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뭔가를 만들어보라는 말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도구는 넘쳐나고, 방법도 넘쳐나고, 권유도 넘쳐난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아이디어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입구를 몰랐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입구는 불편함이다.
오늘 하루, 참고 넘긴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메일을 쓰다 멈춘 것, 자료를 찾다 지친 것, 같은 말을 또 반복해야 했던 것. 대부분은 그냥 넘어간다. 원래 그런 거니까, 다들 이렇게 하니까. 하지만 그 참음 안에 이미 만들어야 할 것이 들어 있다.
오늘 참은 것 하나를 적어보는 것. 그게 시작이다.
두 번째 입구는 취향이다.
자꾸 머물게 되는 것이 있다. 유튜브에서 멈추는 영상, 저장해 두는 글, 오래 들여다보는 사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좋은 것들. 의식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가는 것들. 취향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내가 무엇에 감각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담은 지도에 가깝다.
자주 저장하고 머무는 것들을 한번 꺼내보는 것. 거기에 만들고 싶은 것의 윤곽이 있다.
세 번째 입구는 관심사이다.
취향이 감각으로 끌리는 것이라면, 관심사는 궁금해서 따라가는 것이다. 특정 분야의 뉴스가 뜨면 꼭 읽게 되는 것, 모르면 찜찜해서 찾아보게 되는 것, 대화할 때 유독 말이 많아지는 주제. 그리고 오래전부터 품어온 "언젠가 해봐야지"라는 생각들. 실행하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게 아니다.
자주 찾아보는 주제와 "언젠가"로 시작하는 메모를 한번 꺼내보는 것. 생각보다 오래된 것들이 나온다.
이 세 입구는 사실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불편함도, 취향도, 관심사도. 모두 내가 오랫동안 나를 관찰해 온 흔적이다. 아이디어는 어디선가 가져오는 게 아니었다. 이미 쌓여 있었다. 다만 언어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나도 최근 그런 순간이 있었다.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뒤, 비용 정산을 해야 했다. 늘 하던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귀찮았다. 그 귀찮음을 그냥 넘기지 않고, AI에게 카드 내역을 넘겨 비용 정리와 시각화를 부탁했다.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이 구조를 한번 만들어두면, 다음엔 훨씬 빠를 거라는 걸 알았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 참기 싫었던 것 하나였다.
AI는 도구다. 도구를 잘 쓰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는 멀리 있지 않다. 오늘 참은 것, 자꾸 머물게 되는 것, 오래 품어온 궁금증.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재료를 갖고 있다. 먼저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읽는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