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한 통 보내려고 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본 적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대나 어색한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메일을 보낼 때면, 첫인사부터 끝맺음까지 문장 하나하나가 고민의 늪이 된다. 메일 쓰기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나의 이 사소하지만 고질적인 고민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내가 만든 '구글 메일 초안 작성기'는 단순하게 텍스트를 생성하는 도구가 아니다. 메일의 성격과 대상을 분석하여 최적의 레이아웃을 잡아주는 나의 맞춤형 시스템이다.
대상별 톤 앤 매너 설정: 비교적 어려운 상대에게는 정중하고 격식 있는 문체를, 친구에게는 친근한 어조를 선택할 수 있게 설계했다. 대상을 선택하면 AI가 자동으로 그에 맞는 말투(Tone & Manner)를 제안한다.
카테고리: 안부, 요청, 감사, 거절, 공유 등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Gemini API가 글을 작성해 준다.
맞춤형 서명 관리: 대상에 따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다르다. 구글 시트에 여러 서명을 저장해 두고 상황에 맞춰 불러올 수 있도록 했다.
언어의 장벽 허물기: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문, 영문 등 외국어 메일도 문맥에 어긋나지 않게 즉시 AI가 초안을 잡아준다.
이 시스템의 진짜 묘미는 완성된 초안이 내 Gmail 계정에 자동으로 저장된다는 점이다. 웹에서 생성 버튼을 누르고 'Gmail 열기'를 클릭하면, 방금 만든 내용이 초안함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거기서 파일만 첨부하거나 미세한 수정만 거치면 발송 준비는 끝난다.
이 시스템을 만들며 다시 한번 느낀 점은, AI 활용의 본질은 '내가 반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영역을 기계에게 위임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에게는 어떤 인사를 해야 할까?", "어떤 흐름으로 작성해야 하지?", "이런 말투로 써도 되나?" 이런 사소한 에너지 소모를 시스템이 필터와 옵션으로 대신 처리해 줄 때, 우리는 메일의 '내용'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메일 한 통 보내는 게 뭐라고 그렇게 미루게 되는지. 아마도 그 '시작의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창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보다는, 그저 내일의 내가 조금 더 가볍게 메일함을 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도구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내가 만든 이 '초안 작성기'가 내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빈 화면을 마주하며 망설이는 시간만큼은 확실히 줄여주었다.
만들고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