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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Feb 11. 2020

술도락의 나라, 쿠바

쿠바 음식은 맛 없다.


1일 1 랑고스타를 위해 쿠바로 떠나다

나에게는 여행 컨디션을 좌우하는 세 개의 룰이 있다. 첫째는 현지에서 먹는 첫 끼, 둘째는 적절한 타이밍에 공급되는 카페인, 셋째는 알코올이다. 다행히 나의 여행 메이트도 이 세 가지를 중시하는 여행자다. 평소에도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해서는 프로페셔널을 자처하는 두 사람이 미지의 나라 쿠바(Cuba)에, 미지의 도시 아바나(Havana)로 여행을 떠났다.

 

무계획이 계획인 우리에게 유일한 계획은 1일 1 랑고스타(Langosta, 랍스터)였다. 아바나행 항공권을 예약한 후 우연히 보게 된 여행 프로그램에서 '고급 레스토랑 비주얼의 랍스터를 단돈 8천 원에 즐길 수 있다'는 걸 보고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 버린 것이다. 탱자탱자 먹고 놀아도 한 끼에 1만 원이면 된다는 거잖아!


▲ 필름 카메라에 담은 아바나 거리 모습


우리의 실수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넉넉할 거라 예상했던 돈은 너무 적었고, 그런 줄도 모르고 첫날 가진 돈을 탕진해 버렸다. 우리는 여행 내내 가난해야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 여행 3일 차였다. 첫날, 첫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자 아바나 거리는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근처에 랑고스타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있어?"

"2인분에 10쿡(약 1만 2천 원)?"


직접 요리해 주겠다는 숙소 직원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먼 길을 오는 동안 온갖 에피소드를 만드느라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다. 바깥은 왠지 위험해 보였다. 빨리 허기나 채우고 안전한 곳에서 몸을 뉘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첫 날, 첫 숙소에서 마주한 첫 번째 랑고스타

"우와...."


물개 박수를 치며 맞이한 우리의 첫 번째 랑고스타는 매우 작고 귀여웠다. 곧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고 소박하게 차려주었나 생각했다. 보기보다 짜지 않고 탱글탱글하게 살이 오른 랑고스타가 오물오물 씹히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 내일 얼굴 붓진 않겠어!

▲ 이튿날 오비스포 거리에서 마주한 두 번째 랑고스타

이튿날, 우리는 관광지인 오비스포(Obispo) 거리를 헤집고 다니며 고르고 골라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당연히 랑고스타를 주문했다. 음료와 팁까지 계산하니 20쿡(약 2만 3천 원)이 나왔다. 정식 랑고스타를 먹을 생각에 설레었다. 어제 먹은 건 애피타이저였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랑고스타의 배를 갈렀으나 양념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쿠바에서는 모든 음식을 저염식으로 먹는 걸까? 아니면 소스를 따로 주문해야 하는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채소와 밥도 모두 맹맛이긴 마찬가지였다. 양은 또 왜 이렇게 적은 것인지... 이런 전투 상황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암묵적인 미션을 전달했다. 


맛있게 먹을 것. 

밥알 한 톨도 남기지 말 것. 

다음 맛집 발굴에 심혈을 기울일 것. 


아바나 여행 3일 차. 인기 TV 프로그램 <배틀 트립>에 나온 랑고스타 맛집을 방문했다. 국내 TV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은 웬만해서는 피하자 주의였지만, 쿠바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또다시 누구 코에도 못 붙일 만큼 작은 랑고스타를 만나고 싶진 않다. 한국인 입맛으로 검증된 곳이라면 믿을 만할 거라 생각했다.

▲ 아바나 여행 3일 차, 갈리 카페(Galy Cafe)에서 마주한 세 번째 랑고스타

셋째 날 만난 랑고스타는 비주얼부터 달랐다. 하지만 쿠바노들의 한 끼 식사는 우리에게 너무 야박했다. 쿠바노들은 기본적으로 요리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것 같았다. 첫날 숙소에서 먹었던 첫 끼에서 느꼈던 싸한 기분이 뭐였는지 여행 3일 차에 깨달았다. 인정해야만 했다. 쿠바 음식은 맛이 없다는 것을.


랑고스타만 놓고 보면, 원재료의 신선함이면 충분한 음식이었다. 섬 음식의 특징일까? 제주도만 봐도 그렇다. 옛날 해녀들이 횟감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된장 풀어 간만 맞추어 먹던 게 제주식 물회의 시작이라고 한다. 근대 들어서야 육지와 교류하며 고춧가루가 공급되고 조리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제주 향토 음식에서 원재료를 빼면 '고립되어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가난하기까지 했다'는 티가 난다. 


쿠바 음식에서 옛 제주 음식이 보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랑고스타에서는 랑고스타를 빼면 무(無) 맛이었다. 세 번째 랑고스타는 그래도 소스를 넣고 조리한 음식이라 '맛'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미각을 자극하기에는 한참 못 미쳤다. 전반적으로 쿠바 요리는 ‘끼니'에 가깝다. 심지어 양도 적다. 대식가인 우리에게는 간에 기별이나 하는 정도였다.


어쨌든 세 번째 랑고스타는 먼젓번보다 맛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느라 입술까지 먹어 버려서 피가 날 정도였다. 진짜로 맛이 있었기 때문인지, 쿠바 음식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았기 때문인지, 공복 9시간을 견딘 후의 식사였기 때문인지, 없는 돈 탈탈 털어 먹는 최후의 만찬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올리브유와 마늘을 넣고 조리한 랑고스타 알 아히요(Langosta al ajillo), 멕시코식 매운 소스로 조리한 랑고스타 엔칠라다(Langosta enchilada), 그리고 맥주 두 병과 팁까지 25쿡(약 3만 원)을 지불했다.



생각하는 향기, 쿠바의 커피


'똑똑'

"이게 다 뭐야?"


약속했던 8시 정확히 노크 소리가 들렸다. 조식이다. 문을 밀고 들어온 푸짐한 트레이에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쿠바 음식(또는 쿠바노의 요리 스케일)에 완전히 마음 상했던 차, 간밤에 조식을 주문하겠냐는 물음에 잠시나마 망설였던 나를 나무라고 싶었다. 또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가져간 현금이 부족한 줄도 모르고 탱자탱자 놀아버린 우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져간 카드마저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카드는 국내에서도 특정 은행 ATM에서만 출금 가능한 카드였고, 친구의 카드에는 인출할 돈이 없었다. 송금을 하려 해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실패가 반복됐다. 길바닥에 나 앉을 위기에 봉착했을 때 불현듯 전구가 반짝였다.


"에어비앤비에 신용카드가 등록되어 있어!"


낯선 땅에서 몇 날 며칠 가난에 떨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고, 미리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아바나에는 적지 않은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었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했다. 말레꼰(Malecon)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고층 주택, 앤티크한 정원이 딸린 대저택, 신식 아파트 등 멋진 숙소가 천지였다. 흥분된 마음으로 마음에 쏙 드는 숙소를 골랐으나 어째 예약 단계로 넘어가지지 않았다.


▲ 안토니오의 집 모습

'회원님의 위치가 쿠바로 감지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이 숙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가 쿠바라서 예약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여서 호스트인 안토니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 집에 묵고 싶은데 예약이 안돼서 연락했어. 내일 가도 될까? 그리고 혹시, 거기에 가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지 알려줄래?'


예약은 가능하지만 안타깝게도 현금 결제밖에 안 된다는 답장을 받았다. 물어볼 때부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카드 리더기가 있을 리 없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쿠바였다. 폐쇄 정책을 고수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는 많은 것이 안 된다.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거의 없을뿐더러, 일부 가능한 곳이어도 미국 카드는 결제할 수 없다. 안토니오의 설명도 그러했다. 에어비앤비가 쿠바 내에서는 결제하지 못하도록 막아두었기 때문에 예약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거라고(미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완화되고 있는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곳은 싫었다. 안토니오의 에어비앤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숙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일 갈게. 어떻게 찾아가면 될까?'


안토니오의 집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사진보다 훨씬 멋지고 깨끗하고 아늑했다. 문이며 가구며 바닥재며 얼른 봐도 그냥 부잣집이었다. 보송보송한 침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풋타월, 핸드 타월, 페이스 타월, 샤워타월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삼성 TV가 있는. 냉장고에는 생수와 음료와 맥주, 미니바에는 럼과 와인이 갖춰져 있었다. 


짐을 풀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쿠바라서 결제가 안 되는 것이라면 한국에서 결제하면 될 일이었다. 친구에게 나의 에어비앤비 계정으로 들어가 안토니오의 집을 결제해 달라고, 그간의 사정과 이유와 계정 아이디와 비번 등의 정보를 입력한 장문의 톡을 보냈다. 안토니오의 집 와이파이가 불안했기 때문에 목숨 줄을 띄워 보내는 심정으로 1개의 톡에 모든 정보를 담아야 했다. 몇 분 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결제했다는 답신을 받았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 안토니오의 에어비앤비에서 맛본 조식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방 안으로 길게 뻗은 햇살을 벗 삼아 신속하게 촬영 의식을 치른 후 커피를 한 잔 들이켰다.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진하고 깊은 맛의 커피였다. 


쿠바노들은 커피를 두고 ‘생각하는 향기'라 부르며 기호 식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한다. 카리브해 연안의 쿠바는 커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쿠바 커피를 잘 모르는 이유는 폐쇄적인 정치 문제 탓이 크다고 한다. 덜 보급되다 보니 덜 유명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중 쿠바의 전체 커피 생산량 중 3%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크리스털 마운틴(Crystal Mountain)을 최상으로 친다. 그 맛이 대단해 세계 최고 품질로 손꼽히는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에 견줄 만하다고. 쿠바까지 가서 크리스털 마운틴을 맛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호스트 안토니오에게 대접받은 커피가 내게는 크리스털 마운틴 못지않았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식도에 뜨거운 커피를 흘려보냈다. 얼마 만에 평화였던지. 낯선 땅에서 어렵사리 구매한 아늑함. 며칠 간의 몸 고생 마음고생이 커피 향을 따라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제야 혈관에 피가 좀 도는 기분이 들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도 이런 맛이었을까? 뜨끈한 것들은 영혼에 좋은 작용을 한다. 



럽, 럼 - 쿠바 칵테일

▲ 술집마다 붙어 있는 ‘해피아워’ 간판

대낮인데도 쿠바의 술집들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해피아워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바나는 2시간 동안 저렴한 가격에 술을 파는 훌륭한 도시였다. 그뿐인가. 아바나에서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바라데로(Varadero)에는 휴양객을 맞이하는 올인클루시브 호텔(All Inclusive Hotel)이 여럿 있다. 거기에서는 술이 무제한 공짜이며 시간제한도 없다. 쿠바는 어쩌다 이런 훌륭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 해피아워에 우연히 들른 바에서 우연히 사귄 멕시코 친구들과 마신 쿠바 리브레(Cuba Libre)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경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쿠바의 술 문화는 칵테일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쿠바 칵테일은 럼을 기본으로 하고, 럼은 사탕수수를 증류해 만든다. 그 사탕수수는 스페인 식민 지배 당시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강제 이주시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설탕 제조 후 남은 부산물을 가지고 럼을 만든다. 카리브해 연안의 노동자의 술, 해적의 술. 그래서 싸구려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중에서도 바카디(Bacardi)가 쿠바를 대표하던 럼이지만, 쿠바 혁명 이후 재산을 압류당한 바카디사(社)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뒤로는 그 자리를 아바나 클럽(Havana Club)이 대신하고 있다. 


역사 공부는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이제 술을 마실 차례이다. 쿠바에는 모히토(Mojitos), 다이키리(Daiquiri), 쿠바 리브레(Cuba Libre), 피나콜라다(Pinacolada) 등 쿠바에서 꼭 먹어봐야 할 럼 베이스 칵테일이 많다.

▲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 외관 (좌) /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의 모히토 (우)

My Mojito in la Bodeguita del Medio, My Daiquiri in el Floridita(나의 모히또는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에, 나의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따에 있다)


여기서 ‘My’는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와 엘 플로리디따(el Floridita)는 술집 이름이다. 아바나 여행자라면 이 명언을 모를 리 없다. 세계 곳곳 안 다닌 데가 없어 보이는 헤밍웨이에게 아바나는 제2의 고향이라 할 만큼 특별하다고 한다. 아바나 술집 홍보 멘트를 명언으로 남길 정도이니 가히 짐작이 간다. 


두 술집 중 우열을 따지자면 바로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가 더 유명한 듯했다. 이곳의 샛노란 간판이 관광 굿즈로 팔리는 걸 보면 럼 브랜드 '아바나 클럽'과 함께 아바나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골목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다들 모히또 한 잔씩을 손에 들고 있었다. 우리도 모히토에서 아바나를 마셔볼 요량이었다.


"한국에서 먹은 모히또는 다 가짜였어"


이 세상 맛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지? 두 잔, 아니 세 잔 먹고 싶었다. 그러면 나도 <노인과 바다>와 같은 대작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곳과 비교하면 두 배나 비싼, 한 잔에 5쿡(약 6천 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더 마실 수 없었다. 나의 눈에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짠내인지 알 수 없었다.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랄 것도 없지만)를 집어삼키고 난리였다. 여기 모히또 값에는 모히또보다 더 맛있는 공연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몇 잔 더 마시고 취하면 나도 저들처럼 자유롭게 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에서 공연 중인 밴드와 댄서(?)들

"지금 이거, 생목이야?"


메인 보컬과 함께 연주자 모두가 노래를 했다. 성대에 마이크를 심은 것처럼 사람들의 울림이 대단했다. 귀에 닿는 소리가 가슴팍에서 팡팡 터지는 것 같았다. 예측할 수 없었던 순간, 갑자기 떼창 화음이 터졌다.


"관타나메라(Guantanamera)!"


그 유명한 쿠바 민요 관타나메라 화음이 터진 순간 눈 안의 액체도 같이 터지는 것 같았다. 쿠바에서는 매일매일이 술이었다. 술이 물이요, 물이 술이로다. 물을 파는 곳보다 술 파는 곳이 더 많았다. 그중 최고의 술도락은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대미를 장식한 술은 칸찬차라(Canchanchara)이다. 럼과 꿀, 사탕수수즙, 레몬을 섞어 만든 무척 단 칵테일이다. 꿀이 가득 들었으므로 마신다는 말보단 떠먹는다는 말이 어울린다. 항아리 모양의 잔에 꿀로 만든 술이 담겼으니 얼핏 꿀단지 같다. 꿀단지를 들고 마시다 보니 어느새 취했다. 달다고 홀짝홀짝 떠먹다가 훅 가겠는데? 에어컨 빵빵한 펍에 있다가 다시 작렬하는 태양 아래 걸으며 나는 정말로 훅 갈 뻔했다. 저 세상으로.


▲ 필름 카메라에 담은 아바나 거리 풍경

기억이 강렬해서인가. 칸찬차라는 ‘쿠바’를 떠올릴 때 내게 가장 그리운 술이 되었다. 모히또,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 피나 콜라다는 국내에서 흔히 맛볼 수 있다. 럼의 나라에서 먹는 칵테일만 하겠냐마는, 애플민트(Apple Mint)가 아닌 예르바 부에나 민트(Yerba Buena Mint)를 빻아 만든 원조 모히또만 하겠냐마는. 국내에서도 실력 있는 바텐더를 만나면 또 다른 의미로 최상의 맛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쩐지 칸찬차라만은 지금까지 만나보질 못했다.

▲ 칸찬차라를 만들기 위해 꿀을 넣고 있다.

"그것도 칵테일이에요?"


메뉴판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메뉴에 없는 술도 주문하면 만들어주겠다는 분을 만나도 칸찬차라를 언급하면 존재 자체를 모르는 듯했다. 별 수 있나, 내가 다시 쿠바에 가서 먹는 수밖에. 식도락은 불가능하지만 술도락은 훌륭한 그곳, 쿠바로. 그때는 꿀 맛이 좋다는, 칸찬차라의 고장 트리니다드(Trinidad)에 가야겠다. 해장용 컵라면 몇 개 사 가지고. 아, 끼니용 라면까지 하면 몇 개 가지고는 부족하겠다. 




에어비앤비 작가, 킴프로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마케터. 어쩌다 보니 생애 두 번째 해외여행이 쿠바였다. 그다음에는 남극 정도는 가야 만족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소박한 사진집 <WALK zine Havana>를 냈다. 

브런치 @k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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