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라는 수학자가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라 불리는 ‘오일러 등식’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 결합해 딱 떨어지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문병로 교수는 강연에서 이 장면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수학자들은 그 숫자들을 그저 '알고' 있었지만, 오일러는 그 숫자들 사이의 관계를 '느끼고' 있었다고. 이것이 바로 고등 지능의 핵심인 '은유적 능력'이다.
AI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관계'를 찾아서
최근 화제가 된 제미나이(Gemini)나 챗GPT 같은 AI의 원리도 알고 보면 이 '은유'와 닮아 있다. AI는 단어를 공부할 때 그 단어 자체의 뜻을 외우지 않는다. 대신 수만 차원의 가상공간 속에 단어들을 뿌려놓고,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상대적 위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송아지'라는 단어가 들어오면, AI는 주변의 다른 단어들과의 거리를 잰다. "엄마 소와 가깝나? 우유와 관련이 있나?" 끊임없이 위치를 조정하며 단어 사이의 '이음새'를 찾아가는 것이다. 결국 AI가 똑똑해진다는 것은, 데이터 사이의 멀고 가까운 관계를 더 예리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추상이 구상보다 더 실제적인 이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짜(구상)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본질을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문 교수는 "추상이 더 실제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조차 뇌가 나름의 기준으로 정보를 거르고 잇는 '추상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AI 리터러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 버튼을 누르면 요약이 된다"는 기능을 아는 것은 '구상'의 단계다. 진짜 리터러시는 AI가 가져온 파편화된 정보들 사이에서 "왜 이 정보가 저 정보와 연결되는가?"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읽어내는 '추상'의 단계에서 완성된다.
우리가 AI라는 조직의 CEO인 이유
AI가 성능이 좋아질수록, AI는 우리에게 더 많은 '관계의 지도'를 내놓을 것이다. "주인님, 제가 분석해 보니 이 정보와 저 정보가 이런 은유로 연결되네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여기서 다시 'CEO의 판단력'이 중요해진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데이터를 이어줘도, 그 연결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내 연구와 삶에 어떤 울림을 주는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결국, 다시 '이음'이다
AI 리터러시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은유의 감각'을 기르는 시간이어야 한다. 뮤지엄의 예술 작품에서 '이음'을 떠올리고, 오늘 읽은 기사에서 '판단의 무거움'을 발견하는 것. 이렇게 멀리 떨어진 점들을 나만의 선으로 잇는 연습이 반복될 때, 우리는 비로소 AI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더 깊은 사유의 바다로 나갈 수 있다. AI는 선을 긋고, 우리는 그 선에 의미라는 색을 입힌다.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해력이다.
[참고 영상]
https://youtu.be/zg8PnKVBB-w?si=aw7rYh6MHLQtMF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