 다시 찾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본 가장 감각적인 뉴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글이 나와 비슷한 취향을 지닌 많은 분들에게 뉴욕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줄 초대장 같은 기회가 되길 바라며.




뉴요커는 공원을 걷는다


뉴욕은 정말 걷기 좋은 도시다. 다채로움을 가장 큰 강점으로 삼는 도시답게 5분만 걸어도 지나온 거리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과 분위기의 거리가 펼쳐지기 때문에 나처럼 ‘여행은 발로 하는 거야’라는 신념을 가진 ‘프로 워커’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뉴욕을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공원이다. 맨해튼 전역에는 그 유명한 센트럴 파크 외에도 30개의 공원들이 동네마다 있어 산책을 하며 주변 풍경과 일상을 감상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 매주 일요일, 센트럴파크 근처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구경하며 산책하는 뉴요커

이번 여행에서 그래머시(Gramercy)라는 동네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는데,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가 있어 여행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맨해튼에서는 공원에 가까울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썰’이 있는 데다 뉴욕의 숙박비는 하늘을 찌르기로 도시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한데, 에어비앤비로 운 좋게 위치, 분위기, 합리적 가격 삼박자를 고루 갖춘 숙소를 만난 것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카피에 매혹되어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에 묵어왔지만, 이번 여행만큼 그 마음이 강하게 든 적은 없었다. 애정이 각별한 도시라 그런지, 이방인이 아닌 이 곳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를 고를 때도 가장 뉴욕의 특색을 잘 반영한 인테리어와 느낌을 지닌 아파트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었다.


내 까다로운 레이더를 몇 차례 돌린 후, 최종 선택한 숙소는 전형적인 도시의 젊은 싱글이 살 법한 스튜디오였다. 대부분의 뉴욕 아파트 인테리어에는 심플함의 미학이 있어 무엇보다도 깔끔한 느낌을 주는 곳을 찾았는데, 내 상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절제된 하얀 인테리어와 커다란 침대, 아름다운 그랜드 피아노가 주는 미니멀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마음에 꼭 들었다. 테라스 있는 아파트에 머무르며 아침마다 공원을 산책하다니, 이 얼마나 뉴요커스러운가!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이 아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뉴욕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특별했다.


매일 다리가 욱신거릴 만큼 이곳저곳을 걷다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같은 달콤한 디저트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그것들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 집 같은 숙소에 머물 때는 이렇게 짧고 유한한 루틴마저 일상의 행복처럼 느껴진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로컬 식당을 추천해줄 수 있겠냐’는 내 황당한 부탁에도 호스트 댄(Dan)은 무심한 듯 친절하게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우크라이나 식당을 추천해주었는데, 그곳의 만두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 맨해튼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의 분기점에 위치한 눈부신 매디슨 스퀘어 파크 (Madison Square Park)

대문을 나서는 동시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걷다 보면 맨해튼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을 가르는 분기점에 그림처럼 펼쳐진 매디슨 스퀘어 파크가 나타난다. 벤치에 앉아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 위로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면 설렘이 풍선처럼 차오르는 것만 같다. 막 오전 요가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성들이 돌돌 만 요가 매트를 든 채로 지나가고, 공원 안 셰이크 쉑(Shake Shack) 야외 매장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다. 나는 뉴요커들의 자유로움과 어딘가 무심해 보이는 그 분위기를 좋아한다.


적당한 무심함을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공생을 위한 미덕으로 여기는 이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커다란 후드를 뒤집어쓰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유로움이 나에게까지 전도되는 느낌이랄까. 그들이 사는 모습을 한동안 구경하다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유니언 스퀘어를 지나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오래된 서점 스트랜드(Strand)에 들러 방대한 서가에 기분 좋은 어지럼증을 느끼며 책들을 구경하다 소호에서 한 시간 정도 쇼핑을 하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 있었다. 라파예트 스트리트로 슬슬 아픈 발을 이끌고 걸어오니 코너에 마침 당 보충이 필요한 날 기다리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띈다. 뉴욕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스크림 가게 중 하나인 모르겐스턴(Morgenstern’s Finest Ice cream)에는 무려 88가지 맛이 있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메뉴판 앞에서 잠시 고민한 끝에 유자에 위스키가 가미된 셔벗을 골라 근처 워싱턴 스퀘어 파크(Washington Square Park)로 향했다.

▲ 해질녘 워싱턴 스퀘어 파크 (Washington Square Park)는 젊음의 낭만으로 가득하다.

뉴욕대학교 도서관 코 앞에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어느 시간에 찾아도 인파로 북적거린다. 그중 대부분이 도서관을 오가는 책가방 멘 학생들이라 그런지 공원을 둘러싼 공기에 젊음의 활기가 가득하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상징인 개선문을 닮은 아치 위로 펼쳐진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중에 한 뮤지션이 젬베처럼 생긴 악기를 두드리며 레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대학생 무리들은 들뜬 표정으로 주말 계획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걸음을 재촉한다.


분수대 옆 바닥 위에는 연인들이 그려놓은 낙서들이 눈에 띈다. 이 모든 것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을 직접 걸어야만 들리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진짜 뉴욕을 보고 듣고 싶다면 어디든 오래 걸어 보기를, 특히 공원을 걸어 보기를 추천한다. 콘크리트 정글로 불릴 만큼 즐비한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뉴요커들의 쉼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들 틈에서 걷다 보면 도시에서의 가장 일상적인 일상 속으로 녹아들어가 잠시나마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920년, 그 은밀한 밤의 세계로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칭답게 뉴욕의 밤은 밝다. 낮에는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거리가 어둠이 드리우고 네온사인이 반짝일 때쯤에는 또 다른 느낌의 활력을 띠기 시작한다. 줄지어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보지 않겠냐고 이끄는 것만 같다. 맨해튼에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지 않고 일찍 잠드는 건 분명 반칙이다.


그렇다면 어딜 추천해주겠느냐고? 칵테일을 좋아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보석 같은 술집을 찾아낼 때 희열을 느끼는 내 취향을 통합 저격하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스피크이지(Speakeasy)’다. 스피크이지는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령으로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애주가들을 위해 몰래 술을 팔던 불법 술집에서 유래한다. 간판도 없고 출입구도 숨겨져 있어 지인의 추천 등 입소문에 민감하지 않으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은밀함이 콘셉트이다. 이런 스피크이지 바 트렌드를 부활시킨 시작점이 뉴욕이니, 여행 버킷리스트에 ‘스피크이지 세 군데 이상 방문하기’를 올려놓지 않고 배기겠는가.

▲ 약국의 제조실을 닮은 스피크이지 바, 아포테케(Apotheke)

가장 흥미로웠던 곳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포테케(Apotheke)를 꼽는다. 이곳을 찾으려면 차이나타운(Chinatown)의 뒷골목으로 가야 한다. 차이나타운에 칵테일 바라니 위치부터 뜬금없지만 도이어 스트리트(Doyer St.)로 들어서면, 한자가 쓰인 가게들 사이로 물약 모양 그림이 그려진 작은 간판 아랫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고작 술 한잔 마시려고 이렇게까지 기다릴 일인가 싶었지만, 마침내 문이 열리고 들어간 바의 분위기는 놀랄 만큼 황홀했다.


금빛 조명, 약국 제조실과 흡사한 긴 바에는 손님들이 가득했고 약사처럼 흰 가운을 입은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만든다. 금주령 시대에 합법적으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처방을 받는 것뿐이었는데, 때문에 당시에는 약국에서 몰래 술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칵테일 메뉴도 ‘진통제’, ‘항진제’ 등 실제 약처럼 분류해놓은 부분이 신박했다. 바에서는 브라스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었는데 바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뉴 올리언스 재즈 펑크 그루브에 몸을 맡기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어찌나 흥겹던지 나도 일행도 한껏 풀어져 결국 칵테일을 인당 세 잔이나 마셨다.




틀에서 벗어난 파격의 예술


유럽이 고전적 예술 작품들의 집결지라면, 뉴욕에서는 보다 파격적이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예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요커들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때로는 자극적이고 기괴한 예술의 형태에 열광한다. 맨해튼을 대표하는 두 미술관으로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Museum)과 모마 현대미술관(MoMA)이 있지만 잘 찾아보면 그 외에도 수많은 주옥같은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있다. 철강 부호였던 헨리 프릭의 사유 저택을 고풍스러운 정원이 있는 갤러리로 탈바꿈시킨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 인공폭포가 흐르는 어퍼 이스트 초호화 주거공간에 예술을 접목시킨 신개념 갤러리로 알려진 워터폴 맨션 & 갤러리(Waterfall Mansion & Gallery)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스폿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 휘트니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내 독특한 현대 미술 작품

그렇다면 공연 예술은 어떨까? 연극을 떠올리면 배우는 무대 위에, 관객은 관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뉴욕에는 이 당연한 공연 관람의 틀을 깨부순 아주 특별한 연극이 있다. ‘슬립노모어(Sleep No More)’로 불리는 이 연극은 첫 공개 후 파격적인 공연 형태와 연출로 큰 화제가 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뉴욕 최고의 공연’이자 ‘인생 공연’으로 꼽는다고 한다. 나 또한 맨해튼에서 일하는 대학 친구로부터 “여기 사는 동안 이것도 안 보고 대체 뭘 한 거냐”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고 바로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참고로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티켓 값이 오르니 미리 예매를 추천한다.) 당시에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티켓 값에 조금 툴툴거렸지만, 이번 뉴욕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슬립노모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슬립노모어 (Sleep No More)’ 관람 시 관객은 흰 가면을 착용하고 배우들을 쫓게 된다.

‘슬립노모어’는 관객이 배우를 따라다니며 연극의 일부를 관람하고 여러 배우들의 연기를 조합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관객 참여형 무언극이다. 쉽게 설명해 각 배우를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하고 그 조각들이 보여주는 내용을 짜 맞추어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는 형식이다. 제목에서부터 어느 정도 감이 오지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줄거리를 소재로 삼은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공연이다. 스릴러 영화와 테마파크 호러 하우스 같은 심장 쫄깃해지는 소재를 좋아하고 부드럽고 잔잔한 작품보다는 ‘파격’ ‘논란’ 등의 수식어가 붙는 문제작에 귀가 솔깃해지는 나와 같은 문화 취향을 가진 분들이라면, 꼭 보길, 두 번 보길 추천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매키트릭 호텔에 도착해 짐을 맡기니 트럼프 카드와 섬뜩하게 생긴 하얀 가면을 나눠준다. 카드는 본격적인 연극 관람을 위해 입장 시 그룹을 나눌 때 쓰이며, 배우와 관객의 구분이 가능하도록 모든 관객들은 극에 참여하는 동안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


“You can choose to go either up and down the stairs. From now, everything is visceral. Just follow your instincts (위층으로 올라가거나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것은 본능이 지배하니 당신의 감각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세요.)" 


지배인 역할로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키가 큰 남성이 관람객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호텔 전 층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면 그때부터 관객들은 배우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각 층마다 배우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벽을 타고 서로에게 매달리는 등 행위 예술에 가까운 동작과 실감 나는 표정으로 애정과 증오, 의심과 불신 등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낸다.


사실 관람 전에는 대사가 없으니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언어가 철저히 배제된 설정이 배우로 하여금 행동과 표정에 역동성과 에너지를 쏟아붓게 만드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배우들 간 춤사위의 합이 놀라울 만큼 완벽했다. 극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모두가 엄청난 공연이었다며 상기된 얼굴로 자신이 본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뉴욕이니까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지’ 싶을 만큼 예술의 도시가 추구하는 실험정신과 관능미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연극이었다. 관람 내내 쓰고 다녔던 가면은 고이 서울까지 모셔와 한 편의 모험처럼 강렬했던 그날 밤 추억의 일부로 진열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뉴욕

▲  뉴욕을 상징하는 노란 택시와 고층 건물, 그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가을 하늘

아무리 익숙해도 결코 권태롭지 않은 곳, 그런 곳이 바로 뉴욕이 아닐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았던 장소에서 여전히 새로운, 그리고 수많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화려한 마천루, 눈부신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는 분명 대표적인 뉴욕의 상징이지만,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그 너머에 있다. 빨리 걷기가 특기이며 언제 어디서나 적당한 무심함을 유지할 줄 아는 도시인들이 뿜어내는 자유로움, 콘크리트 정글 속 쉼터가 되어주는 공원, 재즈 선율과 함께하는 밤의 낭만과 골목마다 숨겨진 보석 같은 가게들에 말이다. 앞으로 여행을 계획 중인 당신도 스마트폰이 다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배기’ 뉴욕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기쁨을 느껴보길, 온 감각으로 도시를 만끽하는 기회를 누리기를 바란다.





에어비앤비 작가, 백지은

광고회사에서 콘텐츠 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철저하지만 필 받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AB형으로 낮보다는 밤, 자연보다는 도시를 좋아한다. 철학과 낭만을 사랑하고 책과 술, 미식을 즐기며 하나에 꽂히면 깊이 빠진다. 노을 감상과 칵테일 바 투어는 여행지가 어디든 빼먹지 않는 나만의 ‘필수코스’.

인스타그램: @jinny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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