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경험하는 가장 빠른 방법: 직접 만들어 보기

by 아이엠

요즘 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경험’이다. 학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교실 밖에서 배우게 해야 한다, 실제 사회를 미리 체험하게 해야 한다는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가끔 의문이 든다. 우리가 말하는 그 ‘경험’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경험해 보게 할 것인가?


교육 담론에서 말하는 경험은 대체로 비슷하다. 인턴십, 아르바이트, 직무 체험, 기업 프로젝트. 이 경험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점이다. 회사라는 시스템, 직무라는 역할, 조직이라는 구조 속으로 학생은 잠시 투입된다. 그 경험은 분명 의미가 있고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바로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감각이다.


우리는 수많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메신저를 쓰고, 배달 앱을 열고, 검색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버튼은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서비스는 태초부터 있었던 배경처럼 보인다. 사용자로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딱 그 지점에서 멈춘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경험을 제안하곤 한다. 작은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이다. 거창한 스타트업 프로젝트도, 복잡한 프로그래밍도 필요 없다. 단순한 자동화 도구일 수도 있고, AI를 활용한 작은 기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안의 '과정'이다.


처음에는 대부분 이렇게 묻는다.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 수업은 이미 절반쯤 성공한 셈이다. 질문은 곧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왜 이걸 쓸까? 어떤 기능이 꼭 필요할까? 이건 왜 불편할까? 그 찰나에 학생은 서비스의 '사용자'에서 서비스의 '설계자'로 이동한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 바로 구성주의(Constructivism)이다.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일찍이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에게 지식이란 교과서에 박제된 정보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구성'해 나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듀이의 관점에서 학생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집하는 창고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설을 현실에 투여하고, 그 결과가 가져오는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세계에 대한 의미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존재다.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듀이가 강조한 '행동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은 현대의 디지털 환경에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으로 치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진정한 이해는 설명을 듣는 순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직접 설계하고 오류와 대면하며 이를 수정해 나가는 '만들기'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체득되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진정한 이해는 설명을 듣는 순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순간에 잉태되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를 배치해 보고, 사용자가 어디에서 멈추는지 관찰하고, 기능 하나를 추가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의 절실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경험이란 단순히 정해진 어딘가에 들어가 보는 일이 아니다. 경험이란,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만져 보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오늘 하루, 러버블이 무료라면 무엇을 만드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