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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손맛을 지켜내는 법, 집반찬연구소

‘집반찬연구소’는 250여 종의 반찬을 전국에 판매하는 온라인 주문 반찬 회사입니다. 30대 주부를 주요 고객층으로 정해 고품질의 프리미엄 반찬을 제공하고 있죠. 이 회사는 최근 업계 최초로 ‘하루특송’을 시작했습니다. 하루특송은 오전 9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8시 전에 반찬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요. 고객의 생활 패턴에 맞춰 기다림을 최소화한 것이죠. 이처럼 반찬가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재유행과 물가의 고공행진, 여기에 식품외식업계가 집밥족을 겨냥한 반찬 간편식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집반찬연구소가 집중하는 반찬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름아닌 편리함 때문입니다. 메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결제 날짜 역시 신경써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거든요. 매번 소액씩 결제되는 만큼 고객이 느끼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실제 집반찬연구소는 지난해 6월 자사몰을 개편하면서 정기결제를 추가했어요. 수 회분의 식단을 한 번에 결제하는 부담을 덜고, 편리하게 결제하고 싶다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죠. 그렇다면 집반찬연구소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온라인 반찬가게를 '고급화'하다


박종철 대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모님은 '영월보쌈'이라는 상호의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나름 장사도 잘 되어 몇 년 후에는 '강영월감자옹심이'라는 이름으로 수제비와 칼국수 등의 메뉴도 판매했죠. 부모님의 장사수완이 좋아서였는지 3500원짜리 칼국수는 하루에만 1000그릇 이상, 숨 쉴 틈 없이 팔려나갔습니다. 같은 상호의 식당을 전국에 30여개 정도 추가 오픈하기도 했죠.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일찌감치 진로를 경영학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지인을 통해 브랜딩 업체와 웹사이트 구축업체를 소개 받아 집반찬연구소를 준비했죠. 2016년 12월, 드디어 '집반찬연구소'의 온라인 마켓을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였습니다. 그는 외식업계에서 날고 기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고 고백합니다. 온라인을 그저 유통채널의 일부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라인은 엄연히 하나의 산업이며, 따라서 IT회사를 운영하듯이 조직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결과 회사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현재 200여 종에 달하는 반찬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4번 이상 재구매 하는 고객의 비중이 50%가 넘을 정도로 충성고객의 층도 탄탄하죠. 그리고 이런 차별화의 핵심엔 바로 '고급화'가 있었습니다.


“업계에 저희보다 고가 식자재를 쓰는 데는 없다고 확신해요. 반찬시장에서 프리미엄이라는 건 결국 최고 퀄리티의 식자재를 쓰는 거예요. 예를 들면 대부분 참기름, 간장을 대개 수입산 쓰는데 저희는 국내산을 써요. 사실 참기름, 들기름만 국내산 써도 1년에 추가 비용이 1억5000만원이예요. 저희 제품은 포장에 재료 표기가 아주 크게 돼 있어요. 영어로 돼 있거나 낯선 성분이 들어간 건 아예 안 쓰려고 해요. 집반찬연구소에 진미채, 부대찌개가 없는 것도 그 이유예요.”



어머니들이 모르는 재료는 넣지 않아요


현재 집반찬연구소의 모든 제품은 국내산·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조과정에서의 물 또한 미국 NSF 1등급 인증제품인 ‘에버퓨어’ 정수기를 활용할 정도로 그 기준이 까다롭죠. 뿐만 아니라 회사 내 전 직원이 재료실과 조리실을 실시간 CCTV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먹을거리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죠. 집반찬연구소도 처음에는 유기농 수입 간장을 썼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요구로 이제는 국내산만 사용합니다. 기름도 콩기름이 아닌 현미유로 바꿨습니다. 코팅팬 사용을 꺼려하는 고객들 때문에 프라이팬 역시 3개월마다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집반찬연구소의 반찬은 흔히 아는 제육볶음 맛이랑 조금 다릅니다. 약간 심심한 느낌이 있죠.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재료 선정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들이 모르는 조미료는 넣지 않는 겁니다. 가령 소르빈산칼륨이나 엘글루타민산나트륨을 쓰지 않습니다. 방부제와 MSG인데 당연히 어머니들은 이게 뭔지 모릅니다. 그래서 쓰지 않습니다. 옥배유는 옥수수 씨눈으로 짠 기름을 말합니다. 하지만 옥배유 대신 비싼 현미유를 쓰는 것은 어머니들이 모르는 기름이기 때문입니다.


집반찬연구소는 오프라인에서 시작했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반찬가게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핵심엔 '고급화'가 있었죠.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고급화란 무조건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데 있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의 '안심'이라는 주부들의 욕구를 읽어내고 이에 화답했죠. 한식은 그 누구보다도 한국인들에 친숙한 장르입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어머니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집반찬연구소는 이를 '항상성'이라고 부릅니다. 매일 고객들의 식탁위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끊임없는 연구가 가치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손맛의 구현이 그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죠. 이 브랜드의 성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도 다름아닌 이 손맛이라는 항상성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식이 그래서 어렵습니다. 손맛, 손맛 하는 게 이유가 있다는 거죠. 저희가 맛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것은 계속해서 맛을 보는 것입니다. 완성된 음식의 맛을 보면서 맛의 기준을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한 조리 담당자가 만드는 나물이 있다고 해봐요. 만약 이 분이 연차를 쓴다면 다른 분이 나물을 만들 것이란 말이죠. 그 때 처음 조리했던 사람이 만들었던 나물 맛이 나도록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고객에게 바로 나물 맛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노하우고, 제가 생각하는 항상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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