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생각보다 자주 AI를 활용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혼자 정리해 보려다가도, 중간쯤에서 멈춰 AI로 확인한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혹시 논리적 비약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답은 빠르게 돌아온다. 구조는 정돈되어 있고, 반론은 이미 포함되어 있으며, 결론은 매끄럽다. 답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이 엉뚱한 생각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도감 뒤에는 서늘한 불안이 남는다. 나는 정말 논리적으로 점검을 마친 걸까, 아니면 AI의 매끄러운 문장에 설득당한 걸까?
최근 들어 나는 한 가지가 두려워졌다. 틀릴까 봐가 아니라, 틀렸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될까 봐 두려워졌다.
논리의 정확성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전제를 분명히 하고, 개념을 정의하고, 인과와 상관을 구분하며, 끈질기게 고민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생긴다. 그 과정은 결코 빠를 수 없다. 때로는 지루하고, 자주 막히며, 꽤 불편하다.
AI는 그 '사고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함정이다. 문장이 매끄러우면 우리는 그것이 정확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설득력과 타당성은 엄연히 다르며, 그럴듯함이 곧 정확함은 아니다.
최근 한 글을 읽다가 문득 멈춰 섰다. 문장은 완벽할 만큼 매끄러웠지만, 이상하게도 속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정답은 빼곡한데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 글. 그 순간 깨달았다. 오류 없는 매끄러움이 때로는 AI의 흔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분명 전달되고 있는데, 정작 전달하려는 생각은 도착하지 않은 듯한 느낌. 그 뒤로 나는 AI를 사용할 때 특히 더 조심한다. 내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AI가 만든 답변은 평균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는 모순이 주는 '거슬림'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통 '어딘가 이상하다'는 직관적 느낌을 통해 오류를 감지한다. 그런데 AI가 그 거슬림을 매끄럽게 깎아버리면, 우리의 오류 감지 신호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통증을 없애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게 만드는 진통제처럼 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감지 능력의 퇴화'이다. 논리적 사고에는 두 단계가 있다.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과 오류를 감지하는 능력. 연구자에게 더 중요한 건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근거를 찾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한다. 구성은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감지는 결국 자신의 감각을 갈고닦아야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생산은 빠르게, 판단은 느리게."
AI가 구조를 제시하더라도 전제는 내가 다시 확인한다. 개념은 내가 다시 정의하고, 반례는 직접 찾아본다. 결론은 반드시 내 문장으로 다시 써본다. 이것은 속도를 늦추겠다는 결심이 아니다. 내 사고 과정에서 검증 단계를 빼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모두가 빨라지는 시대에 나만 느린 것 같아 불안할 때가 있다. 그래서 쉽게 AI에 기대게 된다. 하지만 기준 없이 빨라지는 일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끄러운 문장 앞에서 한 번은 멈추려 한다. 이해하기 전에 의심하고, 동의하기 전에 전제를 확인하고, 안도하기 전에 구조를 다시 점검하려 한다.
AI는 답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무엇을 믿고 무엇을 남길지는 여전히 내 몫이다. 나는 앞으로도 AI에게 자주 질문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꼭 지키려 한다. 답을 보기 전에, 내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그 불편한 시간 갖기.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