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준비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왜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그토록 많은지를 말입니다. 일단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면 집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새끼 때의 귀여움과 애교를 상실한 성묘나 성견을 키우고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멀리 갈 것 없이 주인집의 원성부터 자자했습니다. 집을 내놓으니 '고양이 키우는 집'이라고 알려져 잘 나가지도 않습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사실 이사가 아니라도 반려묘를 키우는 일은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웬만한 소파 가죽이나 패브릭 재질의 의자는 포기하고 봐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깔끔한 동물이지만 모든 고양이가 제 때 제대로 된 장소에 볼 일을 보는 것도 아니더군요. 냄새 걱정은 양반에 속합니다. 털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 털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포기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병원비가 마지막 고비입니다. 중성화 수술만 해도 마리당 수십 만원은 드니까요. 그러다보니 얘네들 건강까지 신경쓰는 일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먹이'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집은 고양이 전용 양푼?에 푸짐하게 먹이를 담아두곤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주기 힘들었습니다. 눈에 띄는대로 비어 있는 먹이통을 채우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비만이 되어갔습니다. 아마도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우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저라도 그러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첫째 '봉구'는 배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살이 쪘습니다. 사람도 비만이 만병의 근원인데, 고양이라도 다를리 있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고심 끝에 다이어트 사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급식기입니다.
'바램펫'이라는 회사가 만든 자동 급식기 '밀리(Meal E)'를 이런 상황에서 만났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밀리'는 급여 계획(뭔가 월급 같습니다)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먹이를 투하합니다. 접시에 연결된 전자 저울이 정확한 양을 체크해서 '티칭(먹이주기)'을 합니다. 모자라면 앱으로 알림이 옵니다. 그러면 추가 투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때만 해도 할인해서 10만 원이나 하는 기계의 유용함을 '자동 급식'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다보니 추가적인 '발견'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밀리를 통해 4마리 고양이의 식사량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적정한 투여량을 계획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사람도 운동만큼이나 식단이 중요하잖아요. 적어도 이 아이들의 비만 관리에 대한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앱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높습니다. UI도 직관적이어서 처음 설치와 연결의 까다로움을 넘어서면 매우 만족하게 됩니다. 설사 인터넷이나 전기가 끊어져도 급식기는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고양이를 두고 2,3일 정도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제품을 통해 고양이에게 '수염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 긴 수염이 그릇에 닿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는군요. 이 한 가지만 봐도 이 제품을 만든 사람들이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가 느껴지더라구요. 이 믿음?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다양한 악세서리와 먹이까지 팔기 시작했습니다. 받침대 하나에 2만 원이나 하는 상술이 과하다 싶긴 한데, 할인을 해준다 해서 덜컥 사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에요.
주변에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천 만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은지는 오래입니다. 이를 토대로 사업화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장난감도 만들고 액세서리, 먹이에 장례식장까지 그 방향은 정말로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밀리'는 그 중에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듯 합니다. 우선 반려 인구의 가려운 곳(Paint Point)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편리함에 더해서 개와 고양이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으니까요. 더 중요한 건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의 확장이 매우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밥그릇을 점령했으니 이에 더해 다양한 제품과 먹이 등을 개발하는건 훨씬 더 쉬워질거에요. 저라면 제품과 앱을 기반으로 일종의 '플랫폼'을 기획하지 싶습니다. 분명 이 브랜드는 그렇게 성장해갈 겁니다.
아직 이 제품은 제대로 된 보도자료 하나 없는지 관련된 뉴스 기사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후기들은 대체로 호평이 많았습니다. 고객 만족도가 98%에 달한다고 하네요. 광고인 줄은 알지만 10분에 한 대씩 팔린다고 하니 대단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제품과 그 뒤에 숨은 기술 만큼이나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불편을 감지하는 예민함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천 만의 반려인구가 있지만 2022년을 코 앞에 둔 지금에야 스마트한 급식기가 겨우 탄생했으니까요. 불편과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르는 필요와 욕구가 비즈니스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를 우리는 '브랜드'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언제나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