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국내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과 AI의 관계를 보여주는 두 가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나는 직장인의 AI 활용 실태를 다룬 조사였고, 다른 하나는 생성형 AI가 실제 근로 시간 감소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였다. 이 두 조사 결과를 동시에 보면, ‘AI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훨씬 구체적인 답이 보인다.
AI 활용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10명 중 약 6명(61.5%)이 이미 업무에서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자료 검색, 정보 요약, 문구 다듬기, 보고서·문서 작성, 번역 등과 같이 일상 사무의 핵심 영역에서 AI를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AI를 단순히 기술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실제 활용하는 도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근거를 제공한다. 단지 소수의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문서와 정보를 처리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AI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AI가 업무에 도입되면 실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평균 약 17.6% 단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 3,000여 명의 응답자들은 “AI가 없었다면 주당 평균 8.4시간을 추가로 일해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AI는 단순히 일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의 실제 근무 시간 자체를 줄일 정도의 효용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두 결과를 동시에 보면, AI가 필요한 사람의 특징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이것은 기술 이해력이나 직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필요해지는 본질은 “어떤 업무 구조로 되어 있느냐”의 차이에 가깝다.
반복·정리·정보처리가 많은 사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영역은 자료 검색, 정보 요약, 문장 다듬기 등이다. 이 업무들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며,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인지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AI는 이러한 반복성과 정형성이 높은 작업에서 특히 빠르게 가치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생성형 AI를 도입한 경우, 그렇지 않은 상황과 비교해 주당 평균 약 8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을 절약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반복 업무가 줄어들면 사람은 단순 실행에 쓰던 시간을 전략적 판단이나 창의적 기획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시간 절감 효과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의 질을 재배치하는 변화로 이어진다.
이 조사가 말하는 바는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유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가 많은 직무일수록 AI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설명에 가깝다. 문서 작성, 자료 정리, 요약과 같은 작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AI의 효용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업무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도 AI를 쓰는 사람
AI 활용은 직장인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20대 후반 직장인의 경우 업무 외에도 AI를 일상 보조, 대화, 심리·상담 용도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AI가 업무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의 문제 해결이 아닌 정보 탐색과 일상의 문제 해결에도 활용되는 보편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AI는 특정 지식수준이나 직무 전문성으로 요구되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고 처리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에게 먼저 필요해진다.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요약해야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AI를 도구로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AI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AI 필요성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순간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사람의 반복적 사고와 정보 처리 부담을 대신해 줌으로써, 사람이 더 높은 차원의 업무와 사고에 집중할 기회를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AI는 특정 직군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반복되는 문서를 쓰고, 자료를 정리하고, 정보를 압축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 접점에 있다. 내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지점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시간은 정말 사람이 직접 써야만 하는 시간인지를 고민해 볼 때이다.
[참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