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붙잡는 연습

by 아이엠

오늘 아침 뉴스레터에서 한 기사를 읽었다. AI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생각의 힘’을 걱정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을 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힘’에 대한 안전, 과연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AI와 함께 자란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창이 아니라 대화창을 연다. 질문을 입력하면, 설명은 곧바로 정리된 문장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묻는다. 이렇게 답을 쉽게 얻는 환경에서 아이들의 사고력은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 조금 다른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요즘 내가 무언가를 정리하려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어떤 주제를 혼자 생각해 보다가 중간쯤에서 멈춘다. 논리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AI에게 묻는다. 잠시 후 돌아온 답을 보면 구조는 이미 정리되어 있고 반론도 포함되어 있으며 결론까지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그 순간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동시에 내 생각은 멈춘다. 내가 만들던 생각의 과정이 이미 완성된 형태로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중간에서 멈춘 생각들, 완성되지 못한 조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느낌이다. 생각은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정리는 잘 되지 않는다.


과거의 사고 과정은 대체로 이런 흐름이었다. 질문이 생긴다. 생각이 엉킨다. 정리가 되지 않는다. 조금씩 풀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론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순서가 조금 달라졌다. 질문을 던지면 결론이 먼저 도착한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생각은 원래 정리되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헷갈리는 시간 잘못된 방향으로 가보는 시간 괜히 돌아가는 시간. 그 과정 속에서 사고의 근육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AI는 그 시간을 단숨에 건너뛰게 만든다. 그래서 AI 시대의 ‘생각의 힘’은 예전과 조금 다르게 정의될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생각의 힘은 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오래 붙잡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답은 이제 인간보다 기계가 더 빨리 만든다. 하지만 질문을 버티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생각을 붙잡고 흐름을 이어가고 맥락을 만들어 가는 일. 그 과정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덜 쓰는 방법이 아니라 생각을 더 오래 붙잡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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