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AI 어벤저스를 만드는 법: 서브 에이전트

by 아이엠

처음 AI를 접했을 때는 만능 비서 한 명을 둔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해주고, 시키는 대로 빠르게 만들어주는 존재. 마치 개인 비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질수록 묘한 한계를 체감했다. 한 명에게 “기획안도 쓰고, 데이터 분석도 하고, 디자인 방향도 잡아줘”라고 요청하면 구조는 그럴듯하지만, 논지는 흐릿하고, 분석은 얕고, 디자인은 방향성만 제시될 뿐 구체성이 부족했다. 절대적인 내 느낌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AI에게서 ‘피곤에 쩌든 사람’과 같은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려다 보니 집중력이 분산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은 나만의 감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서브 에이전트(Sub-agent)다. 이 아이디어의 이론적 기반은 1980~90년대 분산 인공지능과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Multi-Agent Systems)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는 실질적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은 2023년 이후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부터다.


서브 에이전트는 간단히 말해, 하나의 AI를 여러 역할로 나누어 운용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점은 “각기 새로 훈련된 모델”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임무와 판단 기준을 부여받은 역할 단위라는 데 있다. 나는 그 역할들을 지휘하는 팀장이 된다. 예를 들어 여행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방식이라면, “2월에 갈만한 일본 3박 4일 여행 코스 짜줘.”라고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서브 에이전트 방식은 다르다.


• 에이전트 A는 현지인이 자주 가는 노포 맛집만 선별한다.

• 에이전트 B는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선을 계산한다.

• 에이전트 C는 전체 일정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비용을 조정한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에 이들의 결과를 비교하고 선택한다.


이 방식의 핵심은 판단 기준의 분리하는 것에 있다. 역할이 나뉘면 평가 기준도 분리된다. 맛집은 ‘로컬성’으로, 동선은 ‘시간 효율’로, 예산은 ‘총비용’으로 검증된다. 그 결과, 한 번에 모든 것을 요청했을 때보다 의사결정의 밀도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AI가 대신 생각해 주는 구조가 아니라, 내가 사고의 단계를 설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브 에이전트는 AI의 성능을 올리는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의 사고를 구조화하는 방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AI로 처리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질문 응답이 아닌 기획·분석·조율까지 맡기게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하나의 AI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 점에서 서브 에이전트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작업량이 늘어날수록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지 서브 에이전트 구성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빨리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기능별로 서로 다른 AI에 맡겨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AI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보니 맥락이 단절되거나 미묘하게 어긋나는 순간이 생겼고, 그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서브 에이전트를 연습한다는 것은 거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아니다.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정해, 그 안의 역할을 나누어 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글쓰기라면 ‘아이디어 정리’, ‘논리 검토’, ‘문장 압축’처럼 기능을 분리해 각각 요청해 보는 것이다. 여행 계획이라면 ‘정보 수집’, ‘동선 계산’, ‘예산 조정’을 따로 맡겨볼 수도 있다. 지금 내게는 복잡한 자동화 구조보다 서브 에이전트를 통해 사고의 단계를 의도적으로 분리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곧 시작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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