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점심 만찬

일상의 황홀 #04.

글자 획 하나만 다르고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가 있다.
같은 교회 다닐 때도 나는 그놈 때문에
그놈은 나 때문에 욕을 먹고 다녔다(고 그 친구는 말한다).


친구는 종종 점심 메뉴 사진을 올린다.
평범한 메뉴도 많지만
종종 점심에 어울리지 않는
다소 과한 메뉴 사진을 올릴 때도 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것이 상상도 못할 노동 강도 때문이란 사실을.


오늘 그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늘 그렇듯 짧은 단문.

"출근했다
내 없는 동안 두 명 추락사했네
맘이 무겁다"


종종 얼굴을 보아왔던
다른 팀 두 사람이 사고를 당했다 한다.
지상에서 수십 미터 위,
20센티 폭을 가진 난간 위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왜 안전띠를 안 하느냐 뭐라 했더니
'그러면 일이 안된다' 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고가 난 그 특수차는 지금까지 친구가 탔던 차이고
앞으로도 계속 타야 한다고 한다.
도대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그 '되어야 하는 일'이 무언지 알 수 없지만
또 친구는 톡을 끊고 일하러 갔다.


그간의 폄범했던,
때로는 화려했던 친구의 만찬이
다시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의 위로와 투덜거림이
대체 얼마나 그 녀석에게 가닿았을까,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봐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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