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우리 AI'였으면 좋겠다

by 아이엠

챗봇 형태의 AI를 사용하다 보면 가끔 의문이 든다. 가장 한국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과연 이 AI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하는 것일까. 사실에 근거한 질문이라면 문제없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답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사실 너머의 맥락, 뉘앙스, 정서의 결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어떨까?


'소버린 AI(Sovereign AI)'란 한 국가가 자체적인 데이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국의 가치관과 문화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언어적 뉘앙스와 정서적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는 '한국형 AI'를 만드는 일이다.


현재 AI 시장은 미국의 빅테크와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이 거대한 공룡들 사이에서 다른 국가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AI를 개발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 때문이 아니다. 남의 기술에 종속되어 우리만의 언어와 문화적 주권을 잃지 않겠다는, 일종의 지독한 자존심이자 생존 전략이다.


지금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소버린 AI 사수를 위한 'K-AI 데스매치'를 진행 중이다. 수조 원을 쏟아붓는 미국과 중국의 물량 공세 속에서, 우리만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서바이벌을 이어가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싸움이 단순히 닫힌 구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개발되는 모델들 중 일부는 오픈 형태로 공개되어 허깅페이스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된다. 즉, 한 국가가 만든 AI가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개인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조립하고 확장하는 구조다.


클로드는 글쓰기에 강하고, 제미나이는 멀티모달에 강하며, GPT는 맥락 이해에 강하다. 노트북 LM은 정리와 요약에 특화되어 있다. 같은 기반 위에서도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AI가 만들어진다. 소버린 AI도 바로 이런 방향을 지향한다. 기술의 틀은 공유하되, 그 안에 담기는 가치와 맥락은 우리 것으로 채우는 것.


그런데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AI의 '몸체'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기업이지만, 그 안에 들어갈 '해석'은 결국 개인이 만든다. 아무리 훌륭한 소버린 AI가 있어도, 그 안에 쌓이는 질문이 빈약하다면 AI는 결국 남의 생각을 더 빠르게 재조합하는 기계에 머문다.


이 문제는 기술 이전에 태도의 문제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어떤 맥락을 붙잡는지, 무엇을 중요하다고 느끼는지. 이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AI의 방향을 결정한다. 국가와 기업이 거대한 인프라라는 '몸체'를 만든다면, 그 속에 흐를 '정신'을 채우는 건 결국 우리 같은 개인들의 몫이다. 소버린 AI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 안에 담길 사유와 질문이 빈약하다면 그저 텅 빈 그릇에 불과하다.


나는 모델을 직접 만들 수 없다. 코드를 짜거나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은 내 영역 밖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AI가 무엇을 배울지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입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적 맥락이 담긴 질문을 던지는 것, 우리의 정서와 사유를 글로 남기는 것, AI의 답이 어딘가 어긋났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건 아닌데'라고 인식하는 것. 이 작은 태도들이 모여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결을 바꾼다.


모델을 만드는 건 국가와 기업의 몫이지만, 그 모델이 무엇을 배울지는 나 같은 개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왕이면 우리 AI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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