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에 던져진다. 분명 'AI 코딩'을 배우려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귀여운 고양이 영상이나 자극적인 이슈 채널을 떠돌고 있다. 유튜브의 정교한 알고리즘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오래 머물게 할 것'들을 끊임없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알고리즘의 친절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내가 지정한 키워드의 영상 중, 가장 가치 있는 것들만 골라 매일 아침 내 메일함이나 구글 시트로 배달해 주는 '나만의 AI 큐레이터'를 직접 설계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역할을 분담한 두 가지 지능이다.
유튜브 데이터 API V3: 내가 설정한 키워드로 상위 5개의 영상을 수집해 온다.
구글 제미나이(Gemini) API: 수집된 영상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특히 제미나이에게는 아주 엄격한 평가 기준을 부여했다. "어그로성 제목이나 클릭베이트(낚시성)는 감점할 것",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영상에 높은 점수를 줄 것" 등을 프롬프트에 명시했다. 덕분에 AI는 내가 일일이 영상을 확인하지 않아도, 매일 아침 8시 가장 신뢰할 만한 '오늘의 공부 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찾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나는 큐레이팅된 영상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웹 화면을 구성하고, 검색창을 추가했다. "그때 그 유용했던 영상이 뭐였지?" 싶을 때, 알고리즘을 다시 뒤지는 대신 내 시스템 안에서 바로 찾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만든 이 시스템은 단순히 영상을 편하게 보기 위함이 아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 '필터'를 내가 직접 설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기술이 제안하는 밥상을 그대로 받는 '수동적 소비자'에서, 필요한 영양소만 골라 담는 '주체적 메이커'로 거듭나는 과정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무언가를 더 많이 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보지 않을지 결정하는 능력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8시에 배달되는 영상 리스트는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선택의 기록이다.
결국 AI를 잘 쓴다는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라, 내가 붙잡을 정보를 스스로 정의하는 일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